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상장회사 지배구조가 문제, 투자자 보호 미흡도 원인”
“사적이익 크면, 일반주주 보유주식 가치, 낮게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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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체가 몰려있는 서울 강남대로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우리나라 주식이 유독 저평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으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편취,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상장회사의 지배구조가 문제라는 진단이 나와 눈길을 끈다.

정준혁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우리금융연구소 기고문을 통해 “(그 보다 영향은 적지만) 상장회사들의 낮은 배당 성향, 국내 산업구조 측면에서 기인하는 낮은 수익성, 또한 외환시장 관련 규제나 지정학적 위험성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 유입 부족 등도 원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상장회사의 지배구조 문제, 이로 인한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문제와 투자자 보호 미흡 등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상장회사에는 회사의 지배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가 존재한다. 주가란, 지배권이 없는 일반주주 보유 주식에 대해 시장이 평가하는 가격을 의미한다. 주가는 지배권이 없는 일반주주들 간의 거래를 통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지배주주는 배당과 같이 주식 비율에 따라 비례적으로 귀속되는 현금흐름 이외에도 내부거래, 과도한 수준의 보수, 사업기회의 유용 등을 통해 회사로부터 추가적인 이익, 이른바 지배권의 사적이익(private benefit of control)을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전체 주식가치가 같더라도, 지배주주가 누리는 사적이익이 크다면, 일반주주가 보유하는 주식의 가치, 즉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가는 사적이익이 적은 회사에 비해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 상장회사는 일반적으로 지배권의 사적이익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거래소에서의 주가, 즉 일반주주의 주식가치는 낮다는 평가와 달리, 지배권이 이전되는 M&A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주식가치는 비교적 적절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대비시켰다.

실제로도 우리나라 M&A 거래에서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적게는 10~20%에서 많게는 200%를 넘을 정도로 높게 형성된다. 그래서 “이런 높은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그대로 지배주주의 사적이익을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지배주주가 보유하는 주식의 가치(M&A에서의 거래 가격)와 일반주주가 보유하는 주식의 가치(거래소에서의 주가) 간에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의 해결은 위 두 가격 간의 격차를 줄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다만 “지배권 사적이익의 규모가 크거나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보유 주식 가치 간에 차이가 있더라도 별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즉, 국내 상장회사 주식은 비슷한 실적의 다른 나라 상장회사 주식에 비해 저가에 매입할 수 있다. 그러므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 때문에 이를 나중에 낮은 가격에 매각하더라도 특별히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지배주주가 일반주주들을 대신해 회사 경영진을 감시하기 때문에 지배주주가 어느 정도의 사적이익을 누리는 것이 일반주주들 입장에서 반드시 손해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할수록, 또 지배권의 사적이익이 클수록 지배주주가 전체 주주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내용으로 의사결정을 할 유인이 높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30%의 지분만으로 회사를 지배하는 지배주주라면, 회사가 100원의 자금으로 배당을 실시해 이를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각각 30원과 70원으로 나누어 받기보다는, 50원의 자금으로 지배주주에게 높은 보수를 지급하게 하거나 불공정한 자기거래를 통해 사적이익을 편취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그런 경우 회사에 대한 인수 제안이 오더라도 전체 주주가 비례적으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합병보다는, 지배주주만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을 매각하는 주식양수도 거래를 선택할 유인을 갖는다. “이처럼 지배주주가 낮은 지분만으로 상장회사를 지배할수록, 또 지배권의 사적이익이 크면 클수록 지배주주는 전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게 우리 현실이다. 정 교수도 “우리나라에서는 의무를 위반한 이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하는 주주대표소송이 매년 한 자릿수에 불과하고, 이사나 지배주주가 구체적으로 어느 경우에 책임을 부담하는지와 관련한 판례의 축적이 다소 부족하다”면서 “여러 법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시장이나 법원의 역할은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에 “지배주주의 사익편취를 통제할 시장 참여자의 역할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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