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도 규제에 대한 시각차, 각기 다른 보도 이어가
“배민·쿠팡 제외 부당 vs 유니콘 성장 못하게 발목”
공정위, 일일이 ‘설명’ 자료, TF 중심 추진 중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칭)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사례로 든 '카카오T'.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칭)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사례로 든 '카카오T'.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거대 독과점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한 ‘(가칭)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특히 서로 상반된 시각의 언론보도가 맞물리면서,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일일이 해명과 반론을 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공정위는 애초 “스타트업 등 경쟁 플랫폼의 출현을 저지하거나 시장에서 몰아내는 등 각종 반칙행위를 통해 빠르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며 카카오T와 구글의 사례를 들어 ‘플랫폼법’의 당위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제정안에는 플랫폼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힘이 큰 소수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자사우대, 멀티호밍 제한 등 플랫폼 시장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반칙행위들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멀티호밍 제한은 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다.

지정기준은 플랫폼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독점력 남용은 규율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마련하고, 지정 과정에서는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지정 전 의견제출, 지정 후 이의제기, 그리고 행정소송 등 항변 기회를 다양하게 보장할 예정이다.

다만 플랫폼 사업자들이 반칙행위를 했음에도 그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경우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고, 그 이외에는 시정명령, 과징금 등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경쟁 제한성이 없거나 소비자 후생 증대효과가 있는 경우, 다른 법률 준수를 위해 필요하며 다른 방식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 등은 제외한다는 설명이다.

그런 과정에서 특히 쿠팡, 배민 등을 제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비판하는 기사도 등장했다. 반대로 유니콘으로 성장할 만한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보도 또한 이어졌다.

실제로 '한겨레'는 25일 “쿠팡·배민, 플랫폼법 ‘지배적 사업자’서 빠진다…독과점 규제 구멍 뚫리나”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 대목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쿠팡과 배달의민족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을 추진 중인 플랫폼 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에 따른 ‘지배적 사업자’ 지정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두 회사가 각각의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으나 해당 시장의 경쟁도가 높거나 다른 시장에 견줘 규모가 작다는 이유에서”라며 “이에 따라 지정 대상은 극소수 플랫폼 기업으로 한정될 공산이 높다. 여기에는 플랫폼법 제정에 반대하는 업계의 여론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이른바 ‘업계의 로비’를 시사했다.

특히 “시장에선 쿠팡과 배민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왔다. 두 회사는 각각 온라인 유통시장과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1위 사업자”라며 사실상 공정위 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아예 ‘이름을 밝히길 꺼린 공정위의 핵심 당국자’를 인용, 보도의 신뢰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에 공정위는 이튿날 “(가칭)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상 지정 기준 등에 대해서는 현재 관계부처들 간 협의가 진행중에 있다”면서 “따라서 특정 플랫폼 사업자의 지정 여부 등은 전혀 확정된 바 없으므로, 관련 보도에 유의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반박성 ‘설명’ 자료를 내보냈다.

앞서 19일에도 공정위는  '뉴시스'의 “공정위원장, 경제단체장들 만나 ‘플랫폼법 협조’ 요청 … IT벤처·영세판매자 ‘우려’” 기사, 같은 날짜 '전자신문'의 “당사자보다 대기업에 먼저 플랫폼법 협조 구한 공정위” 기사에 대해서도 설명자료를 내보냈다.

이들 보도는 공정위가 앞서 ‘플랫폼법’과 관련, 주한미국상공회의소(1.11), 경제 6단체(1.15,17,18), 소비자단체 등과 가진 회합을 꼬집는 내용이다. 비슷한 시기에 영세한 중소기업의 모임인 디지털경제연합과의 만남은 취소하며, 대기업 눈치를 보는게 아니냐는 뜻이다.

이에 공정위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동 법안의 제정 취지에 대해 설명하는 등 적극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원론적 내용과 함께 “플랫폼 업계를 포함한 디지털경제연합의 경우에는 지난 1월 9일 간담회 개최를 약속하고 준비하던 중 업계의 취소로 실시하지 못하였으나, 업계가 요청하는 경우 언제라도 소통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법안 내용에 대해서도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면서,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알맹이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들 매체와는 다른 시각의 보도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일일이 설명 자료를 냈다. '조선일보' 12일자 “‘플랫폼법’ 윤곽… ‘유니콘’ 뒷발만 잡을라” 기사가 대표적이다. ‘플랫폼법’이 유니콘으로 성장할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뜻으로 대기업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역시 “'(가칭)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상 지정 기준은 현재 관계부처들간 협의 중으로 확정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좀더 자세한 지정기준을 안내했다.

즉 “세부 지정 기준은 정량요건뿐만 아니라 정성요건까지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최종적으로 마련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매출액 또는 이용자수 등의 정량요건은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 받기 위한 1차적인 신고기준에 불과하다”면서 “시장에 다른 플랫폼 사업자가 진출하는 것을 어렵게 하거나 좌절시킬 수 있을 정도로 시장 지배력 및 영향력(정성요건)이 압도적인 아주 소수의 플랫폼 사업자만이 최종적으로 지정 대상이 될 예정”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따라서, 단순히 매출액이나 이용자수만 많다고 하여 지정되는 것은 아니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이 규율대상이 된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여느 매체와는 달리, 매우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이 가해진 셈이다.

그보다 앞서 '동아일보'도 2일자에서 “플랫폼법이 국내기업 잡는 사이 외국업체가 시장 점령 우려” 기사를 게재, '조선'과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이에 공정위는 “‘(가칭)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은 플랫폼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힘이 큰 소수의 독과점 플랫폼을 규율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국내외 사업자 구분 없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또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행위에 대해 국내외 사업자 차등없이 법집행을 해왔음”을 강조하고, “경쟁법의 역외 적용은 글로벌 스탠다드이며, 주소지가 국외인 해외사업자에 대해서도 문서 송달 등 관련 규정이 있다”고 주지시켰다.

또한, 공정위는 “동 법에서는 그간 공정거래법 집행 과정에서 시장에 끼치는 폐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던 경쟁제한적인 반칙행위들을 대상으로 필요최소한으로 열거하여 규율할 예정”이라며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도 금지되는 행위(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제한, 최혜대우요구 등)이므로 새롭게 신설되는 규제가 아니며, 다만,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화 속도에 비해 조치가 너무 뒤늦게 이루어지는 한계를 고려해, 경쟁제한 폐해가 큰 행위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규율하려는 것”이라고 매우 자세한 설명 자료를 내놓았다.

한편 공정위는 ‘플랫폼법’ 제정을 위해 독과점 규율개선 임시전담팀(TF)을 구성,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TF는 독과점 폐해가 빠르게 확산되는 플랫폼 시장으로 인해 현행 규율체계의 보완이 필요하며, 최종 추진방향은 정부가 입법정책적 판단을 통해 결정하기로 입장을 모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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