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4.9. 서울 청작화랑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 담은 산수풍경화 20점 선보여
'서울-인왕산'(2005) 청와대에 걸려

오용길 한국화가 [이화순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이화순 기자] 겨우내 얼었던 땅을 깨우는 봄의 기운, 그 봄 소식은 꽃향으로 시작된다. 매화와 벚꽃, 산수유 등 아름다운 꽃들은 꽁꽁 얼었던 사람들의 마음까지 환하게 밝혀주고 웃게 한다.

한국화가 오용길(73)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근작 20여점을 26일부터 4월 9일까지 서울 압구정로 타워빌딩 청작화랑에서 선보인다.

그가 그린 산수풍경화를 보고 있으면 온갖 시름이 사라지는 듯하다. 출품작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四季)의 정취를 담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은 작품에 봄을 담았다. '봄의 기운' '봄의 기운-광양' '봄의 기운-梅香(매향)' '봄의 기운-산동' '봄의 기운-山家(산가)', '봄의 기운-사인암', '봄의 기운-인왕산' 등을 통해 매화꽃과 산수유가 흐드러지게 만개한 풍경으로 관람객의 마음을 빼앗는다.

그림을 보노라면, 그림 속 풍경 속에 들어가 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

오용길 '봄의 기운-산동'(94x170cm, 화선지에 먹과 채색, 2019년작)  [청작화랑]
오용길 작 '봄의 기운-산동'(94x170cm, 화선지에 먹과 채색, 2019년작) [청작화랑]

 

'유월-장미정원' '성하-만휴정'을 거쳐 붉은 홍시감이 풍성한 '가을서정-홍시'와 '가을서정-안동' '가을 서정-함양으로 여름을 지나 가을 정취에 흠뻑 빠졌다가 어느새 정신까지 맑아지는 '계류-봄이 오는 소리'를 맞이하게 된다.

"꽃 그림을 많이 그리는 이유"를 물으니 "제가 행복한 사람이어서인지 그냥 섬세한 꽃그림이 좋다"고 말한다.

안양에서 태어나 지금도 안양헤서 걱정없이 산다는 그는, 최근 피살된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부모가 맞은 집이라 시끄러웠던 것만 빼면 본인은 걱정없는 삶이었단다.

2념2녀의 막내로 중학교 입학전까지 어머니 옆에서 자며 자라서인지 감성이 여성적이고 섬세해 혼자 여자들 속에 있어도 불편함이 전혀 없었단다.

"마눌님과도 싸울 일이 없었다"는 그는, "푸근하고 조화로운 풍경, 감동적인 정취를 보면 저도 모르게 그리고 싶어진다. 제 걱정은 꽃이 지는 게 걱정"이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필묵의 쓰임과 채색의 방법을 철저하게 학습해 온몸으로 체득한 한국화가이다. 숙련된 손끝에서 나온 필묵은 짙음과 옅음의 정도를 자연스레 표출하고, 그 위에 선염된 채색은 화선지의 투명함과 청량함을 영롱하게 선사한다. 무엇보다도 오용길 풍경화의 특징은 서양 그림에서 사용된 시형식의 도입이다.

그는 서울예고 시절부터 익혀온 서양화 기법을 활용하여 기존의 산수화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구도를 도입했다.

오용길 '봄의 기운-인왕산'(53x65cm,화선지에 먹과 채색, 2019년작) [청작화랑]
오용길 '봄의 기운-인왕산'(53x65cm,화선지에 먹과 채색, 2019년작) [청작화랑]

작가도 자신의 그림을 전통적인 수묵 산수화가 아니라 지필묵채로 이룩된 풍경화라 명명한다. 원근과 소실점의 원리를 응용해 보다 객관적인 ‘실경(實景)’을 재현했다.

이화여대에서 재직했기에 그의 실경산수화의 대상 중 인왕산 그림도 많다. 올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서울-인왕산’(2005)이 청와대 본관에 걸린 것도 인왕산을 즐겨 그린 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하면서 TV를 통해 ‘서울-인왕산’은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졌다.

오 작가는 “이번뿐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 시절엔 이희호 여사가 팬이어서 3개월마다 제게 직접 작품을 빌려가서 청와대에 걸곤했다”고 말했다.

그덕에 정초에 청와대에서 소면 선물을 받은 기억도 있다. ‘서울-인왕산’ 같은 좋은 작품도 남기게 된 셈이다. 인왕산은 특히 조선시대 회화의 대표작인 겸제 정선의 ‘인왕재색도’가 있을 정도로 멋진 명산이라 화가로서 늘 도전해보고 싶은 대상이었다고 한다.

“인왕산을 볼 때마다 그리고 싶죠. 해 지는 어스름, 거무스름한 역광, 동트는 새벽 등 모두가 멋진 모습이지요.”

하지만 그의 실경이 반드시 자연 그대로를 그리는 것은 아니다.

“실경에 바탕을 두지만 사소한 거짓말도 한다”면서 화통하게 웃는 그는, “대상을 그대로 그리기엔 질서가 너무 없다. 나름의 질서를 위해 그림 속 조경을 새로 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퇴직 후에는 예술의전당 예술아카데미에서 1주에 4시간씩 학생들을 지도하고, 건강을 위해 테니스를 치곤 한다.

청작화랑과의 인연을 물으니 "손성례 대표가 다른 화랑과 달리 그림 판매 후 깔끔하게 정산을 해주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 80년대 후반부터 청작화랑과 7번째 개인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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