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세계화에 대한 반감, 안정적 공급망 필요성 등 작용
하나금융硏 분석, ‘美, 우방국 중심 공급망’ vs ‘中, 굴기 지속’

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기술과 제품을 출시한 'CES 2024' 전시장 모습. 
세계 수많은 기업들이 기술과 제품을 출시한 'CES 2024' 전시장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현재의 미·중 갈등 국면을 “팬데믹 이후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며 새로운 측면에서 조명한 시각이 나와 주목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세계경제를 휩쓴 팬데믹이 지나가고 나서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면서 “특히 경제의 수출 및 제조업 의존도가 높고, 주요 교역 상대국이 미국과 중국인 우리나라로선 이같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이 한국 경제사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르면 세계화에 대한 반감이나, 안정적 공급망 확보 필요성,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등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이유로 꼽힌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성장세 위축과 일자리 감소로 자유무역과 세계화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확장이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2020년 이후 팬데믹과 전쟁, 이상기온 등 지정학·지경학적 리스크가 빈번해지며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교역환경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연구소는 무엇보다 “공급망 재편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은 미·중의 패권 경쟁”이라며 “중국은 2050년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중국제조 2025’ 로드맵을 발표했고, 미국은 중국을 자국의 전략적 이익에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규제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5G 컴퓨팅 등 디지털 기술의 발달도 글로벌 공급망을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 눈길을 끈다.

연구소는 일단 미국과 신뢰할 수 있는 우방국 중심의 첨단기술 공급망이 구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반도체, 인공지능, 생명공학 등 국가의 산업경쟁력 뿐만 아니라 군사적 역량과 직결되는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 중국의 이른바 ‘굴기’를 무력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 세액공제 혜택과 대규모 보조금 등으로 미국 내 생산 기반을 재건하고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을 공고화하며 ▲수출·투자·금융 제재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넷제로(Net-Zero) 정책과 인권 이슈를 내세워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도 나름대로 대응책을 구사하고 있다. 일단 자원의 안정적 수급과 함께 신흥국을 포섭함으로써 새로운 공급망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일대일로’ 회원국들과 투자협정을 체결, 필수 원자재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특히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의 무기화에 대비, 위안화 국제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 중·러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펼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국가에 접근, 세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을 대상으로 중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 드론, 전기차 등 신성장 산업에 대한 공급망을 강화한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이에 연구소는 “앞으로 자원부국들의 위상이 강화되고, 일부 국가들의 ‘제2의 중국’을 향한 레이스, 과잉투자에 따른 위기 가능성 등을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면서 “노동, 식량, 원자재 등 핵심자원의 안정적인 수급이 중요해 짐에 따라 자원부국의 위상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으로 인도,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은 고령화 등으로 경제성장이 제한될 수 있는 2050년이 되기 전에 ‘제2의 중국’이 되기 위한 경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