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노사 간극 커 협상 난항 예상...
사측 "산별 최저임금 차등화, 금액 조정" 주장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는 1만원을 훌쩍 넘는 1만790원을 제시했으나 경영계는 요지부동 동결을 요구했다.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는 1만원을 훌쩍 넘는 1만790원을 제시했으나 경영계는 요지부동 동결을 요구했다. <사진=YTN뉴스 캡처>

노사간 내놓은 내년 최저임금 제시안 간극이 더욱 커져 협상의 난항을 예고했다.

노동계는 1만원을 훌쩍 넘는 1만790원을 제시했으나 경영계는 요지부동 동결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다만 경영계는 산업별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을 노동계가 동의할 경우 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1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근로자위원측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을 시간당 1만790원으로, 사용자위원측은 7530원(동결)으로 각각 제시했다. 양측이 제시한 최저임금 격차는 3260원이나 된다.

근로자위원측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서는 두 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반면 사용자위원은 “올해 대폭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많다” 점을 근거로 동결을 요구했다.

앞서 근로자위원측은 지난 4일 열린 10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 기준 자체를 시급 7530원이 아닌 8110원으로 정해야 한다”면서 “이는 지난 5월 최저임금법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에 포함하게 됨에 따라 실질임금 인상효과가 반감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이날 회의에서도 근로자위원인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적으로 올랐던 효과가 반감으로 나타나 올해 꼭 1만원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사무총장은 "먼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한 이후, 여러가지 소상공인 어려움 등이 있다면 함께 정책적 요구를 해 같이 (해법을) 만들어나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만들어 놓고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어서 최저임금 산업별 구분 적용에 대해 이성경 사무총장은 “업종별 구분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것은 최저임금과는 연관이 별로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근로자위원측은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보다 43.3% 오른 1만790원을 제시했다. 역대 최대 인상률이다.

그러나 사용자위원측은 “올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으로 고용지표 악화, 영세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경영난 등 부작용이 많을 뿐 아니라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업종이 크게 늘었다”면서 동결에 집착했다.

다만 사용자위원측이 요구하고 있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실시할 경우 인상폭에 대한 수정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앞서 사용자위원은 4일 별도 기자회견을 갖고 산업별 구분을 주장했다.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 등이 많이 몰린 업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낮게 적용해 업계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논리다. 사실상 업종별 차등화 적용을 관철시키기 위한 전술로 분석된다.

이는 회의 이날 회의가 시작될 때부터 예상된 결과다. 모두발언에서 사용자위원인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최저임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사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적용이 가능한 것은 최저임금법에 명시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같은 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어려운 소상공인 문제나 각종 지표의 악화 등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의 사업별 차등화 적용을 하지 않는 것은 우리 위원들의 직무유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변했다.

이번 회의에는 최저임금위 전체 위원 27명 가운데 근로자위원 5명, 사용자위원 7명, 공익위원 9명 등 21명이 참석했다.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은 이번에도 전원 불참했다.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어제(4일) 민주노총 측과 전화통화를 해 빨리 (최저임금위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며 "다음 주부터 참석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처럼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을 연출함에 따라 향후 네 차례 남은 전원회의에서 격렬한 공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 류장수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오는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누차 말했지만, 반드시 지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으며, 회의를 마치고 나서는 “다음 회의에서 산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할 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민노총의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최저임금위 일정대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최저임금위는 오는 10~11일. 13~14일 모두 4회 전원회의를 앞두고 있다.

<표=최저임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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