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어 서울 명동·광화문, 부산 해운대, '제2기 자유표시구역' 지정
업계 일각 “1기 영동대로 ‘실패’, 다채로운 간판으로 중소업체 참가해야”

서울 명동의 간판 풍경.
서울 명동의 간판 풍경.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최근 제2기 ‘자유표시구역’이 지정되면서 새삼 대형 옥외광고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6년 서울 영동대로(코엑스 앞) 일원을 국내 최초의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자유표시구역’은 광고물의 모양, 크기, 색깔, 설치 방법 등 옥외광고물 규제를 대폭 완화해 옥외광고물의 자유로운 설치를 허용하는 지역이다. 이번에 지정된 제 2기 자유표시구역은 서울 중구 명동관광특구,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 일대다.

이들 지역에 대해선 “미국의 타임스스퀘어처럼 다채로운 옥외광고물이 자유롭게 설치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외국의 유사한 사례로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영국 런던 피카딜리서커스, 홍콩의 침사초이, 일본 오사카의 도톤보리 등이 유명하다.

지난 2016년에 지정된 강남 코엑스 일대는 현재 기존 옥외광고물과는 크기, 형태 등이 다른 20기 가량의 디지털 옥외광고물이 설치・운영되고 있다. 한국지방재정공제회 한국옥외광고센터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제1기자유표시구역 지정 이후 5년간(’18~’22년) 광고물 표시규제 완화 등 특례 13건 적용, 광고 매출액 1577억원, 공익광고 평균 44% 송출(4400회)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에 대해 옥외광고업계 전문가들은 두어가지 문제점을 들어 개선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우선은 자유표시구역 운영 과정에서 중소 규모의 옥외광고사업자들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지난 2016년 코엑스 앞 영동대로를 처음으로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한 후 특히 그런 목소리가 높다. 영동대로의 경우 뉴욕 타임스스퀘어나, 런던 피카디리서커스 등과는 달리, 대로변에 다채로운 상가와 상권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당시만 해도 삼성역 사거리에서 코엑스를 끼고 봉은사 입구 사거리까지는 (옛)한국전력 본사 건물과 ASEM, 무역협회 정도의 대형 건물 몇 채가 블록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의 사례처럼 크고작은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 형형색색의 간판과 사인으로 장식될 만한 공간이 거의 없는 편이다.

겨우 지하철 삼성역에서 코엑스 지하 쇼핑몰에 이르는 반지하 구간에 대형 디지털사이니지가 설치되거나, 무역협회 건물 앞 대로변에 그나마 1개 정도의 대형 디지털전광판이 게첨되는 수준에 그쳤다. 말로만 ‘자유표시’일뿐 자유롭게 만들고 표현된 간판들이 들어설 공간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설치된 사이니지 역시 일부 대형 광고업체가 설치한 것으로 군소 간판업체들과는 거리가 먼것들이다.

이는 현재 한국지방재정공제회와 옥외광고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대형 기금조성용광고물(속칭, 야립간판)의 재현이란 지적이다. 3년 기한으로 불하하는 기금조성용광고물 역시 AWMR((주)올이즈웰), CJ CGV, 전홍, 동안기획, 한승공영, 성원기획 등 대형 혹은 중견 광고업체들이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

영동대로 제 1기 자유표시구역 역시 그와 비슷한 상황이다. 당연히 몇몇 대형 옥외광고사업체 외에 군소 사업자들이 끼어들 여지도 없었고, 겉으로 보기에도 영동대로 간판 풍경은 ‘자유표시구역’ 지정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당시에도 업계 전문가들은 “서울 명동이나, 홍대앞, 부산 해운대 등과 같은 곳을 놔두고, 하필이면 영동대로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는 아무래도 ‘강남’과 ‘코엑스’란 브랜드를 염두에 둔 결정인 것이란 지적이었다.

