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안팎으로 '우울증 촉발요인' 깔려...
경제, 특히 민생을 살리는 정치권-정부-靑 각성 시급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미중 무역전쟁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미중 무역전쟁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진=SBS뉴스 캡처>

■ 밖으로 미국·중국·일본에 치이고

대한민국 경제가 안팎으로 우울증 촉발요인에 갈팡질팡 갈짓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밖으로는 미중 무역전쟁에 이리저리 양쪽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인데다 세계 경제가 블록화하면서 보호무역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최근 수주 간 국제유가는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특히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이 장기화되고 국제 유가가 뛰면서 가스와 원유의 수입액이 급증하고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또한 오랜 불황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일본도 부담된다. 지난해만해도 대일 무역적자는 약 283억달러로 최근 5년 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주요 적자 품목은 부품소재 등 기계 산업 중간재 제품으로 반도체 제조용 장비가 약 53억8000만달러(19%)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역사적으로 대일무역수지는 1965년 일본과의 국교를 재개한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대일 무역적자는 2010년 약 361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5년 연속 개선됐지만, 2016년부터 다시 도돌이표를 찍으며 악화됐다. 이같은 만성적인 무역적자는 일본 수출 주력 품목인 자동차, 철강, 사무기기, 조선, 정밀기계, 광학기기 등이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랏서 완제품의 대일 수출이 부진할 뿐 아니라 한국의 산업 구조가 일본으로부터 부품소재 등의 중간재를 수입한 후 가공해 완제품을 수출하는 무역구조 탓이다.  

■ 안으로 최저임금 상승· 근로시간 단축· 불황지속·가계부채에 멍들고

안으로는 최저임금 상승과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심각하다. 경영계는 경영계대로,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불만과 불안이 폭증, 폭발 일보 직전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한꺼번에 올라 월급 주기도 힘들고, 주 52시간 근무제로 생산성은 떨어지는 동시에 설비 투자나 인력 채용은 돈이 없어 못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차 떼고 포 뗀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현실에서 임금은 오르지 않았다고 푸념하는 한편 주 52시간 근무제로 자칫 '가난하고, 저녁도 없는 삶'에 가위눌리는 상황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심지어 휴대폰 수출까지도 전년대비 시나브로 뒷걸음치고 있어 대기업이나 그곳에 중간재나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 모두 보릿고개를 넘는다. 여건이 이 모양이니 설비투자, 연구개발(R&D), 그리고 인력채용의 동력이나 여력도 가물어간다. 게다가 가계부채 1600조원 상회, 기업부채 1000조원·자영업자 대출잔액 550조원 육박은 금리가 급격히 오를 경우 우리 경제를 언제든지 '패닉(panic)'에 빠뜨릴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은 12일 한국은행 발표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도 당초 정부의 30만명은 고사하고, 10만명 대로 낮춰 잡은 지 오래다. [본 사이트 7월 12일자 韓銀 "올해 성장률 전망 3%→2.9% 하향 조정" 기사 참조]

■ 정치권 각성으로 '사회적 대타협' 이뤄야

외부요인은 우리가 손 쓸 수 없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uncontrollable variables)'라 어쩔 수 없지만 내부요인은 그나마 손 델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우선 40여일만에 다시 문을 연 국회부터 정신줄을 놓지 말아야 한다. 산적한 현안 중에 경제만큼 시급한 것이 없다는 공동인식 아래 맨날 구호에만 그치는 경제 개혁 입법, 동반성장 정책, 노사간 갈등 해소 방안에 대해 정치권이 아닌 국가 차원, 사회 구성원 전체의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 매번 버스가 떠난 다음 손을 흔드는 뒷북이 아니라 제발 '선제적 대응'이라는 개념을, 구두선이 아닌 실천적으로 국회에서 여야 막론하고 현실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늘상 나오는 '대증적 요법'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일단 급한대로 불을 끄되, 나중에는 그 불을 되살려 경제 성장에 옮겨 붙이는 중장기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는 각성해야 한다. '적폐청산'과 복지 강화는 지향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의 바탕이 되는, 그리고 국민들의 생활을 떠받치는 경제 문제가 최우선이다. 1992년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선 캐치프레이즈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처럼 경제, 특히 민생이 가장 절실한 정책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대통령이 움직일 때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그 승리가 '독이 든 성배(聖盃)'라는 점을 뼈아프게 느껴야 한다. 잠깐 승리에 취해 다음 총선과 대선을 그르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당청의 힘겨루기로 개혁을 물 건너 보내고, 지방균형 발전이라는, 용의 머리를 그리다가 뱀의 꼬리를 그렸던 불행한 과거를 거울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자유한국당이 빠졌던 늪, 더불어민주당도 '이념적 도그마(dogma)'에서 벗어나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인 지금 조선 후기 시대처럼 명분에만 집착하는 당쟁의 덫에라도 걸리면,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문재인 정부, 그리고 대한민국은 깊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만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보다 더 길고, 불행한 한국형 '고난의 행군'은 피해야 하는 것이 전체 정치권의 숙제이자 국정수반인 문재인 대통령의 책무라는 점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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