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선정, 중소기업·소상공인 분야 7대 뉴스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격동의 한 해 였다.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 지정학적 충돌에, 미·중 패권전쟁 등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로선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 새라’ 팽팽한 긴장 속에 '전전반측(輾轉反側)'하며 보낸 한 해 였다. 대내적으로는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수출이 어렵다가 다행히 하반기 들어 회복세를 보여 그나마 한숨 돌리는 형국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일상회복’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등으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민관 합동으로 ‘상생금융’ 등을 통해 소상공인 문제에 집중한 해이기도 했다.

아울러 국내외를 통틀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챗GPT를 시작으로 한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각 분야에 걸쳐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돌풍을 일으키며 전방위적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정부와, 기업 등 민간 부문 모두 이제 ‘혁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당위성에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혁신’은 더 이상 구호가 아니라 당면 과제이자, 기업은 물론 국가가 다음 단계로 진화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야할 과업이 됐다.

본지는 격동의 2023년을 보내며 중소기업·소상공인 분야 7대 뉴스를 다음과 같이 선정해 게재한다. 

납품대금연동제 동행기업 1만개사 참여 기념 행사에서 연동 우수기업 포상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지난 18일 납품대금연동제 동행기업 1만개사 참여 기념 행사에서 연동 우수기업 포상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① 납품대금연동제 본격 시행

중소기업계 숙원이던 ‘납품대금연동제’가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 10월4일 본격 시행됐다.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할 과제가 남아있지만 출발은 순조롭다는 평가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가 원팀으로 움직여 이달 중순 기준 동행기업(수·위탁기업) 수가 1만개사를 넘어섰다. 위탁기업(원사업자) 417개사, 수탁기업(수급사업자) 9737개사가 동참했다. 위탁기업은 규모별로 대기업 24.7%, 중견기업 23.7%, 중소기업 30.2%, 공공기관 21.3%로 구성돼 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66.9%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서비스업 19.9%, 건설업 6.5%, 정보통신업 4.6%, 도소매업이 2.2%를 차지한다.

동행기업 1만개사 돌파를 기념해 중기부는 지난 18일 연동실적 우수기업(16개사) 포상 및 모범사례 발표회를 가졌다. 이 날 기아, 엔투비, 대한전선, 평화산업, 신성델타테크, 이랜드월드 등 6개사가 대금조정 실적 우수기업으로 공정거래위원장 표창을 수상했다. 엘지생활건강, 엘지전자, 현대위아, 해성디에스, 한미약품, 본아이에프, 유진테크놀로지, 세진밸브공업, 한국중부발전, 한국철도공사 등 10개사는 동행기업 참여실적 우수기업으로 중기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모범사례 기업으론 평화산업, 신성델타테크, 해성디에스, 한국중부발전 4개사가 선정됐다.

오영주 신임 중기부 장관
오영주 신임 중기부 장관

② 오영주 신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취임

중기부의 수장이 바뀌었다. 오영주 신임 중기부 장관이 29일 윤 대통령의 임명을 받아 첫 임무를 시작했다. 오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이 전문성 등을 지적하며 반대하면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다. 야당은 35년간 외교공무원을 지낸 오 장관에 대해 중소벤처기업 분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  배우자(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가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일한 점 등을 들어 반대했다.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으나 윤 대통령은 29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등과 함께 오영주 장관을 임명했다.

오영주 장관은  '중소벤처기업부 SNS'에 이날 임명받아 첫 업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오 장관은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시기에 우리 경제의 중추이자 뿌리인 770만 중소기업, 벤처 및 스타트업 그리고 소상공인을 대변하면서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주어져 감사함과 막중한 책임감을 함께 느낀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이어 "중기부의 역량과 책임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기라고 생각된다"며 "언제나 '현장에 답이 있다'는 원칙을 가지고 현장이 원하는 정책으로 답하겠다"고 말했다. "시급한 현안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경영 안정화를 위한 정책을 조속히 추진하면서, 동시에 중소·벤처기업이 미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생산성의 혁신, 글로벌 환경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력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전했다.

③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연임, 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김기문 회장이 지난 2월 제27대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 4연임의 뜻을 이뤘다. 2019년 2월 26대 회장 선거과정에서 불법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던 와중이었다.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인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 노란우산 등 중소기업공제기금운영위원회 위원장 등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자리인 만큼 너도나도 하겠다는 사람이 많아 통상 치열한 경선을 치르는 데도 불구하고, 김 회장과 겨루겠다며 나서는 후보가 없었다. 이로써 4년 임기의 중기중앙회장 직을 올해로 13년째 수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두 차례나 하는 등 1심 재판이 4여년간 끌어오던 중 지난 11월14일 서울남부지법(정유미 판사)은 김 회장의 사전선거운동 혐의를 일부 인정하며 9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 측이 선거를 도와달라는 의미의 발언을 하고 , 밥값을 계산하고, 선물도 줬으나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않았다는 요지의 판결문을 밝혔다. 이어 같은 달 20일 서울남부지검은 법원의 1심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함에 따라 그 결과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앞서 검찰은 김 회장에게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상 선거범죄로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당선이 무효화된다. 

④ 냉동김밥 등 K-푸드, K-뷰티 열풍

KOTRA 관계자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등지 동남아에 K-푸드를 필두로 한류 바람이 그야말로 ‘쓰나미’ 수준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 또한 동남아에 매장을 확대하며 떡볶이, 김밥, 양념치킨 등을 인기리에 팔고 있다.