이번 제2기 자유표시구역 지정 소식을 접한 옥외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엑스 앞의 경우는 행안부에서 광고 매출액 등으로 ‘성과’를 강조하지만, 다채로운 간판문화로 도시와 상권에 활력소를 제공한다는 자유표시구역 취지에 비춰보면, 실패한 사례”라고 잘라 말했다.

광화문 광장 주변.
광화문 광장 주변.

두 번째로 전문가들이 꼽는 문제점은 규제 문제다. 물론 최근 국회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옥외광고진흥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귀추가 주목된다.

애초 자유표시구역 자체가 ‘운영 기본계획’상으로 이미 게첨 예정인 광고물에 대한 사전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동대로의 경우, 자유표시구역 내에 광고물을 설치할 경우 또 다시 지자체 옥외광고심의위원회 심의를 중복해서 거치도록 한다. 이에 관해 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지난 10월 국회 박성민 의원 등 10인은 ‘옥외광고진흥법’의 관련 규정을 개선하는 개정안을 제안했다.

개정안은 자유표시구역에선 “확정·변경된 기본계획에 부합하는 광고물등을 표시 또는 설치하려는 자로부터 허가·변경허가의 신청이나 신고·변경신고를 받은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옥외광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허가·변경허가를 하거나 신고·변경신고를 수리하도록” 했다.

또 “시·도지사는 기본계획에 따른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건축물의 소유자·관리자, 지역주민, 옥외광고사업자 등으로 구성된 ‘자유표시구역 운영협의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율규제의 폭을 넓혔다.

이번에 제2기 자유표시구역에 선정된 3곳 중 서울 명동과 부산 해운대는 지난 1기 당시에도 유력한 후보지였으나 탈락한 바 있다. 심사 과정에선 이 외에도 인천 송도, 대구 동성로, 대전 신흥동, 고양 킨텍스로 등 전국 11곳의 후보지들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는 이에 “옥외광고, ICT 신기술, 도시・건축, 상생협력 등 분야별전문가로 구성된 전문 평가단을 구성하여 신청 지역의 적정성과 세부 운영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5개월간 2차에 걸쳐 종합적으로 심사, 옥외광고정책위원회 심의를 통해 3개 지역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에 선정된 3개 지역은 모두 유동인구가 많고 상가와 상권이 대로변에 크게 발달한 지역이다. 또 광장이 있거나,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국내 최고의 번화가이기도 하다. 1기 영동대로와는 크게 다른 곳들이다.

특히 명동관광특구는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40만명이 넘을 정도로 가장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지역으로 대형 광고물뿐만 아니라 중소형 광고물도 조화롭게 설치하여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명동지역의 소규모 옥외광고 사업자와의 긴밀한 상생협력 체계 또한 자유표시구역 제도의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광고물 설치는 2033년까지 총 10년에 걸쳐 3단계로 진행되고 1단계 사업으로 2025년까지 진행된다. 하나은행, 영플라자, 명동예술극장, 신세계백화점 등 4개 주요 거점장소와 내부 이면도로인 명동길 주변에 광고물을 우선 설치할 계획이다.

광화문광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공간으로서 디지털 옥외광고물과 문화유산이 융합되어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변모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고물 설치는 2029년까지 6년에 걸쳐 2단계로 진행되고 1단계 사업으로 2026년까지 교보빌딩, KT, 일민미술관 등 광화문사거리 주변에 광고물을 우선 설치할 예정이다.

부산 해운대.
부산 해운대.

해운대는 국내 대표적인 해수욕장과 관광지가 있는 곳으로 역시 많은 유동인구를 바탕으로 ‘참여형 광고’ 등 다양한 시도를 펼칠 수 있는 지역이다. 또한 수도권 이외 지역에 지정되는 최초 사례로 제도 확산과 지역 명소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고물 설치는 2026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만 행안부는 이들 지역 중에서 자유표시구역 지정 취지에 적합하게 운영되지 않을 경우에는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지정을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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