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에서 EV 전환 주춤, “생산량 줄이거나, 증산 철회”
배터리 등 전기차 인프라에 대한 불신, “가성비, 안전성 문제”
할인경쟁 불구 수요감소, 해외 EV스타트업들 ‘파산’ 선언도

'2023 국제모빌티쇼'에 출품된 테슬라.
'2023 국제모빌티쇼'에 출품된 테슬라.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전기자동차(EV)로의 전환이 추세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28일엔 샤오미가 또 4000만원(한화)대의 저렴하고 ‘가성비’ 좋다는 EV를 생산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자동차시장 상황은 예상과는 다른 흐름을 보여 주목된다. EV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다시 내연기관을 선호하는 반동적 흐름까지 포착되고 있다.

이는 특히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인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로서도 예의주시할 만한 현상이다.

전기차 대중화에 대한 반작용이 가장 강한 곳은 유럽이며, 미국 등에서도 지금까지의 빠른 변화에 대한 반동의 조짐이 보인다.

지난 수 년 간 전 세계 자동차 판매에서 EV가 차지하는 비율은 급속히 증가해왔다. 2020년에는 불과 몇 %밖에 되지 않았지만, 2022년에는 10% 정도까지 상승했고, 2023년도 그 기세를 이어갔다. 그렇다면 이런 추세가 2024년에도 이어질 것인가. 적어도 단기적으로 EV붐이 한풀 꺾일 것이란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현상은 테슬라를 비롯한 EV업계의 치열한 할인경쟁에서도 엿볼 수 있다. 또 애플이 10년 간 공을 들여왔던 전기차 사업을 중단한 것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 중심의 전기차로 차별화를 기할 생각이었던 애플이 정작 중도 포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EV물량 홍수도 시장 정체의 원인?

역설적으로 중국 기업들이 EV를 홍수처럼 쏟아내는 것도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EV의 매력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8일에도 스마트폰 등을 생산하는 샤오미가 전기차를 직접 생산해 눈길을 끌었다. 일부 언론에선 “애플이 전기차 생산을 포기한 것과 맞물려, 중국의 ‘전기차 굴기’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꼽힌다”는 분석도 있지만, 실상은 좀 다를 수 있다.

샤오미뿐만 아니라 비야디(BYD), 샤오펑, 니오 등 중국 ‘전기차 굴기’가 거셀수록 시장에서 ‘역풍’이 불고 있다는 얘기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의 60%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고, 비야디는 지난해 4분기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 회사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보니 GM, 폭스바겐, 현대차, 도요타 등 메이저들도 중국의 물량 공세 앞에서 또 다른 선택지를 고민하고 있다. 생산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획기적인 기술적 차별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그런 가운데 미국의 대표적인 스타트업인 리비안, 폴스타, 루시드, 빈패스트, 피스커 등도 생산을 줄이거나, 일부 파산을 선언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때론 심하다 싶을 정도의 파격적 할인도 불사하고 있다.

'2023 국제모빌리티쇼'에 출품된 현대차 라인업.
'2023 국제모빌리티쇼'에 출품된 현대차 라인업.

WSJ, “할인만으론 경쟁력 유지 못해”

이에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주 “경쟁 심화는 화려한 전기 자동차에 대한 대폭적인 할인으로 이어진다”면서 “그러나 EV 자동차 제조업체의 경우 수요 둔화로 인해 조명을 얼마나 오랫동안 받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라고 진단했다.

WSJ 진단처럼 이제 EV 업계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EV의 본고장인 미국에선 이미 배터리로 구동되는 자동차와 트럭의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보니 포드, 테슬라 등 모든 메이커들이 수요를 활성화하기 위해 앞다퉈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특히 아직 초기 단계인 충전 인프라와 EV의 결함 등에 대한 불신도 늘면서 (하이브리드가 아닌) ‘완전 전기 자동차’로 전환하려는 구매자가 갈수로 줄고 있다. 특히 블룸버그는 “돈을 잃은(매출이 격감하는) 스타트업들은 남은 자금을 보존하기 위해 지출을 줄이고 투자를 연기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전기 픽업 제조사인 로드스타운 모터스(Lordstown Motors)와 배터리 구동 밴 회사 어라이벌(Arrival)과 같은 일부 기업은 이미 파산 신청을 했고, 또 다른 스타트업들은 최소 물량만 생산하고 있다.

WSJ는 특히 “저금리 시대와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 상장했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제 더 어려운 상황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면서 “그들은 현금 유출 작업을 안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들 모두가 ‘폭풍’을 이겨낼 수는 없을 수도 있다”고 다소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잇따른 EV 우선 정책 철회, 유보

엎친데 덮친 격으로 EV에 대한 각국의 우호적인 정책도 잇따라 파기 내지 철회되고 있다. 애초 EU는 “2035년에 내연기관차의 신차 판매를 금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엔 이를 철회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서도 2023년 9월에 휘발유차와 디젤차의 신차 판매 금지를 2030년에서 2035년으로 미룰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독일도 지금까지 EV 1대당 최대 4500유로를 지급했던 지원금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프랑스도 아시아에서 생산돼 자국으로 수입되는 EV를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처럼 EU 및 유럽 주요 국가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향후 EV 전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시장분석기관 IRS글로벌은 특히 미국에 주목했다. 미국에선 2030년까지 자동차 판매량 중 절반을 EV로 만들기 위해 IRA(인플레이션 억제법)에 의한 감세 조치 등이 도입됐다. 그러나 판매는 다소 증가하고 있지만, 증가율은 기존에 예상했던 것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2023년 12월의 딜러 재고는 역대 최고 수준에 달했다”는 것이다.

IRS글로벌은 “자동차 시장에서는 EV가 이미 미국의 서해안과 동해안의 얼리어댑터에게 다 퍼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특히 2024년 대통령 선거를 ‘EV 반동’의 한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즉 “EV 우대를 비판하는 트럼프 정권이 부활하게 되면 지금까지의 EV 관련 정책이 크게 전환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2023 국제모빌리티쇼'에 출품된 아우디 라인업.
'2023 국제모빌리티쇼'에 출품된 아우디 라인업.

기존 EV 메이저들 애초 생산목표 수정 내지 취소

이처럼 EV 추세가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면서, 일부 발빠른 자동차 회사들은 지금까지의 전략을 재검토하는 모습도 보인다.

GM은 본래 지난 2023년 12월에 “2035년까지의 전체 차량 전기화”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엔 “고객의 상황에 맞춰 조정할 것”이란 입장으로 바뀌었다. 이미 GM은 지난해 10월에 “2024년 상반기까지 40만 대의 EV를 생산할 것”이라는 기존 목표를 철회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일부 모델의 투입을 연기하거나 생산 능력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포드 역시 EV를 위해 계획했던 120억 달러의 투자를 연기했으며, 폭스바겐도 20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었던 독일의 새로운 EV 공장 건설 계획을 취소했다.

현재 생산 중인 EV에 대해서도 주요 메이저들은 할인 경쟁으로 현상을 지탱하고 있다. 그러나 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 EV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선행 투자 비용의 증가로 인해 더 이상 차량 가격을 낮추거나, 오래 지속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로선 당연히 수요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EV성장세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과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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