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4개 증권사 차명계좌 우선 조사
실명제 도입 당시 계좌원장 복원 가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중소기업투데이 장영환 기자] 금융당국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위한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자본시장ㆍ회계 부원장(원승연)을 단장으로 하는 ‘이 회장 차명계좌 확인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 4개 증권사에 대해 2주 간 특별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사대상이 된 4개 증권사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 27개를 보유하고 있다. 금감원은 “차명계좌를 철저히 확인해 과징금이 적절히 부과되는데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4개 증권사에 대한 이 회장 차명계좌 검사 결과가 금융권 전반의 차명계좌 조사로 확대되면서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4개 증권사의 이 회장 차명계좌는 965억 원이지만, 금융권 전체로는 4조원대로 확인되고 있다.

금융실명제법 부칙 6조 1항에 따르면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차명계좌로 드러나면 해당 계좌에 과징금을 50% 징수할 수 있다. 그러나 1993년 8월의 계좌원장이 있어야 실명제 실시 이전과 이후의 차명계좌를 구분할 수가 있다. 이를 핑계로 그동안 금융권은 물론 금융위까지 이 회장 차명계좌 전체에 과징금 부과가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최근 지난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 당시 실명 전환한 계좌 원장을 은행권에서 보유하고 있거나 복원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실명제 당시 계좌원장이 없어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과 우리,국민,하나,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금융실명제 긴급명령 시행일인 지난 1993년 8월 12일 당일과 이전의 휴면계좌 원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제 남은 문제는 시간이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993년 당시 금융기록이 방대해 복원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복원이 끝나면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차명계좌 주인들은 꼼짝없이 과징금을 내야 한다.

앞서 지난 2월13일 금융위와 금감원, 국세청, 시중은행 등은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실명제 실시 이전에 개설된 차명계좌 실태 파악에 들어갔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금융사들에 1993년 8월 당시 계좌 원장 보유 여부를 집중 파악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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