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대상 신규 서비스·보상판매 프로모션 강화
사업 개시 100일, 중고차 업계 영향 “아직은 미지수”

지난해 10월 경남 양산에 문을 연 현대차 인증중고차 상품화센터. [현대차]
지난해 10월 경남 양산에 문을 연 현대차 인증중고차 상품화센터. [현대차]

[중소기업투데이 노철중 기자] 지난해 공식 출범한 현대차·기아 인증중고차 사업이 시범 단계를 지나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고객 유치를 위한 각종 서비스를 신규 론칭하고 물량 확보를 위한 새로운 프로모션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현재로선 사업 개시 이전부터 무성했던 ‘대기업이 중소 중고차 매매 업체들의 생계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출범 초기 실적은 파급력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향후 현대차·기아가 고객 대상 서비스와 프로모션을 확대하고, 현재 3곳인 인증중고차 상품화 센터를 추가로 열 계획이어서 중소 중고자동차 업계의 향후 대응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2월1일 인증중고차 사업 개시 100일을 맞아 현대차는 출범 후 100일 동안 1057대 판매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현대차의 인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경매로 넘긴 물량, 소비자로부터 사들였다가 되판 타 브랜드 차량 등을 더하면 지난 100일간 판매 실적은 총 1555대로 집계됐다. 올해는 1만5000대 판매가 목표다.

이 목표치는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제시한 현대차·기아와 중고차 업계 간 사업조정 권고안에서 규정한 판매 대수 제한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권고안에 따르면, 현대차는 사업 개시 후 1년(2023년 5월1일~2024년 4월30일, 당시 사업 개시일 기준) 동안은 전체 중고차 판매량의 2.9%, 이후 1년 동안(2024년 5월 1일~2025년 4월 30일) 4.1%를 판매할 수 있다. 기아의 경우 각 2.1%, 2.9%로 제한했다.

업계에선 대체로 연평균 중고차 판매 대수는 250만~280만대 수준으로 추정하는데, 이를 근거로 현대차가 사업개시일 첫 해 판매할 수 있는 인증중고차 대수는 7만2500~8만1200대 수준이다. 이에 중고차 업계는 현재로선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임영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최근 머니S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기업 진출로 모두가 끝난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종사자들이 사명감을 갖고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면서 우리 스스로도 유통을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다.

기아 인증중고차 차량 하부 검사 모습. [기아]
기아 인증중고차 차량 하부 검사 모습. [기아]

현대차·기아, 고객 서비스·상품 판매 프로모션 공세

현대차·기아는 최근 고객 서비스를 확대하고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중고차 매입량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7일 신형 전기차(EV) 판매에 보상판매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보유한 차량을 인증증고차 서비스를 통해 매각하고 현대차 EV(아이오닉5·6, 코나 일렉트릭) 신차를 보상금, 할인 혜택을 받아 저렴하게 사는 방식이다. 판매할 수 있는 기존 보유 차량은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 EV 모두 포함된다. 현대차가 이처럼 보상판매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인증중고차 판매 물량을 보다 많이 확보하고 신형 EV 판매를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아는 인증중고차를 실물로 보고 전문가와 1대 1 구매 상담을 할 수 있는 오프라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증중고차 판매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실물을 직접 보고싶다’는 고객의 요구가 많아 이번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는 게 기아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월 1회 정규화해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3년 판매 목표를 5000대로 잡았으나, 사업 시작 후 100일 간 판매량이 1500여대 수준에 그쳐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강희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에 대해 ”인증중고차 판매 대상을 5년·10만km 이내 무사고 차량으로 한정했고 이로 인해 판매 가격이 높게 책정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업체에서 판매하는 차량이 가격 경쟁력에서는 앞선다는 설명이다.

사업조정 권고기간 내년 만료...이후 향배는?

최근 현대차·기아가 공격적으로 중고차 매집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현재는 사업조정 권고안의 제한 사항이 있어 당장 큰 영향은 없다“면서도 ”대기업이 막강한 마케팅을 무기로 매집 차량을 대량 확보할 가능성이 있어 이점은 우려스럽다“고 이강희 부장은 말했다. 이에 따라 ”사업조정 권고안 만료 시기가 내년 5월까지 인데, 이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최근에는 KG모빌리티도 인증중고차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고차의 품질을 높이고 허위·미끼 매물을 근절한다는 차원에서 인증중고차 제도는 필요하지만, 영세 중소업체·소상공인 보호 측면에서는 다소 위험 요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차의 중고차시장 진입에 있어 정부가 사업조정 권고안을 제시한 이유다.

2025년 4월말 권고안 효력이 만료되고 이후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초 중고차 업계가 우려했듯  대기업이 시장을 잠식할지, 아니면 보다 건전한 중고차 시장 생태계가 만들어질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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