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이수경 교수]  한국 사회가 잃어가는 문화를 해외에서 간혹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특히 재일동포가 한국의 옛 문화를 간직하고 계승하는 경우가 많다. 그 속에서도 제사같은 전통의식은 한국의 여느 가정보다 일본에서 훨씬 본격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한 적이있다. 특히 이국 속의 마이너리티라는 특수성으로 가족친지와의 결속력도 비교적 강한 편으로, 뿌리가 있는 한반도와 태어나고 자란 일본 문화, 그리고 전통적 옛 문화를 계승하여 온 재일동포 문화, 이 세 문화를 가진 것이 재일동포의 특징이다. 현재 일본에는 해방 전에 건너 온 올드커머(舊정주자)와 1965년 한일 협정 이후 일본으로 건너온 한국계 뉴커머(新정주자), 그리고 재일중국 조선족 동포들도 이미 10만명을 넘는다. 그러다 보니 각자의 문화권에서 간직해 왔던 민속 풍습이나 전통 문화를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필자가 중소기업론을 논하는 것은 언어도단이고 역량 부족이다. 물론 대학원 때 일본의 기업전문가로 부터 경영론 집중특강을 들었고, 공인 통역회사를 경영하며 한일간 주요 업무와 기업경향을 발로 분석하 며 한일 각지의 기업을 보고 다녔던 적은 있다.

하지만 이미 시장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을 준비하는 대기업보다는 인간적 생활을 지향하는 新르네상스 도래에 대비하는 창업 혹은 기업 대를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100년 전에 누가 미네랄워터를 비싼 돈 주고 사먹는다고 생각 했을까? 누가 두부를 샐러드 감각으로 기내식으로 즐길 줄 알았을까? 그리고 기업의 재산은 사람을 우선하는 신뢰에 있음을 공유했으면 한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넓혀가면서 10년의 투자를 통해 전문성과 공신력으로 기반을 돈독히 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휘말리지 않고 고객을 확보하는 올곧은 방법이 아닐까?

사람의 양심, 그것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성장의 지름길이고, 우리 기업들이 소신 있게 지켜야 할 기본 좌우명이라고 할 수 있다. 김치 하나만 봐도 소비시장은 이미 건강과 미용을 우선으로하는 만국 공통점을 공유할 수 있는 시장개척을 원하고 있다.

일본의 오카야마현 마니와시에는 영국 유학서 돌아온 한 한국인이 ‘지자체 살리기’의 중심적 역할을 하고있다. 그 도시를 김치 제조시로 특화시켜서 오사카 등 관서지방의 김치 공급처가 되고 있고, 이미 사정거리에 들어온 시장 확대의 가능성을 믿고 지자체도 적극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동북지방 센다이(仙台)는 소혓바닥 요리로 유명한 곳인데, 그곳에서 최근 명물 요리로 돌솥비빔밥이 아닌 돌솥 라면이 부상하고 있다. 돌솥의 중후함과 고급성으로 일반 라면과는 크게 다르다. 뜨거운 돌 속에서 익는 면의 취향을 고객이 조절할 수 있고, 야채가 듬뿍 든 스프 맛이 누룽지 대신 진국이 되어 깊고 구수한 맛을 내기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장인 정신이 필요한 기업, 하지만 발상의 차이가 승부를 결정할 수 있는 만큼 과감한 발상이 기업을 좌우할 수 있다.

돌솥 라면…. 그렇다면 돌솥 만두 국, 돌솥 떡국, 돌솥 김치볶음 등의 전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처럼 우리 문화를 다양한 형태로 엿볼 수 있는 일본사회, 그들의 저변에는 왕인박사 이후의 한민족 문화와의 교류가 녹아내려 있고, 근대 재일동포를 통한 한국 문화의 기반이 한류 열풍을 받아들이는 원동력의 하나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구석 구석을 다니다 보면 우리의 전통문화를 즐기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헤이트 스피치나 아베수상과의 외교 문제 등 갈등을 빚는 뉴스도 난무하지만 정작 시민들 간의 아래로 부터의 교류 관계는 확대되고 있음을 기억하자. 그리고 상대가 우리 문화를 좋아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우리의 잊혀져 가고 변형되어가는 김치를 비롯한 문화유산의 맥락을 잇기위한 노력을 정부 뿐 아니라 기업도 사회의 주인의식으로 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의 김치예찬론은 이유있는 집착이었다. 하지만 은근히 이 집착이 무의미한 노파심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접하신 모든 분들이 매일 맛난 김치를 즐기는 한 해가 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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