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일각, 국회 통과 ‘가상자산법’ 문제점 지적하며 주장
EU의 MiCA처럼 ‘증권성’ 염두, ‘자본시장법’ 수준 규제 필요

가상자산 이미지. [셔터 스톡]
가상자산 이미지. [셔터 스톡]

[중소기업투데이 조민혁 기자] 최근 ‘가상자산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후, 일부 전문가들은 증권에 준한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앞서 ‘가상자산법’ 입법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논의가 됐던 것이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였다. 이에 관해 적어도 자본시장법 등 증권 수준의 규제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상자산법’ 제정 이후도 논란 지속

최종 입법 이후에도 이 문제는 여전히 논란을 부르고 있다. 그래서 제기된 것이 이른바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이다. 이는 가상자산이 사실상 증권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가상자산이 지닌 지급결제 기능이나, 사업자금 조달, 자산운용, 투자 차익 기능 등이 그 대상이다.

이런 기능에 대해 최소한 증권시장이나, 전자금융 등 금융시스템 전반과 유사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B금융지주경제연구소의 이태영 연구위원도 이와 유사한 주장을 펴면서, 현행 ‘가상자산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즉, “(현행 가상자산법은) 증권과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같은 성격의 규제가 필요한 가상자산 특성을 도외시한 법안”이라는 비판이다.

그에 따르면 가상자산도 모든 거래가 중앙의 플랫폼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이뤄지는 등 사실상 증권시장의 메커니즘과 유사하다. 그럼에도 증권성 여부를 다투는 와중에서 ‘가상자산법’이 명시한 규제는 미약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증권시장 메커니즘과 유사

평소 이런 취지의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가장 강조하고 있는 이는 한국금융연구원의 이정두 전문위원이다.

그에 따르면 가상자산도 모든 거래가 중앙의 플랫폼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이뤄지는 등 사실상 증권시장의 메커니즘과 유사하다. 그럼에도 증권성 여부를 다투는 와중에서 최근 제정된 ‘가상자산법’의 규제는 매우 미흡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특히 ‘증권에 준하는 규제’를 명시한 EU의 MiCA(가상자산기본법)와 비교했다.

그에 따르면 EU의 MiCA는 별도 법률을 통해 가상자산과 가상자산서비스 유형을 구분하고 각각의 기능과 리스크에 상응하는 차별적 규제체계를 마련했다. 즉 ‘증권’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의 범위를 확대하기보다는, 별도의 개별 입법을 통해 ‘증권으로 분류되지 않는 가상자산’에 대해 ‘증권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위원은 “이같은 유럽식의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은 미국식과 구분된다.”면서 “MiCA는 증권형 가상자산에는 ‘증권법’ 규제를 적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MiCA는 ‘비증권형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발행인, 매출인, 프로젝트, 리스크 요인, 매수자의 권리 및 의무에 관한 사항들을 상세하게 백서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증권공모’ 규제 적용기준인 투자권유자 수(150인)와, 모집 금액(100만 유로) 기준을 백서 작성의무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등 ‘증권 규제’를 적극 원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형화된 가상자산별로 규제 구체화해야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수준의 차원의 제도적 장치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즉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적용, 기존 국내 금융규제법상의 제도들을 참고하면서, 가상자산산업 현황과 규제 환경, 다양한 사고사례 등을 고려한 세부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위원은 “가상자산의 기능과 리스크에 따른 차별화된 규제를 적용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가상자산의 유형화가 필요하다”면서 “유형화된 가상자산별로 투자자, 산업, 금융시스템 등과 관련된 리스크와 규제목적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앞서 이태영 연구위원도 역시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규제를 법률로 제정한 EU의 ‘가상자산시장(MiCA) 법안’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MiCA법안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견고하게 규정하고 있다.”면서 “해당 법안은 가상자산업을 운영하려면 거래소 형태나, 모집, 자문, 보관·관리 등의 유형에 따라 최대 15만 유로까지의 자본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일정 기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등 전형적인 금융투자업자가 갖춰야 할 자격요건 수준의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사한 금융규제 사례 적극 원용해야

한편으론 가상자산의 경우 금융상품이나 금융서비스로 분류되지 않음에 따라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가상자산 투자자의 관점에서 가상자산의 기능과 리스크를 고려해 유사한 금융상품이나 서비스에 적용되는 금융규제를 적극 원용해야 할 것”이라는게 이정두 전문위원의 대안이다.

다만 그는 이를 위한 몇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우선 “가상자산의 기능과 리스크에 따라 차별화된 규제를 적용하기 위해 가상자산의 유형화가 필요하고, 유형화된 가상자산별로 관련된 리스크와 규제목적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유형화된 각각의 가상자산에 내재된 리스크를 관리할 세부적인 감독제도와, 합리적인 규제비용, 효과적 규제목적 달성을 고려한 규제체계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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