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前 총리, 중소경제인정책연대 강연서 밝혀
이익공유, 대기업 ‘수혜’ 아닌 중소기업으로 ‘환원’
대기업과 종속관계,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정운찬 전 총리(현 KBO회장)가 중소경제인정책연대 9월 모임에 참석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정책'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정운찬 전 총리(현 KBO회장)가 중소경제인정책연대 9월 모임에 참석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정책'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중소기업투데이 황무선 기자]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전제부터가 잘못됐다. 최저임금을 올려주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한국경제는 저성장과 양극화가 심화돼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운찬 전 총리가 생각하는 현 정부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견해다. 10일 군인공제회관에서 개최된 중소경제인정책연대 9월 모임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을 대상으로 강연에 나선 그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정책’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이같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기업과 종속관계를 해결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정부가 먼저 중소기업에 대한 구매 범위를 확대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한 이익공유제를 제대로 시행한다면 상당한 문제들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현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문제점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 정운찬 전 총리.
현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문제점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 정운찬 전 총리.

“현재 정부는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주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한다고 하는데, 이로 인해 사회는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득성장이 효과를 보려면 먼저 수혜를 받는 모두가 취업된 상태여야 하는데, 이는 전제부터가 현실과 다르다”

그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취지는 좋지만,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를 조절해 가며 천천히 가야한다고 말했다. 수혜자들의 전제 조건이 다르고, 상황이 일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말하는 소득은 기대처럼 곧바로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이미 한국은 가계부채가 15000조에 이르는 심각한 위기 상태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최저임금을 천천히 올리도록 2022년까지로 목표를 수정하거나, 다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기업이 쌓아둔 돈이 ‘합법적으로’, ‘스무드 하게’ 중소기업으로 흐르도록 해야 한다”

정운찬 전 총리는 현재 10대 그룹 쌓아둔 돈은 무려 450조에 이르고 30대 기업까지 합하면 650조가 넘는 상황이라며, ‘대기업은 투자할 돈은 많은 데 투자할 곳이 없다'고 하고, '중소기업은 투자할 곳은 많은데 돈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경제문제는 ‘핵심첨단 기술'과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것이 문제”라며 “그렇다고 현 시대 무작정 규제만 푼다고 획기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년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들었고, '이익공유'와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 '정부의 중소기업으로 직접 구매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며 “현재 대한민국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단가후려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대기업들은 매년 매출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이익공유’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수혜가 아니라 바로 환원이다”고 역설했다.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어렵다는데 서울대학교 총장 4년과 총리도 해봤지만, 우는 사람에게 떡을 하나 더 준다. 그러나 무작정 우는 것만으로는 안되며 이론적 무장도 돼 있고, 용기도 있어야 한다. 또 세속적인 욕심도 없는 사람들이 무엇보다 앞에 나서서 떠들어야 한다. 작금에 '소득주도성장이 경제이론이 없다'는 이야기까지도 나오고 있지만 이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쓴다고 경제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정운찬 전 총리는 "모두가 상황이 같지 않은데, 그 결과가 같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이같은 이유로 '차등'하고 '천천히 가자'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강연장을 가득메운 중소기업 경제인들.
강연장을 가득메운 중소기업 경제인들.
강연을 경청하고 있는 사람들의 진지한 모습.
강연을 경청하고 있는 사람들의 진지한 모습.
강연을 마친후 참석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는 정운찬 전 총리.
강연을 마친후 참석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는 정운찬 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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