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고금리 지속, 기업 재무적 안정성·수익성 악화 가속”
자동차, 조선 등 특히 취약, ‘반도체, 의약은 상대적으로 양호‘

'스마트팩토리 2023'에 출품한 첨단 스마트 장비 제조업체들 부스.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스마트팩토리 2023'에 출품한 첨단 스마트 장비 제조업체들 부스.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지난해 내내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올해 상반기에도 금리인하 기대감이 위축되면서, 특히 국내 제조업체들의 이자부담 증가에 따른 재무적 부담이 더욱 커지고,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최근 산업연구원은 “단기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되는 경향이 있고, 업종별로 직면하는 경영환경이 다르다”면서 금리 인상 국면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제조업 분야 1만2057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23년 제조업 전체 기업들의 부담금리는 4.7%로 상승,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9배로 하락했다.

산업연구원은 “유동비율(재무 안전성) 100% 미만이면서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인 기업을 위험기업으로 보았다”면서 “특히 16개 업종을 위험기업 비중에 따라 위험·주의·양호 산업군으로 구분한 결과, 위험 산업군(위험기업 비중이 25% 이상인 업종)은 자동차부품, 조선, 자동차, 디스플레이, 가전이 많았다”고 밝혔다.

고금리 기조로 외부 경영환경 악화

구체적으로 보면 2021년부터 급등한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하반기에는 예상보다 빨리 둔화하면서 주요국의 긴축 기조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위축됐고 올해 상반기에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23년 초부터 기업대출금리는 5%대를 유지한 반면, 3분기까지 제조업 매출액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은 크게 하락했다. 이에 산업연구원은 “기업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부터 지속된 높은 수준의 기업대출금리의 영향으로 시차를 두고 올해부터 제조기업의 재무적 안정성·수익성 악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높은 금리는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투자활동을 저해하고 한계기업이 증가해 제조업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자료= 한국은행, 산업연구원
자료= 한국은행, 산업연구원

또한 금리가 2%(200bp) 인상된 결과, 기업들의 평균 부담금리는 3.3%(2022년)에서 4.7%(2023년 예상)로 상승했다. 특히 석유제품, 철강, 가전, 섬유 업종에서 비교적 크게 상승했다. 이로 인한 이자보상배율은 2.5배(2022년)에서 1.9배(2023년 예상)로 하락했다.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큰 업종은 반도체, 석유제품, 석유화학, 정밀화학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는 정도에 따라 위험 산업군, 주의 산업군, 양호 산업군으로 구분하고, 제조업 전체 기준으로 살펴보면, 2022년 위험기업 비중이 17.7%였으나 금리 인상 후에는 22.5%로 약 5%p 증가했다.

세분화해서 제조업 내 16개 업종을 보면 위험기업 비중 25% 이상, 15% 이상 25% 미만, 15% 미만으로 구분됐다.  그 중 위험 산업군에 속하는 업종으로는 자동차부품, 조선, 자동차, 디스플레이, 가전이 있다. 주의 산업군에 속하는 업종은 석유화학, 정밀화학, 기계, 철강, 섬유, 전지 등이 들어있다. 양호 산업군은 반도체, 통신방송장비, 의약, 컴퓨터, 석유제품으로 나타났다.

재무적 안정성, 수익성 높일 지원 필요

산업연구원은 특히 '지난해 3분기까지의 이자보상배율과 매출액영업이익률 추이'를 분석,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석유화학, 금속제품(철강 업종과 유사), 기계전기전자, 운송장비(자동차, 조선 업종과 유사) 업종의 경우 지난해 1~3분기에 걸쳐 이자보상배율과 매출액영업이익률이 전년대비 하락한 것으로 관측됐다.  2023년도 영업이익 또한 전년대비 낮아졌다.

반대로 자동차 업종의 경우 주요 기업인 현대차와 기아가 2023년 최대 영업이익 신기록을 달성했다. 해당 기업들의 합산 영업이익은 2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이같은 분석 결과를 보면, 제조업 전반의 재무적 안정성·수익성을 높이고, 중·장기적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별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르면 우선 위험기업 비중이 업종별로 편차가 크다는 점을 감안, 위험 산업군과 주의 산업군에 대한 모니터링과 정책적 지원이 집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위험기업 비중이 높은 업종과 채무불이행 시 파급효과가 큰 기업에 대한 선별적 모니터링과 지원이 절실하며, 이에 대한 금융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출처=산업연구원
출처=산업연구원

다음으로 “고금리는 자원의 재분배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므로, 이러한 경영환경에서 기업들이 더욱 합리적인 경영 방식을 찾아내고 구조조정을 수행하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기업활력법이나 기촉법 등을 적극 활용해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이 활성화되고,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국가의 부담을 경감시켜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구조조정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근로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확충 또한 필수적”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또한 고금리로 인해 기업들의 장기적인 투자 여력이 위축된 상황에서 시급한 자금난 해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경영자금 융자 지원책도 주문했다.

특히 “친환경, 디지털 전환 등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요구되는 더 높은 수준의 기술 역량을 조기에 확보하도록 연구개발(R&D) 수행 시 저금리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후변화 규제 대응에 대비할 수 있도록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한 관련 시설투자, 핵심부품 효율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 추진 등에 대한 정책 자금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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