이런 가운데 K-푸드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던 미국에서 올해 K-푸드 돌풍이 불었다. 바로 ‘냉동김밥’이다. 한국의 한 식품업체가 수출한 냉동김밥이 지난 8월초 현지 대형유통체인인 트레이더조에서 판매를 시작한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수입돼 미국에서 판매되는 냉동김밥은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진 비건(Vegan) 식품이다. 햄과 달걀 대신 각종 채소와 유부, 잡채, 두부를 넣어 만들었다. 수출이 어려운 동물성 식재료를 배제하고 식물성으로 대체해 ‘비건’전략을 취한 것이 성공 비결의 하나로 꼽힌다.

냉동깁밥이 K-푸드의 새로운 수출상품으로 떠오르자, KOTRA는 K-푸드 수출기업의 현지 온·오프라인 유통망 입점, B2C 프로모션을 지원하는 팝업스토어를 지난 11월17~18일 뉴욕에서 열기도 했다.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에 기반한 K-뷰티의 인기 또한 기존의 대기업에 의한 중국시장 중심에서, 중소 브랜드와 북미, 유럽, 일본, 인도, 중동, CIS 등지로 뻗어가는 양상이다. 중기부가 발표한 ‘2023년도 3분기 중소기업 수출 동향’에 따르면 화장품은 올해 3분기 주요 수출품목 중 수출액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이 1위로 2억7000만 달러 어치가 수출됐는데, 전년 동기 대비 79.1%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수출 규모가 커지는 것과 함께 수출 브랜드와 수출국이 다양해지고 있다. 중소, 신진 브랜드 제품을 아이돌이나 인플루언서 등이 사용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나 올해 미국 시장에선 한국 화장품이 뷰티 강국인 프랑스를 꺾고 수입 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KOTRA가 지난 11월 뉴욕에서 마련한 
KOTRA가 지난 11월 미국 뉴욕에서 마련한 'K-푸드 팝업스토어' 모습.   

벤처기업법 개정안 국회 통과

이달 8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안'(이하 벤처기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간 한시법으로 운영되고 있던 벤처기업법의 유효기간을 삭제하고 상시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벤처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앞서 개정안은 2007년과 2016년 두 차례 유효기간이 연장된 바 있다. 벤처기업법은 1997년 10년간 유효한 한시법으로 처음 도입됐다. 2007년 법 효력을 10년 연장하면서 오는 2027년 말 소멸을 앞두고 있었다. 벤처기업법은 정부의 정책적 목표 실현에 따라 한시법으로 유지해 왔지만, 시한부 법이라는 점과 벤처생태계 육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개정안에는 벤처기업의 지속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벤처기업 우수인재 유치 및 인력난 해소를 위한 '성과조건부 주식제도' 도입과 벤처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지원할 벤처기업지원 전문기관 지정제도 등이 추가됐다.

혁신기업중앙회 발족 추진

이노비즈협회와 메인비즈협회를 중심으로, 기술혁신 및 경영혁신 인증을 받은 5만여 혁신기업들이 정부와 국회 등을 상대로 자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혁신기업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중소기업융합중앙회도 참여해 3개 단체가 공동 이사진을 구성해 회장 선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소관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는 논의가 된 상황이며 정관 초안도 나와 있다. 당초 올해 하반기에 출범할 예정이었으나, 재원문제 등 확정할 사안이 있어 내년으로 출범시기가 넘어갔다.

5만여 혁신기업들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포션에도 불구하고 이에 걸맞게 혁신기업의 니즈를 대변하고 반영할만한 구심점이 부재하다는 인식이 혁신기업중앙회 설립 추진의 배경이다. 대기업 중심의 현장에서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보다 더 반영하기 위해 중소기업단체의 규모를 키울 필요성이 있다는 공감대가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이노비즈기업은 올해 6월 기준 2만2000여개로 이들이 창출하는 연매출은 292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5.8%를 차지한다. 수출액은 총 547억달러로 중소기업 전체 수출액의 54.2%를 담당하고 있다. 메인비즈기업 또한 올해 5월말 기준 2만2280개사로 총매출액 연 275조원으로 GDP의 13.3%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소상공인 지원 ‘상생금융’

올해 은행권의 화두는 ‘상생금융’이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청년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을 통해 금융의 사회적역할을 증대하고 나아가 ‘따뜻한 금융’을 실현하겠다는 의미다. 사실 은행권은 코로나19를 지나면서 대출증대에 따른 이자수익 등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두었다. 이에 최근엔 대통령이 나서서 ‘돈잔치’ ‘종 노릇’등의 강도 높은 발언을 할 정도로 눈총을 받아, 은행권 입장에선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은행권은 올해 역시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 등이 독려한 끝에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3월 금리인하 등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은데 이어, 이달 21일엔 은행연합회가 상생금융 시즌2라 불리는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 인터넷은행 등 국내 20개 은행이 모두 참여해 2조원 이상 규모의 상생금융 보따리를 마련했다.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차주에게 이자를 환급해주는 ‘이자 캐시백’이 핵심 내용이다. 이번 방안의 일환으로 NH농협은행, 우리은행 등이 민생금융 지원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않고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들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상생금융 전담 조직을 신설함으로써 상생금융을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확대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해 3월24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상생금융 간담회'에 함께 하고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올해 3월24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상생금융 간담회'에 함께 하고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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