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관치 논란 속 ‘자산운용협회’ 설립 쟁점
손복조·황건호 후보 공약, 운용사들 적극지지

마지막 남은 금융권 협회장 자리인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전이 2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연임 가능성이  높았던 황영기 현 회장이 연임 도전을 포기한 데다, 유력후보로 꼽히던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고사 의사를 밝히면서 일단 유력 후보 없이 선거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과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 등 현직을 비롯해 정회동 전 KB투자증권 사장과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 등 4명이 12월20일 공모전에 이미 출사표를 던지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권 사장은 기술고시에 합격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20년간 공직 생활을 하고서 키움증권 모회사인 다우기술로 옮겼다. 2009년부터 키움증권을 이끌어온 그는 증권업계에서 장수 CEO로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손 회장은 1984년에 대우증권에 입사해 증권업계에 입문해 대우증권 사장을 지내고서 2008년 토러스투자증권을 설립해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다. 손 회장은 대우사태로 5위까지 추락했던 시장점유율을 3개월 만에 1위로 탈환했던 주역으로도 유명하다

3년 전에도 협회장 선거에 나섰던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씨티은행 출신으로 다이너스카드 한국대표, PCA자산운용 대표, 우리투자증권 사장 등을 거쳤다. 옛 NH농협증권, KB투자증권 등 여러 증권사 사장을 두루 거친 정회동 전 사장도 협회장 선거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금투협 후보추천위원회는 12월 20일부터 1월 4일까지 협회장 후보자를 공모한다. 후추위는 서류와 면접 심사를 거쳐 복수의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고, 1월 25일 회원 총회에서 241개 정회원사의 투표로 회장을 결정한다.

황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 4일까지다. 차기회장 임기는 3년간으로 2021년 2월4일까지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 56곳, 자산운용사 169곳, 선물사 5곳, 부동산신탁사 11곳 등의 회원사를 둔 협회로, 협회장은 회원사의 자율 투표로 선임된다.

이번 금투협 회장 선거에서 관심의 초점이 되는 부분은 ‘(신)관치’와 ‘업권별 분리’ 문제다.

‘신관치’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 달 말까지만 해도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던 황 회장의 연임 포기 선언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관료출신 올드보이들과 대기업 지원을 받는 인물들의 협회장 선출에 부정적인 것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황 회장은 삼성증권·삼성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대표적인 삼성맨 출신이다. 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들의 연임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과도 연결 짓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신관치’ 주장에 대한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우선 황 회장 연임포기의 핵심 이유는 현정부와 금융정책에서의 현격한 시각차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황 회장 스스로도 “정책방향이 제 생각과 다르거나, 건의사항이 통하지 않는 것을 보고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며 연임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으로 금투협 회장은 회원사들이 직접 투표로 선출하다 보니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금투협 출범 후 3명의 회장이 모두 업계 출신이었다. 황건호 1대 협회장과 박종수 2대 협회장, 황영기 3대 협회장 모두 증권사 최고경영자 출신이다.
 
‘신관치’와 함께 이번 금투협 회장 선거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업권별 분리’ 및 별도의 ‘자산운용업협회’ 설립이다. 최근 금융벤처 창업 열기에 불과 2년 새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전업 운용사가 100개 넘게 생겨나는 등 자산운용업의 덩치가 커지면서 독립적 협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4명의 후보 중 황성호 전 사장과 손복조 회장은 ‘금투협 업권별 분리’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황 전 사장은 자산운용 업계의 자체협회 설립을 약속했고, 손 회장은 증권업협회(선물회사 포함)와 자산운용협회, 부동산신탁협회 등 3개 협회 분리를 주장했다. 현재의 금투협은 지난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으로 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업협회를 통합해 출범했다. 손 회장은 “현재 대부분 증권사가 자산운용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으며 업권간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이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투협’과 ‘자산운용업 협회’ 분리 논란은 2011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소상공인연합회’가 분리될 당시의 상황과 흡사하다는 주장이 있다. 당시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 중심의 단체로서 700만에 이르는 소상공인들의 이익을 대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소상공인 단체 중 일부만이 중기중앙회 회원으로 가입돼 있었다. 이 같은 조건에서 결국 법 개정을 통해 별도의 ‘소상공인연합회’가 탄생한 것이다. 당시 중기중앙회의 반대가 매우 심했었다. 향후 ‘금투협’에서 ‘자산운용협회’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 현재 ‘금투협’ 내에서 (자산운용협회 분리에 대해) 증권사들의 반대가 제일 심하다.

한편 이번 금투협 회장 선거에서는 최근 논란이 됐던 ‘부금회(부산금융인회)’ 시비는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권용원(서울), 손복조(경북 경주), 정회동(충북 진천), 황성호(경북 경부) 등 4명의 후보 중 부산과 관련 있는 인물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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