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국제공동연구, 기술 교류․이전, 물적·인적·사회적 인프라 구축”

'CES 2024'에 출품한 한국 기업의 부스에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든 모습.
'CES 2024'에 출품한 한국 기업의 부스에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든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한국이 새롭게 경제적 도약을 이루고,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역설적으로 ‘나홀로’ 보다는 효과적인 교류를 통한 전략적 글로벌 기술협력이 필수적이란 진단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는 6일 “세계적인 환경·사회문제들과 경제성장률 둔화, 가속화되는 기술개발과 기술패권 경쟁, 개별 국가의 한정된 예산과 인력 등의 난관을 슬기롭게 돌파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면서 이같은 전략을 제안했다.

이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R&D 비용은 명목 PPP(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1196억 달러로, 이는 미국의 7분의1, 중국의 6분의1, 일본의 3분의2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과학기술 연구인력은 2019~2023년에 걸쳐 800명이 부족했으나, 2024년부터 2028년까지는 무려 4만7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불과 5년 사이에 약 60배 수준으로 과학기술 인력이 부족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에 “우리나라가 초격차 기술 선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이러한 예산 및 인력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오픈 이노베이션’을 주도하며 글로벌 기술협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무역협회는 ‘글로벌 기술협력’의 정의를 새롭게 했다. 즉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국제공동연구, 기술 교류, 기술 이전, 이를 위해 발생하는 물적·인적·사회적 인프라 구축 등 제반의 활동’이다.

“최근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역시 정부의 산업기술국제협력사업 참여 등을 통해 글로벌 기술협력을 수행하는 사례를 접할 수 있다”면서 “이같은 국내외 산·학·연 간 국제협력은 매출액 및 수출 실적 증가, 해외 우수특허 확보 등의 긍정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글로벌 기술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무역협회는 “그러나 한국은 미국, 영국 등 주요국에 비해 글로벌 기술협력이 부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논문이나 해외 지원에 힘입은 R&D 비율 등을 꼽았다. 이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 국외협력 논문은 총 2만7281건인데, 이는 미국의 8분의1, 중국의 6분의1 수준이다. 또 국가별 총연구개발비 중 해외 재원의 비중을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 0.3%에 불과해서 36개국 중 34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한 ‘파트너십 구축’ 전략을 추진 중이다. 독일은 ‘중소기업 지원’에 초점을 두고, 일본은 ‘글로벌 문제 대응(SDGs)’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중국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기존의 국내 단독 개발 중심의 폐쇄형 방식에서 벗어나, 향후 글로벌 기술협력을 확대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무역협회는 우리나라의 초격차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글로벌 기술협력 촉진방안을 플랫폼(Platform), 정책(Policy), 파트너십(Partnership) ‘3P 전략’으로 제시했다.

첫째는 핵심역량 내재화를 위해 글로벌 기술협력 거점인 ‘국제 선진기술 공동개발 허브’를 국내에 구축하는 ‘플랫폼(Platform)’ 전략이다. “우리나라의 기술격차 원인은 ‘R&D 인프라 부족’이 2위로 지목된 만큼, 기술·인재 등 국내외 소프트파워가 모여 교류할 수 있는 협력거점이 필수적”이란 얘기다.

협회에 따르면 특히 IMEC,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같이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가진 자생적 연구 집적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브 내에 해외 우수 산·학·연도 적극 유치해 국내외 연구역량이 결집된 오픈 이노베이션을 도모해야 한다.

이와 함께 협력거점이 개방형 혁신을 촉진하는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똑똑한 실패’를 창출하는 도전적 글로벌 기술협력을 지원할 필요도 있다. 또한 연구자들이 중장기적으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국가연구개발사업 수행 관련 행정부담을 완화하는 등 연구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둘째는 글로벌 기술협력에 친화적인 제도를 운영하는 정책(Policy)과 전략이다. “현행 우리나라의 제도적 인프라는 글로벌 기술협력에 적합하지 않다”면서 “특히 국제공동연구는 상이한 규범을 가진 주체와 협력해야 한다는 특수성이 있으며, 성공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특화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따라서 거버넌스, 규제, 통계 등의 제도를 글로벌 기술협력이 용이하도록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제도적 구심점인 범부처 통합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부처 간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글로벌 표준·규범 관련 영향력을 강화하고, 중복 산재된 해외거점을 효율화해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한다. 또 “규제개선의 경우,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서 사라진 기존의 특례규정을 다시 되살려야 한다”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와 부합하는 통일된 기준을 정립, 글로벌 기술협력의 마중물을 제공하고, 국제공동연구의 성과를 확보하기 위한 협상력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셋째는 기술협력대상국을 전략적으로 선정하고 신뢰에 기반해 공동 대응하는 ‘파트너십’(Partnership) 전략이다.

이에 대해 협회는 “글로벌 공동연구는 상당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원활한 글로벌 기술협력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상호 신뢰를 형성하고 정책적 일관성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특히 글로벌 기술협력 로드맵 구축을 통한 전략적 대응과 함께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술선진국과 협력할 때는 협력대상국은 원천기술 개발하고, 한국은 응용 산업기술을 개발, 실증하는 등의 상호보완적 협력이 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분야별 비교 우위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대안적 ‘다자협력 협의체’에 초창기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다자 글로벌 기술협력을 주도할 수 있도록 기술·인재 등 소프트파워를 키워야 한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특히 글로벌 기술협력이 최적의 해법이라고 판단되는 분야에 대해선 과감한 규제개선과 생태계 조성 등의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우리나라가 글로벌 기술협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초격차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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