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AM 실증 작업 본격화...컨소시엄 별 경쟁 치열
현대차, KT, SKT, LG U+ 등 대기업 참여
현대차, UAM 기체 자체 개발 ‘차별점’
... S-A2, 승객안전 최우선, 인간중심 디자인 설계

슈퍼널 CTO 벤 다이어천, 현대차·기아 AAM본부장 겸 슈퍼널 CEO 신재원 사장, 현대차·기아 글로벌디자인본부장 겸 CCO 루크 동커볼케 사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자체 개발한 AAM 기체 'S-A2'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슈퍼널 CTO 벤 다이어천, 현대차·기아 AAM본부장 겸 슈퍼널 CEO 신재원 사장, 현대차·기아 글로벌디자인본부장 겸 CCO 루크 동커볼케 사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자체 개발한 AAM 기체 'S-A2'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중소기업투데이 노철중 기자] 공상과학영화에서 자주 봐왔던 하늘 위 도로가 실현될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그 시작은 2025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8일 전남 고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센터 내 도심항공교통(UAM) 실증단지에서 국내 첫 UAM 기체 ‘오파브(OPPAV)’가 날아올랐다. 이날 비행은 오파브의 소음 측정을 위해 이뤄졌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한국형 UAM(K-UAM) 로드맵’을 확정하고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민관합동 대규모 실증사업인 ‘K-UAM 그랜드 챌린지(GC)’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말 서비스를 개시하고 2030년 전국으로 확산, 2035년 이용 보편화를 단계적으로 실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2040년 글로벌 UAM 시장 규모가 731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UAM은 기체 개발, 통신망 구축, 이착륙 인프라 확보, 운항 관리, 보안 등 산업 간 협업이 필수적인 사업이다. 이에 GC에는 정부와 5개 공공기관을 비롯해 건설, 항공, 통신, 모빌리티 분야 주요 대기업으로 구성된 총 7개 컨소시엄이 참여하고 있다.

대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에는 ▲K-UAM 원팀(현대차, 대한항공, KT, 인천공항공사, 현대건설) ▲K-UAM 드림팀(SK텔레콤,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티맵모빌리티) ▲롯데 K-UAM 컨소시엄(롯데정보통신, 롯데건설, 민트에어) ▲UAM 퓨처팀(카카오모빌리티, LG U+, GS건설) 등이다.

총 7개 컨소시엄, 실증단계 본격 돌입

2020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K-UAM 로드맵. [국토교통부]
2020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K-UAM 로드맵. [국토교통부]

흥미로운 점은 이들 컨소시엄이 저마다 사업의 장점을 살려 차별성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참여한 퓨처팀은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빈틈없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유통 강자 롯데가 참여하는 롯데 컨소시엄은 호텔, 마트, 대형 쇼핑몰 등을 이착륙 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11개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UAMitra 컨소시엄은 화물 운송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자동차가 참여한 ‘K-UAM 원팀’은 지난해 11월 인천광역시와 UAM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수도권 연계 서비스를 위한 기반을 마련한 상태다. 더불어 UAM 기체 테스트 측면에서도 인천시에 위치한 수많은 섬들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KT의 인공위성을 활용해 통신 사각지대를 없애 기체 운용 능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원팀에서 현대차는 기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전기차, 수소전기차(FCEV), 수소에너지, 자율주행, 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UAM의 핵심기술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드림팀은 미국 조비 에비에이션((Joby Aviation)과, 퓨처팀은 영국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Vertical Aerospace)와 기체 관련 협업을 추진하는 반면, 원팀은 기체 자체 개발이라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실증 단계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오파브를 사용하다가, 2028년 상용화 예정인 현대차의 기체 ‘S-A2’를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S-A2의 실물 모형을 공개했다. S-A2는 2020년 CES에서 비전 콘셉트 ‘S-A1’을 제시한 지 4년 만에 새로 공개된 모델이다. 기체 개발은 현대차그룹의 독립 법인이 슈퍼널(Supernal)이 추진하고 있다.

S-A2는 전장 10m, 전폭 15m로 조종사 포함 5명이 탑승할 수 있다. 기체는 총 8개의 로터(Rotor)가 장착된 주 날개와 슈퍼널 로고를 본뜬 V자 꼬리 날개, 승객 탑승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이 기체에는 틸트 로터(Tilt-Rotor) 추진 방식이 적용된다. 회전 날개인 로터가 상황에 따라 상하 90도로 꺾이는 구조를 통해 이착륙 시에는 양력을 얻기 위해 로터가 수직 방향을 향하다가 순항 시에는 전방을 향해 부드럽게 전환된다.

틸트 로터 방식은 현재 AAM(Advanced Air Mobility, 미래항공모빌리티)에 적용되는 추진 방식 가운데 가장 혁신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작동방식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수직 이착륙 시 8개의 로터 중 전방 4개는 위로, 후방 4개는 아래로 틸트되는 구조는 슈퍼널이 업계 최초로 도입하는 독자적인 방식이다. 최대 400~500m 고도에서 시속 200km로 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상용화 시 도심 내에서 약 60km 내외의 거리를 비행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 분야 폭넓은 스펙트럼 장착

CES 2024에서 공개된 현대차그룹 AAM 기체 'S-A2'. [현대차그룹]
CES 2024에서 공개된 현대차그룹 AAM 기체 'S-A2'. [현대차그룹]
CES 2024에서 현대차그룹 슈퍼널이 공개한 차세대 AAM 기체 'S-A2' 내부모습.
CES 2024에서 현대차그룹 슈퍼널이 공개한 차세대 AAM 기체 'S-A2' 내부모습.

현대차가 기체의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꼽는 만큼 S-A2는 로터마다 모터를 이중으로 배치해 고장 등 문제가 생겨도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야간 및 여러 기상조건에서도 계기와 관제 지시에 따라 안정적인 운항이 가능하도록 제작해, 2028년까지 상용 항공업계와 동등한 안전기준을 만족하는 기체로 출시할 계획이다.

도심 위를 비행하기 때문에 소음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S-A2는 전기 분산 추진 방식을 활용해 운항 시 소음을 45~65 데시벨(dB)로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식기 세척기의 작동 소음 수준이다.

안전뿐만 아니라 승객 편의성을 높이는 인간 중심적 디자인도 눈에 띈다. 기체 외관은 날개에서부터 착륙 장치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부드러운 형상으로 어우러져 역동성이 돋보인다. 기체 내부의 경우, 경량화된 탄소섬유 소재의 캐빈은 조종석과 4인 승객석을 분리해 조종사가 안전한 비행에 집중하도록 하면서도 수하물을 적재할 수 있는 추가 공간을 확보해 준다.

인체공학적으로 조형된 시트는 승객에게 안락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수직 비행시 충격을 완화하도록 설계됐다. 시트 사이에는 마치 차량과 같이 넉넉한 수납 공간과 스마트폰 충전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센터 콘솔이 적용된 점 또한 눈길을 끈다.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기체는 배터리도 매우 중요하다. 우수한 충·방전 성능과 경량화, 안전성을 두루 갖춘 AAM용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의 슈퍼널 R&D 부문과 현대차·기아 배터리개발센터, 현대모비스가 지속 협업할 계획이다.

UAM 생태계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체 개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항공 산업 전체의 협력이 필요하다. 현재는 정부와 관련 산업 선두 기업들이 협력해 K-UAM 생태계 완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 주도의 K-UAM 사업이 마무리되면 각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가장 폭넓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UAM 경쟁에서 어떤 위치를 획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