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창업주 앨트먼, 후원기업 MS 쌍수들고 스카웃
오픈AI 직원 대부분 집단 반발, “앨트먼 따라갈래”
MS 등 투자자들 “앨트먼 없는 오픈AI, 투자가치 없어”

지난 6일 오픈AI가 개최한  데모 행사인 '데브 데이'에서 GPT4-터보 등 미래 기술을 발표하고 있는 샘 앨트먼.
지난 6일 오픈AI가 개최한 데모 행사인 '데브 데이'에서 GPT4-터보 등 미래 기술을 발표하고 있는 샘 앨트먼.

[중소기업투데이 조민혁 기자] 오픈AI 이사회가 창업주 샘 앨트먼을 해고한 후 오히려 이 회사는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게다가 앨트먼이 마이크로소프트(MS)로 옮겨가서 별도의 ‘고급 AI기술개발팀’을 맡기로 하면서, “마이크로소트 좋은 일만 생겼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는 샘 앨트먼이라는 GPT시대의 신화적 인물의 거취 뿐 아니라, 앞으로 생성AI 경쟁 판도를 뒤흔들어놓을 만한 큰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오픈AI 이사회는 전격적으로 CEO 샘 앨트먼의 해임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일관된 의사소통의 부족”이라는 애매한 이유를 댔다. 이는 즉각 각국 외신을 통해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했다. 앨트먼 전격 해임을 둘러싼 배경과 의미 등에 대한 온갖 분석이 난무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근본적으로 “인공지능을 왜, 어떻게, 무엇을 위해 개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둔, 내부 이견과 갈등이 원인이다.

AI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신중한 개발을 주장해온 공동창업자 일리야 서츠케버, 미타 무라티 등과, 빠르게 AI를 개발, 배포하고자 하는 샘 앨트먼, 이사회 의장 그레그 브로크먼 등의 대립이다. 다시 말해 이들 4명의 공동창업자 간의 갈등이 균열을 일으키면서 앨트먼에 대한 서츠케버와 마티 무라티의 ‘쿠데타’로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앞으로 생성AI가 이끄는 지구촌 인공지능 기술의 지형을 바꿀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같은 공동창업자 서츠케버, 무라티의 ‘쿠데타’?

그러나 오픈AI는 뒤늦게 후회하며, 당황스런 상황을 맞이했다. 전체 직원 700여 명 중 600여명이 연판장을 돌리며, “앨트먼을 복직시키지 않으면 모두 사표를 쓰겠다”고 집단 반발하는 사태가 21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앨트먼이 함께 회사를 그만 둔 공동창업자 그레그 브로크먼과 함께 MS로 옮겨가면서 이런 반발 움직임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20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X(전 트위터)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앨트만을 다른 불특정 동료들과 함께 사내 ‘고급 AI 연구팀’의 책임자로 임명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앨트먼과 함께 회사를 그만 둔 브로크먼도 기다렸다는 듯이 전 오픈AI 연구 책임자 제이컵 파초키, AI 위험 평가 책임자였던 알렉산더 매드리, 연구원 치몬 사이더 등과 함께 앨트먼에 합류했다.

나델라는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은 여전히 최선을 다해 지켜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앨트먼 없는 오픈AI와의 긴밀한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의문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에 오픈AI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특히 로이터통신은 “일부 투자자들이 회사 이사회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해 더욱 궁지에 몰린 셈이다.

이에 일부 외신들은 “이러다가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스타트업(오픈AI)이 자칫 문닫을 수 도 있겠다”고 다소 과장된 전망을 하기도 했다.

게다가 임시 CEO를 맡았던 공동창업자 마티 무라티가 이틀도 안돼 물러나고, 20일 아침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의 전 CEO였던 에밋 쉬어(Emmett Shear)가 오픈AI의 새로운 임시 CEO 자리에 앉았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처럼 CEO가 수시로 바뀌며 갈팡질팡할 것이란게 업계의 관측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의 차이가 근본 원인

이번 사태의 원인은 한 마디로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의 차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애초 앨트먼이 챗GPT를 개발하고 CEO 자리에 앉으면서, 오픈AI 사내엔 광범위하게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AI 기술을 두고, 근본적으로 의견을 달리하는 두 그룹이 있었다.

즉, 4명의 공동창업자들 간에 각기 2명씩 편이 갈라진 것이다. 앨트먼과 브로크먼을 중심으로 하는 그룹은AI의 급속한 발전, 특히 AI의 공개적인 배치가 기술 발달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서처캐버와 무라티 등은 “AI가 과연 인간에게 어디까지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 먼저 실험실에서 AI를 완전히 테스트하며 속도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앨트먼의 행보에 번번이 제동을 걸었다.

후자의 입장은 “초지능 AI가 통제 불가능하게 되어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의 발전이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효과적인 이타주의’라는 사회적 역할에 복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런 논쟁이 갈등으로 비화되고, 사업화를 두고선 심각한 갈등으로 노출되었다. 특히 이달 초 오픈AI가 연 개발자 행사 ‘데드 데이’에서 앨트먼이 최첨단 기술을 예고하면서, 서츠케버 등의 ‘분노’를 샀다.

당시 앨트먼은 챗GPT-4 터보 등 강화된 버전과, 초지능 AI가상 비서처럼 작동하는 ‘AI 에이전트’ 등을 곧 상용화할 것이란 비전을 내놓았다. 나아가선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 즉 최고도의 AGI까지 시사했다. 이에 서츠케버 등 신중론자들은 급거 이사회를 소집하고, 앨트먼과 브로크먼을 배제한채 앨트먼의 해임안을 의결한 것이다.

이번에 쉬어 에밋이 임시 CEO를 맡긴 했지만, 오픈AI의 앞날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에밋은 특히 최대 후원 기업인 “MS와의 파트너십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했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49%의 지분을 가진 MS가 오픈AI의 핵심 인물인 앨트먼을 스카웃한 후, 앨트먼 없는 오픈AI와 굳이 과거와 같은 파트너십을 유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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