류재완 ㈜SBB테크 대표이사
하모닉 감속기 및 세라믹 베어링 제조업체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 방문
‘소재·부품·장비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사업’ 제1호 기업···정부·삼성전자 공동 추진

지난 2일 경기도 김포 월곶면에 위치한 (주)SBB테크 사업장을 방문했다. 류재완 대표가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통해 구축한 기상측정시스템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황복희 기자]
지난 2일 경기도 김포 월곶면에 위치한 (주)SBB테크 사업장을 방문했다. 류재완 대표가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통해 구축한 기상측정시스템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로봇의 핵심 부품인 정밀 감속기를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해 사다 쓰는게 아쉬웠다. 국내에서 믿고 쓸 수 있는 감속기를 만드는게 꿈이었다.”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SBB테크 류재완 대표(55)는 옛 대우중공업(현 두산인프라코어) 로봇개발팀 출신의 엔지니어다.

류 대표는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대우중공업에 입사해 처음엔 감속기 개발을 하다 이후 로봇개발을 했다. 지난 2018년 전문경영인으로 SBB테크에 합류한 그는 이 회사가 국내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정밀 감속기 분야에 30년간 몸담은 전문가다.

정밀 감속기와 베어링은 반도체와 로봇에 쓰이는 핵심 부품인 만큼 해당기업을 넘어 국가의 기술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품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하모닉 드라이브사가 오랜기간 세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 ‘하모닉 감속기’로 불린다. SBB테크는 지난 2016년 그간 일본에서 비싼 값에 수입해 쓰던 하모닉 감속기 개발 및 양산에 성공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로봇 기구(움직이는 부분) 가격의 40~50%는 감속기가 차지할 정도로 핵심 부품이다. 공급선이 일본업체 한군데일때는 일본 현지 공급가 보다 30% 이상 비싸게 수입하다보니 로봇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한때는 삼성·현대·두산 등 국내 대기업들이 로봇사업을 했으나 아무리 해도 원가경쟁력에서 뒤처지니 나중엔 다 접었다. 현대자동차 등 계열사 마켓을 보유한 현대 로보틱스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류 대표도 한때는 로봇사업체를 운영했다.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이 무너지고 대우중공업 로봇개발팀이 해체되면서 2000년 직원들과 함께 독립해 로봇업체를 만들었다. 코넥스 상장사인 ㈜라온테크가 바로 그가 세운 회사다.

“원자력발전소 서비스 및 정비 로봇을 제조했는데,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쪽 전망이 밝지않던 차에 SBB테크로부터 합류제안을 받았다. 로봇사업을 하면서 일본 것을 사다쓰는게 아쉬웠는데 마침 SBB테크가 10년에 걸쳐 하모닉 감속기를 개발한 시점이어서 몇 년간 집중해서 궤도에 올려놓으면 엔지니어로서 나름 역할을 한 것으로 자부할 수 있겠다 싶었다.”

SBB테크는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매스컴의 집중세례를 받았다. 당시 대통령이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 조치 이후 소부장 강소기업으로서 처음 방문한 업체가 바로 여기다. 같은 달 중소벤처기업부와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부품·소재·장비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사업’ 제1호 기업으로 선정돼 박영선 장관과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김종호 삼성전자 사장 등이 업무협약차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기자도 동행했었는데, 9개월여만에 다시 찾은 사업장은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다소 어수선하던 공장환경이 한결 정리정돈되고 깔끔하게 바뀌어 있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스마트화’돼 있었다.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었다.

“종업원들 입장에서 ‘그렇고 그런 중소기업인줄 알았는데 우리가 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자부심이 올라갔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스마트공장 사업에 참여하면서 멘토기업인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은데서 비롯됐다. 자기 분야에서 20~30년 경력을 쌓은 삼성전자 엔지니어들이 기본적으로 4명이 상주하면서 ‘슈퍼갑 삼성 직원’으로서가 아니라 우리 직원들과 똑같은 작업복을 입고 함께 어울리며 엄청나게 많은 도움을 줬다. 첫 단계는 정리, 정돈, 청결 등 공장환경을 개선하는 ‘3정 5S’부터 시작했다.”

삼성의 전문 엔지니어들은 삼성이 사회공헌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위해 국내 여러 회사를 돌며 경험을 쌓은 까닭에 환경이나 물류 부문에 있어 불합리한 구석을 금새 찾아냈다고 류 대표는 말했다. 그 결과, 소재가 들어와서 출고될때까지 이동동선이 최소화되도록 물류라인을 전문화하고, 실제 눈으로 봤을 때 어느 제품이 어느 공정에 있는지 한눈에 들어오게끔 공장 레이아웃을 바꿨다고 그는 덧붙였다.

다품종 소량생산의 특성을 고려해 조립라인도 셀(Cell)라인으로 바꿨다. 기존에는 부품을 늘어놓고 작업자가 옮겨다니며 조립을 했으나, 이제는 숙련된 작업자가 한 자리에서 모든 공정을 처리해 훨씬 균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맞게 셀(Cell) 라인으로 바꾼 조립공장 모습.
다품종 소량생산에 맞게 셀(Cell) 라인으로 바꾼 SBB테크의 조립공장.

삼성과의 협업은 나아가 기상(機上)측정시스템 도입으로 이어졌다. 일반 측정도구로는 측량이 불가능한 작은 사이즈의 부품을 가공과정의 기계상에서 분리하지 않고 측정함으로써 바로 추가적인 가공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삼성전자 구미 금형공장을 견학한후 삼성에 도움을 요청해 도입했다. 아직 완성은 안됐으며 조금씩 정밀도를 높이는 단계에 있다. 궁극적으로는 생산라인에 MES(제조실행시스템)를 도입해야 비로소 스마트공장이 되는 셈이라고 류 대표는 설명했다. 그렇게되면 생산과정에서 데이터 등을 측정해 중앙서버로 모으고 서버는 데이터를 갖고 어느 부품이 어느 라인을 지나가고 있는지, 가공 측정성적 등을 취합하게 된다. 이 업체는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위해 현재 2단계 사업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주문자제작 방식으로 어떤 제품은 달랑 1개만 생산할 때도 있다. 하지만 수량은 적지만 부가가치가 높다. 단가를 놓고보면 일반 가공기계가 ㎏당 1만~2만원인데 비해 감속기와 베어링은 ㎏당 100만원 정도 한다. 이런 메리트로 인해 하모닉 감속기 개발에 도전하는 기업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하모닉 감속기는 소형로봇에 많이 쓰이는데 특성상 부품이 워낙에 얇고 탄성이 있어야하기 때문에 내구시험에서 번번이 실패한다.” 이 회사가 하모닉 감속기 개발에 10년이 걸린 배경이다.

SBB테크는 2018년 10월 송현그룹에 인수합병돼 현재는 코스닥 등록기업이자 파스너업체인 케이피에프 자회사다. 2018년 기준 매출은 92억원이며 이 중 수출은 20억원 정도 된다.

모든 기계·장비·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기본 부품으로 한때는 '산업의 쌀'로 불린 베어링은 SBB테크의 주력 생산품목 중 하나다.
모든 기계·장비·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기본 부품으로 한때는 '산업의 쌀'로 불린 베어링은 SBB테크의 주력 생산품목 중 하나다. SBB테크가 생산하는 세라믹 베어링 전시 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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