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칼럼] 침소봉대에 관하여
[장태평 칼럼] 침소봉대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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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이사장(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중국의 이백은 과장법에 능했다. 늙어가는 흰머리를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이라 한다든가, 예쁜 여자를 나라의 존망과 연계하여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표현하였다. 과장법은 문학에서 주요한 표현 수단이다. 예술분야에서 과장법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쉽게 전달해줄 뿐만 아니라 재미를 더해 준다. 소설이나 시, 영화나 연극에서 극적인 표현이라는 것이 사실은 과장이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자연의 작은 움직임이나 마음속의 작은 생각을 끄집어내어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독자나 관객에게 실감 있게 그리고 쉽게 전달한다. 연극이나 영화에서는 과장된 행동도 가미된다. 추상 미술이나 실험 음악에서는 더욱 심한 경우도 있다. 예술에서의 과장은 어떤 의미에서 창의성의 표출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 생활에서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현실 생활에서 지나친 과장은 ‘침소봉대’라 한다. 침소봉대란 바늘같이 작은 일을 몽둥이같이 크게 불리어 말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사전에는 ‘크게 떠벌리는 것’이라 덧붙여서 나쁜 의미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어떤 사람을 비난하기 위해 그의 작은 실수나 흠을 크게 키워 비난한다든가, 조직의 의사결정을 방해하기 위해 그냥 넘어가도 될 만한 작은 일을 크게 키워 고집스럽게 반대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침소봉대는 대개 나쁜 목적이 숨어 있다. 작은 사실을 핑계 삼아 전반적인 것으로 과장하여 자기 뜻을 관철하고자 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전체적인 모습이 파악되지 않아 그 작은 것만을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는 침소봉대라 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침소봉대는 거짓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실은 사실이다.

아무리 사실이라 하더라도 침소봉대하여 의도를 입히면, 거짓 이상으로 사회에 혼란을 초래한다. 어떤 상업광고가 사실에 기초하지만 극적인 표현을 통해 상품의 효과가 침소봉대 된다면, 소비자의 판단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이는 잘못이다. 사실 최근 기업의 상업광고나 선전은 뛰어난 영상기술과 발전된 행동심리학을 이용하여 상품의 효과를 과장하거나 가격에 혼란을 주는 경우도 있다. 개인의 경우에도 SNS를 통하여 자신의 의견과 경험을 과장하여 소개한다. 주장하는 내용을 잘 표현하기 위하여 사실을 침소봉대하거나 심지어 슬쩍 거짓도 포함한다. 이런 과장이 자연스레 일상화되고, 죄의식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에 영향력이 큰 분야에서는 침소봉대가 죄악이 될 수 있다. 공표효과가 큰 주식시장에서 상장기업이 경영성과를 침소봉대하여 발표한다든가, 국민생활에 민감한 정부의 정책결정 또는 발표 시에 사실을 침소봉대한다면, 일반 국민들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리고 큰 부분을 오히려 작게 발표하거나 감추는 봉대침소도 문제가 크다. 위험스러운 과장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작은 사실로 큰 사실을 가리는 침소봉대나 큰 사실을 숨기는 봉대침소는 비록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죄악이다. 그리고 정치 활동에서도 침소봉대하여 상대를 공격하고 성명 등을 발표하여 갈등을 증대시키는 경우가 많다. 국민들을 속이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최근 정부는 원자력발전을 중단하고, 태양광 발전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이는 원자력의 위험을 침소봉대하고, 태양광의 친환경 요인을 봉대침소하는 측면이 크다. 정부정책의 결정은 감성적 사고나 단편적 사고를 피하고, 합리적이고 종합적인 사고와 적합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TV방송이나 유튜브 1인 방송에서 침소봉대나 봉대침소 사례가 일상화 되어 보도의 객관성이 상실되고 있다. 국민들에게 중요한 사안들이 객관적으로 보도되지 않고 있다. 이는 사회규범을 허물어지게 하여 사회를 혼란시킬 것이다. 사회를 극단적인 양극 세력으로 만들고, 이념화 시킬 것이다. 숙고가 필요하다.

선진국일수록 사람들은 원칙대로 행동한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규정과 법률을 정확하게 지킨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침소봉대나 봉대침소는 당연히 사회적 죄악이고,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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