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보급은 내 인생의 모든 것”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공자의 논어편에 나온 이야기다. 독일에서 30년 넘게 한국전통문화운동을 전개해 온 현호남 (사)문예원장은 ‘문화’를 알고 좋아하기를 넘어 ‘문화를 즐길줄 아는 사람’이었다.  어린시절부터 문화에 대한 남다른 호기심으로 꽉 찼던 현 원장은 이국땅에 정착하면서도 '문화사랑'에 대한 열정은 결코 사그러들지 않았다. 아이의 어머니이자 선교사로서, 사업가이자 문화운동가로 빈틈없는 삶을 이어온 철녀였다. 이미생활 30여년을 앞두고 아예 자신의 문화운동을 체계화하기 위해 '산다여'라는 사단법인을 만들었다가 최근들어 '문예원'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또 다른 인생항로를 시작했다. 문예원에서는 아이의 돌잔치에서 부터 성년식, 혼례, 폐백은 물론, 전통예절과 다도, 한지공예, 종이접기, 닥종이 인형 등 가장 한국적인 문화운동과 함께 교육을 전개해왔다.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1박2일 동안 전주에서 재외동포포럼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걸음에 한국을 찾은 현호남 원장이 지난 19일 여의도 소재 본사에 들렸다.

이날 현 원장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개인이든 국가든 격이 떨어진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문화는 결코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미 수차례 전주를 방문해 한옥마을을 비롯해 다양한 전통문화체험을 했지만 "전주는 늘 고향이자 어머니같은 포근함이 든다"며 한국문화에 대한 절절함을 피력했다. 현 원장은 그동안 한국문화전파를 위해 관련 자격증을 10개 넘게 땄다고 한다. 매년 한국에서 6개월 동안 상주하며 공부했다. 꽃꽂이에서 부터 종이접기, 비누공예, 종이 조각 등등.. 그녀의 한지공예 실력은 상해와 서울에서 전시회를 열 정도로 프로가 됐다.

2008년에는 아예 한국에서 한복과 한지, 닥종이, 가마 등 한국문화를 상징하는 소품들을 사서 한 컨테이너에 싣고 넘어갔다. 현지 시청을 비롯한 공공기관은 물론 독일 주재 한국 공관 문을 발이 닳도록 넘나들었다. 행사기획에서부터 비용조달, 보조요원 채용, 장소섭외 등 모든 일을 혼자 도맡아서 했다. 한복입기에서부터 다도, 한지 공예품 만들기 체험, 김치 담그기 등은 기본. 매년 열리는 다문화행사도 놓치지 않고 참가했다.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 혼을 심고 현지인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넓혔다. 지인들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도 수없이 들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운명”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그녀의 열정은 프랑크푸르트, 뮌헨은 물론 중소도시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한국문화원 개소식에 쉬발바크(Schwalbach)시장이 유력 신문기자 8명을 대동하고 와서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언론에 대서특필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해주었어요. 한국의 공관들과는 사뭇 다른 행동에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국 공관에서 개최하는 전통문화행사가 ‘보여주기식’ 짜깁기 행사에 그치는 사례를 꼬집기도 했다. 즉 공관 주도의 행사가 큰 도시를 중심으로 한두 번 공연을 하는데 그치다보니 광범위한 지역의 일반 독일 시민들과는 만나지 못하고, 소수의 관계자 중심 행사로 변모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현 원장의 지적이다.

홍익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한 현 원장은 1981년 남편과 함께 독일로 이민을 간 현 원장은 이민 초기부터 명품 삽인 <서왕모드>를 운영, 적지 않은 돈을 벌었지만 현재는 거의 바닥이 났다. 한국의 전통 문화보급에 모조리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연금마저 문화운동에 지출했다. 현 원장이 쏟은 금액만도 서울의 아파트 10여채 값은 될 정도라고 했다.

“독일 전역에 30여개의 한인회가 있는데 매년 한인회 행사 경품으로 명품 의류를 기부했어요. 당시 한인회 경품추첨 1위가 제가 기부한 의류이고 2위가 한국 왕복항공권이었어요. 이런 소식을 듣고 대학생들이 편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이들에게도 적지 않은 후원을 했습니다. 한국의 전통문화 운동을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어느 덧 60대 중반을 넘겼지만 여전히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었다. 지칠 법도 한데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 꿈이 있다면 자신이 30년 넘게 벌여온 한국문화운동을 한 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독일에서 한국문화의 가능성에 현 원장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400여명이 한복을 입고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광경을 보면 장관입니다. 현지인으로부터 벅찬 찬사를 받고 있지요. 독일의 젊은이들은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고 장년층 이상은 한국의 음식에 미칠 정도입니다. 아마 독일에서 한국음식점을 내면 대박이 날 겁니다”   박철의 기자 tie24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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