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바이오, LPG충전업협동조합 손잡고
커피찌꺼기 수거·고온건조, 재활용하는 '커피박 리싸이클 사업' 추진
아산공장에 커피박 고온건조설비 갖추고, 본격 가공 시작
사회적협동조합 자원과순환, 재활용상품제조기업과 업무협약
커피박 수거부터 건조, 재활용상품 생산까지 공급망체제
비료, 사료, 연료, 목재, 탈취제 등 다양한 재활용품 생산

지난 28일 충남 아산시 인주면에 위치한  ㈜아산바이오 공장에서 열린 '커피박 리싸이클 비전 선포식'에서 (오른쪽 세번째부터) 유수륜 LPG충전업협동조합 이사장, 한동욱 아산바이오 대표, 이만재 자원과순환 이사장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복희 기자]
지난 28일 충남 아산시 인주면에 위치한 ㈜아산바이오 공장에서 열린 '커피박 리싸이클 비전 선포식'에서 (오른쪽 세번째부터) 유수륜 LPG충전업협동조합 이사장, 한동욱 아산바이오 대표, 이만재 자원과순환 이사장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복희 기자]
하루 최대 120t의 커피박을 가공할 수 있는  ㈜아산바이오의 커피박 고온건조 전문설비 모습.   
하루 최대 120t의 커피박을 가공할 수 있는 ㈜아산바이오의 커피박 고온건조 전문설비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367잔(2020년 기준)으로 세계 2위에 해당할 만큼 커피 소비가 많은 일명 ‘커피공화국’이다. 커피 수입량은 매년 크게 증가해 지난해에만 20만t, 13억 달러(약 1조7000억원)어치에 해당하는 커피(생두+원두)가 수입됐다. 수입량으로는 전년대비 9.5%, 금액으로는 무려 42.4% 늘어난 수치다. 이렇게 수입된 커피 원두는 0.2%만 차로 추출돼 소비되고 나머지 99.8%는 대부분 생활폐기물로 버려져 소각처리된다.

국내에서 배출되는 커피박(커피 찌꺼기)은 연간 45만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소각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므로 2050 탄소중립 달성에 있어 커피박 리싸이클이 발등의 불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커피박 재활용은 일부 지자체와 민간에서 소규모로 이뤄지는 시작단계에 불과해 관련 사업은 환경문제 해결, 경제성, 사업성에 있어 1석3조의 이점을 지닌 블루오션으로 평가되고 있다.

커피전문점과 커피제조업체 등지에서 수거된 커피박은 전용설비에서 고온건조를 거쳐 가축사료 및 축사깔개, 비료·퇴비, 연료용 펠릿,바이오차(Biochar), 합성목재, 멀팅지, 버섯 배지 등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국내에선 동서식품이 자체 커피박 건조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정도여서, 커피박 리싸이클 시장의 경우 공급이 수요에 한참 못미치는 실정이다.

이의 환경적 필요성 및 시장성을 인식한 에너지 관련 협동조합과 환경 분야 사회적협동조합, 관련 기업 등이 뜻을 모아 커피박 리싸이클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유기성 폐기물처리 전문업체인 ㈜아산바이오(대표 한동욱)는 지난 28일 충남 아산시 인주면에 위치한 자체 공장에서 ‘커피박 리싸이클 비전’ 선포식을 갖고 커피박 리싸이클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아산바이오는 LPG가스를 연료로 사용해 커피박을 5단계에 걸쳐 고온건조시키는 커피박 전문처리설비를 갖추고, 기존 슬러지사업에서 커피박 리싸이클 사업으로 새롭게 전환한다고 밝혔다.

여기엔 아산바이오와 함께 LPG충전업협동조합(이사장 유수륜)이 지분투자를 통해 참여했으며, 환경부 인가 사회적협동조합 ‘자원과순환’(이사장 이만재)과 연료용 펠릿 생산업체인 ㈜에스엘엔씨가 업무협력을 맺음으로써 커피박 건조에서부터 가스공급, 각종 재활용상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체제를 갖추었다.

한동욱 ㈜아산바이오 대표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하루 최대 120t의 커피박을 가공할 수 있는 용량을 갖추고 있는데, 시장수요가 많아 내년에는 설비를 확장하거나 사업장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비료, 사료, 연료, 목재, 탈취제 등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한 커피박 재활용품은 품질도 좋고 가격도 비싸지 않은데다 환경을 지킨다는 생각에서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지갑을 연다”고 사업성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전체 커피박은 연간 약 45만t이며 이 중 35t가량이 수거가 가능한데 이를 재활용하면 나무 1600만 그루를 심는 산림 대체효과를 볼 수 있어 탄소저감에 앞장서는 친환경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향후 비슷한 규모의 공장을 전국에 10개 더 갖추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커피박은 스타벅스 등 전국의 커피전문점과 남양유업 등 커피제조업체에서 수거가 돼 선별-균질화-건조-포장의 표준화 공정을 거쳐 다양한 제품의 연료로 사용하게 된다. 건조시에 최고 600°C 고온 고압 처리가 되기 때문에 살균처리가 따로 필요없이 배합사료 및 비료로 공급이 가능하다.

연료용 펠릿으로 가공되면 발열량이 5900칼로리로 경제성이 매우 높으며, 합성목재에 쓰이면 내후성·내수성 면에서 단단하고 부식되지 않는 반영구적 목재로 재탄생한다. 커피박으로 만들어진 바이오차는 목분 바이오차의 획기적인 대체제품으로 가격경쟁력 면에서 뛰어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유수륜 LPG충전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커피박을 건조, 가공할 때 에너지원으로 LPG를 사용하기 때문에 LPG 수요개발 측면에서 커피박 리싸이클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탄소저감 및 탄소중립을 위한 솔루션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하나의 훌륭한 ESG 경영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만재 자원과순환 이사장은 “아산바이오 등과 손잡고 커피박 1차 가공법을 표준화한 후 다양한 업사이클 기술을 보급할 계획”이라며 “2024년부터 사료, 비료, 건축자재 업체들이 커피박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며, 3년 이내에 국내 커피박의 30% 이상을 재활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자원과순환은 올초 커피박 사료화기술을 개발해 지난 7월부터 목장에 커피박 단미사료를 시험공급하고 있다.

커피박 리싸이클은 일부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탄소감축 등 환경 측면에서 하나둘 접근을 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18년부터 현재까지 7개 자치구에서 900여 커피전문점이 참여한 가운데 100t가량의 커피박을 재활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시는 2020년 시범운영을 거쳐 2021년부터 전역에 걸쳐 커피박 재자원화에 동참하는 에코카페를 모집하고 있다.

커피전문점 중에선 스타벅스가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국립환경과학원의 재활용 환경성 평가승인을 받은 기념으로 ‘스타벅스 커피박 화분키트’ 증정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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