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자율주행차 최대 2천개 반도체칩 사용
현대모비스 중심 개발 진행...최근 국내 팹리스 업체 접촉
협력·투자로 글로벌 공급망 확보 등 거미줄 전략

현대차·기아 양재 본사. [현대차그룹]
현대차·기아 양재 본사. [현대차그룹]

[중소기업투데이 노철중 기자] 현대자동차가 차량용 반도체 자급을 위해 자체적인 기술 개발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내 유수의 팹리스 기업들과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의 자동차 공장을 멈추게 했던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사태를 기점으로 차근차근 준비해왔던 자급화 계획에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기업과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의뢰로 팹리스가 반도체 설계를 하고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생산 전문기업)가 생산하는 공급 시스템을 구성해 직접 공급받겠다는 구상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체와 협업을 추진 중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대차는 그동안 내부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자급을 위한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공급부족 사태의 주요 원인은 주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생산·공급 업체가 코로나19로 수익성이 떨어진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줄이고, 스마트폰과 PC 등 IT용 반도체 비중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기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MCU(전장 시스템을 제어하는 반도체) 중심으로 NXP, 인피니언, 르네사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ST마이크로일레트로닉스 등 메이저 5개사가 주도해왔다. 그동안 위 5개 기업에 의존해왔던 완성차 기업들은 부품을 구하지 못해 결국 공장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후 포드, GM, 테슬라,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반도체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협력 체계를 강화했다. 당시 현대차는 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를 통해 기술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내 팹리스 업체와 협업해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를 구상했다.

현대모비스, 자체 기술 강화 노력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예상됐다. 현대모비스는 2020년 12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사업 부문을 인수한 바 있다. 차량용 반도체의 전문적인 설계, 개발, 검증 역량을 키우겠다게 인수 취지다.

이듬해 3월 31일 열린 ‘전략 및 신기술 발표 컨퍼런스’에서 현대모비스 고위 관계자는 “향후 소프트웨어와 반도체가 합쳐진 최적화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 오트론의 반도체 부문을 인수한 것”이라며 “차량용 반도체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 임원 출신을 영입해 차량용 반도체 사업 총괄을 맡기는 인사 혁신도 단행했다. 또한 전력반도체 세계 2위 업체인 온세미컨덕터 출신을 영입해 전력반도체섹터장으로 앉혔다.

정의선 회장, 글로벌 공급망 확보 '광폭 행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이 아일랜드 킬데어주 레익슬립에 위치한 인텔의 아일랜드 캠퍼스를 방문해 인텔의 글로벌 사업 현황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반도체 생산 공정을 둘러봤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이 아일랜드 킬데어주 레익슬립에 위치한 인텔의 아일랜드 캠퍼스를 방문해 인텔의 글로벌 사업 현황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반도체 생산 공정을 둘러봤다.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정의선 회장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접점을 넓히며 투자·협력을 이뤄내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7월 인텔의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꼽히는 아일랜드 캠퍼스를 방문했다. 인텔은 현대차 5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제네시스 G90, 기아 EV9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에 탑재되는 중앙처리장치를 생산 공급하고 있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스타트업인 보스반도체에 20억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단행했다. 이러한 정 회장의 행보는 미래 모빌리티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차량용 반도체의 자급화와 기술력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신년회에서 정 회장은 “현재 자동차에 200~300개 반도체 칩이 들어 있다면 레벨4 자율주행 단계에서는 2000개의 반도체 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차량용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차량용 반도체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인피니언과 전력반도체 전략적 협업 계약을 체결했다. 2030년까지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차량 생산에 필요한 전력반도체 물량 중 일부를 인피니언으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다. 또한 향후 출시 예정 모델의 전력 성능 향상을 목표로 기술개발 협력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앞으로도 핵심 반도체 수급 안정화와 차량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반도체 전문기업과의 전략적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더불어 자체 기술력을 강화하고 국내 기업들과도 협업해 제2의 팬데믹이 오더라도 끄떡없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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