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미 칼럼니스트
고양생명의전화 상담 매니저, 심리학자

이선미 칼럼니스트
이선미 칼럼니스트

많은 자영업자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대형 이커머스 때문에 더이상 동네 아파트에 마트가 필요 없게 되었다. 이제는 소량의 생필품도 한 시간 이내에 배달해주는 퀵커머스 서비스가 시작되었으니 모세혈관처럼 뻗어 있는 편의점마저 생존을 위협받기 시작했다. 세탁소는 세탁 어플에 대체되고 있다. 플랫폼 서비스로 가상화, 비대면, 무인화되는 흐름 앞에 동네 상점이 버틸 재간이 없다. 그래서 하나둘 비는 상점에 세계과자전문점,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들어오고 있다. 이 가게는 비대면 무인으로 운영돼 직원이 없다는 것이다.

비대면 무인화가 가능하려면 두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기술이 발달해야 한다. 사람이 없어도 운영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무인화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한국인들은 첨단기술을 좋아하고, 빠르게 습득한다. 요즘 유행하는 스크린 골프장도 셀프서비스이다. 기술을 수용하는 능력이 높다보니 무인 서비스에 대한 수용성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여기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지금의 비대면 무인화 흐름이 단순히 기술발달이나 수용력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관계 맺기’에 대한 우리의 생각 변화 때문에 더 빨라진다는 사실이다. 비대면이 확산되다보니 대면을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다. 특히 비대면이긴 하나 전화통화를 꺼리는 현상은 밀레니얼의 특성으로까지 부각될 정도이다. 비단 특정 세대만의 특징은 아니라는 것이다. 2016년 배달 어플를 분석한 한 데이터를 보면, 요즘 세태는 “전화 주문을 힘들어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은 어플이 생활화 되어있으나, 중 장년층에게 어플은 어색하고 생소하다. 배달 앱이 불편한 것이다.

예전의 전화요금제를 보면 ‘300분 무료통화에 500메가바이트 제공한다’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10기가 바이트 무료에 통화는 무제한’이다. 무제한도 놀라운데, 그 혜택을 부각시키지도 않는다. 굳이 전화를 하길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콜센터가 언제까지 계속 유지될지 의문이다. 이미 전 세계 많은 기업이 콜센터의 기능을 자동화해서 챗봇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활성화되고 있다. 애초의 의도는 인건비 절감이었지만, 하다보니 비용절감보다 사용자들이 콜센터 직원과 대화를 주고받기보단 챗봇을 선호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앞으로 더욱더 챗봇 사용자가 늘 것이고, 인공지능기술은 언어인식이나 이미지 합성까지 진화할 것이다. 그 결과 전화를 한다고 해도, 로봇과 통화를 하지 사람과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면 전화와 같은, 지금의 아날로그식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이를테면, 일이 급하면 주말에도 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상사의 경우는 어떨까? 젊은 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주말이나 퇴근 후에 상사가 전화하는 것이다. 아마도 주말만큼은 챗봇이 대신 상사와 대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예의없다”는 욕을 먹을 각오는 해야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이런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왔다. 이미 그 동안 우리는 그 변화를 늘 겪어왔다. 다만 코로나19로 변화의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기에 지금 갑작스레 닥친 것처럼 착시현상이 일어난 것뿐이다. 말하자면 코로나로 인해 ‘당겨진 미래’라 할 수 있다.

필자 같은 세대는 아직은 무인 가게가 영 어색하기만 하다. 서로 대면하고 인사나누는 그런 사람 냄새나는, 활기찬 곳이 편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예측이 불가능한 변화의 시대를 살 수 밖에 없고, 또 언제 어떤 ‘당겨진 미래’가 현실이 될 것인지 알 수 없다. 다가올 미래가 궁금하다기보다 두려운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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