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근로시간단축 적용기업 실태 조사…응답기업 25% 못 지켜
조사기업 70% ‘근로시간 단축으로 애로 호소’…관리부담·업무차질 순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중소기업투데이 박진형 기자] 주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됐음에도 이를 지키지 못하는 기업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근로시간 단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탄력근로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사용자측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상의)가 올해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받고 있는 대‧중견기업 31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기업실태 조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조사결과 응답기업의 24.4%가 주52시간 초과근로가 ‘아직 있다’고 답했다. 이는 시행초기였던 지난 8월 고용노동부 조사결과인 16.4%보다 8%p 높은 수치다.

상의 관계자는 “초과근로가 있다는 기업들은 R&D 등의 직무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납기를 맞추기 위해 당분간 초과근로가 불가피한 기업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주52시간 근로제 시행 5개월 동안 응답기업 10곳 중 7곳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애로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없다’(28.5%)고 답한 구체적 사항으로는 ‘근무시간 관리 부담’(32.7%) 가장 많았다. 이어 ‘납기·R&D 등 업무차질’(31.0%), ‘추가 인건비 부담’(15.5%), ‘업무강도 증가로 직원불만’(14.2%), ‘직원간 소통약화’(6.6%) 등이 뒤를 이었다.

상의 관계자는 “대·중견기업의 어려움도 상당한 가운데 대응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클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애로가 해소될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기보다는 정부가 현장애로를 면밀히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대응 유형으로는 응답 기업들은 ‘근무시간 관리 강화’(59.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유연근무제 도입’(46.3%), ‘신규인력 채용’(38.2%), ‘자동화 설비 도입’(19.5%) 순으로 조사됐다.(복수응답)

상의 관계자는 “당장 바뀐 법을 준수하고 단기간에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들을 먼저 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연 근무제필요성과 도입률
유연 근무제필요성과 도입률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로 응답 기업들은 ‘탄력적 근로시간제’(48.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선택적 근로시간제’(40.7%), ‘재량근로제’(17.4%), ‘간주근로제’ (14.5%) 등을 차례로 꼽았다.(복수응답)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필요하다고 답한 기업들에게 ‘단위기간에 대한 의견’을 묻자 58.4%가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1년으로 확대’가 31.8%로 가장 많았고, ‘6개월로 확대’는 26.6%였다. 반면, ‘현행 3개월도 충분’하다는 기업은 15.6%로 나타났다. 이외에 ‘현행 3개월이 부족하나 대응 가능’는 26.0%로 나왔다.

탄력근로제의 활용률은 높지 않았다. 탄력근로제 도입여부에 대해 묻자 ‘실제 도입했다’는 응답은 23.4%에 그쳤다. 선택근로제, 재량근로제, 간주근로제 등 다른 유연근무제도도 필요성에 비해 실제 활용률은 아직 낮은 상태였다.

제조업체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로제가 본격 실시되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최소 6개월은 돼야 생산대응이 가능한데, 현재는 최대 3개월밖에 안된다”며 “노조 반발로 도입도 어렵고, 짧은 단위기간이나 까다로운 운영방식 등으로 인해 도입해도 실익이 적다”고 말했다.

상의 관계자는 “기업들이 탄력근로제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위기간 확대, 노사합의 완화, 운영방식 개선 등이 필요하다”며 “정부 계도기간이 올해 말로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조속히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업도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일하는 문화’를 개선해 근무시간 효율성과 근로자 만족도를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국내기업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317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22일까지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전화 및 팩스 조사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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