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수입협회 "가격 올리고, 수입 대기업에게만 유리"
"소비자와 중소업체들만 피해보는 만큼 충분한 검토 필요"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4캔 1만원'으로 편의점에서 싸게 파는 수입맥주에 세금을 기존 종가제에서 종량제로 바꾸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CU
'4캔 1만원'으로 편의점에서 싸게 파는 수입맥주에 세금을 기존 종가제에서 종량제로 바꾸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사진=CU>

최근 맥주 수입이 폭증하면서 정부가 과세체계를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제로 바꾸겠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수입맥주를 취급하는 업체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주류수입협회(이하 협회)는 지난 13일 입장문을 발표, 맥주 과세체계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11일 기획재정부 산하 국책 연구기관 조세재정연구원이 '맥주 과세체계 개편 공청회'를 열고 맥주에 대한 과세체계를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는 방안을 제안한 직후 바로 나온 주류수입 업계의 반응이다.

현재 주요 편의점들은 수입 맥주를 '4캔 1만원' 상시 할인 판매해 고객들은 캔당 2500원꼴로 살 수 있지만, 국산 맥주는 1캔에 2700원으로 할인 없이 판매한다. 일부 마트에서 수입 맥주는 '6캔 1만원' 할인 판매되기도 한다.

협회는 "국산맥주와 수입맥주 간 불형평성을 해소하자는 데서 출발한 과세체계 개편 논의에서 소비자 권익에 대한 논의는 배제돼 있다"며 "과중한 세금은 소비자 부담으로 귀결되며, 종량세로 전환 시 맥주뿐 아닌 전 주종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종량세로 바뀌게 되면 수출원가가 높아져도 ℓ당 세금은 동일하기 때문에 이를 빌미로 일부 해외 공급자는 원가를 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원가 상승은 곧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협회는 "과세체계를 바꾸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맥주를 생산하는 국내 대기업은 맥주 수입도 병행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를 안정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종량세로 국내 맥주뿐 아니라 수입맥주로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현실적으로 국산 맥주에는 제조원가에 주세와 교육세가 붙는다. 주세는 제조원가의 72%이고, 교육세는 주세의 30%다. 수입 맥주에는 수입신고가격에 관세가 붙은 원가에 72%의 주세가 더해진다. 국산 맥주 제조원가에는 판매관리비·영업비·제조사 이윤 등이 포함되어 있지만, 수입가격에는 국내 판매관리비와 이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결국 수입업체가 수입가격을 낮게 신고하면 세금을 적게 부담하고, 유통 과정에서 가격을 올려 팔 수 있는 구조다. 이같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정부는 현행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협회는 "종량세 전환 시 국산맥주는 세 부담이 낮아지지만, 수입맥주는 수입가격이 높은 경우 부담이 낮아지고 수입가격이 낮은 맥주는 세 부담이 높아진다"면서 "고가의 맥주를 수입하는 대기업은 국산맥주뿐 아니라 수입맥주 부문에서도 이중으로 세제혜택을 받게 된다. 양질의 해외 맥주를 발굴해 낮은 가격에 선보이는 수많은 국내 중소 수입유통사는 퇴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협회는 "단순히 일부에서 주장하는 국산맥주와 수입맥주 간 과세표준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종량세를 선택하기에는 소비자 부담과 중소기업 생존 문제라는 더 큰 부작용이 따른다"며 "시장 참여자 전체의 이해를 구해야 함에도 사회적 합의 없이 과세체계 개편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방향을 면밀히 재검토하고 지향점을 재설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한편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맥주 수입액은 전년보다 무려 44.9% 늘어난 2억6309만달러(한화 약 2811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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