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소비자단체, 부실 무량판 아파트 등 “소비자 생명 위협” 맹비난
기간단축·원가절감 이유로 부실공사 만연
"징벌적 손해배상, 입증책임전환 필요"
국토부, LH 총체적 부실 지적? “국토부는 소비자안전 위해 뭘 했나?”

아파트 공사 현장. 이미지를 표현한 것일 뿐 본문 기사와는 관련없음.
아파트 공사 현장. 이미지를 표현한 것일 뿐 본문 기사와는 관련없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LH의 무량판 구조 공사를 비롯해 철근을 묶지도 않거나, 시멘트에 물을 과다하게 섞는 등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불량, 부실 시공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며,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중 (사)한국소비자연맹 등 시민·사회 단체들이 공개한 비판 성명은 이들 부실 건설업계의 문제점과, 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우려, 문제의식 등을 압축하고 있다.

앞서 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단지 91곳을 국토교통부가 전수 조사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전단보강근 누락이 발견됐다.

이에 한국소비자연맹은 “소비자의 생명을 담보로 안전을 위협하는 반복되는 건설사의 부실공사에 대해 국토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고, 지금이라도 소비자의 불안을 해결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한다.”며 조목조목 따져묻는 비판 성명을 내놓았다.

애초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는 구조다. 그러므로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근(전단보강근)을 튼튼하게 감아줘야 한다. 기둥과 슬래브 연결 부위를 강화하기 위해 심는 철근이 전단보강근이다. 만약 이 보강근이 없으면 슬래브가 무게를 못 버티고 기둥 아래로 내려앉을 위험이 커진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15개 단지 중 10개 단체는 설계미흡, 5개 단지는 시공이 미흡해 철근이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소비자연맹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인 아파트에서 뼈대인 철근을 빠뜨린다는 생각을 했다는 건 생명을 담보로 한 안전불감증 정도가 아닌 ‘간접살인 예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여서, 상상만으로도 끔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규탄했다.

무량판 구조는 공사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층고를 쉽게 높일 수 있으며, 원가절감 효과도 크다. 그렇다보니 LH도 이 공법을 썼다.

이에 대해 소비자연맹은 “민간건설사도 쓰지 않는 공법을 원가절감 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안전과 관련해 모범이 되어야 할 LH가 이런 일을 벌였다”고 비판하면서 “설계, 시공, 감리 과정에서 안전과 관련해 그동안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건, 각각이 서로 견제의 역할이 안 되고 있는 것이고 짬짬이를 통해 원가절감 이외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그간의 모든 과정에 대한 불신을 제기했다.

소비자연맹은 또 “LH가 이러한 안전 불감증과 부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토교통부는 충분한 역할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건설업계의 해묵은 부조리와 ‘적폐’를 일일이 환기시켰다.

우선 2021년 6월 광주에서 철거하던 건물이 무너진 사고, 지난해 1월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와 최근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를 언급하며 “우리나라 최고의 건설사들은 ‘해체는 하청업체가 했다’, ‘감리는 작업자들이 했다’, ‘감리가 제대로 안되었다’, ‘설계는 시행사 소관이다’ 등등 책임을 미루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또 “소비자들은 큰돈을 들여 최종 (완성재로서) 아파트나 주택을 구입한 것일뿐, 그것을 누가 설계 했고 시공을 했고, 감리를 했는지 등은 알 수 없다”면서 “시작부터 끝까지 참여한 설계·시공·감리 모든 단계에 걸쳐, 안전 책임이 있고, 소비자에게 최종 책임을 지는 주체는 계약의 당사자인 건설사”임을 분명히 했다.

그래서 “이번에 또다시 적당히 넘어가게 된다면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설사의 행태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이권 카르텔’을 깨겠다고 하고, 서울시는 건설과정을 ‘동영상’으로 남기겠다고 하지만, 일부 사전적 예방책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연맹은 “(그 보다는) 건설 행정 전 과정이 투명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모든 단계 마다 올바른 거버넌스를 통해 상호 견제하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또 공동주택도 제품 결함 원인으로 소비자에게 인적, 물적 손해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 실질적인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또한 “부실시공 등 시공자의 원인으로 하자가 발생해도 피해자가 고의과실 입증 책임을 지는 ‘계약 책임’보다는, 현재 공동주택은 적용이 제외되고 있는 ‘제조물책임법’을 적용해 부실공사로 인한 건설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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