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 첫걸음은 ‘긍정적’
1금융권·고신용자·빅테크에 혜택
2금융권 차주, 선택 폭 좁아 '상대적 박탈감'
대출한도 소진, 중소 핀테크업체 열세 문제점
금융당국·금융권, 보완책 마련 시급

[중소기업투데이 정민구 기자] 금융소비자들의 이자부담 완화와 금융권의 ‘상생금융’ 확대로 지난달 말일부터 개시 된 대환대출 플랫폼이 ‘대출 환승’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 및 플랫폼 업체들 사이에 금리인하나 이자지원 행사 등 고객 유치 경쟁이 가열될 조짐이다. 하지만 온라인 대환대출에 있어 ▲제2 금융권 소비자들은 소외되고, 제1 금융권 대출을 받은 고신용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있고, ▲대환대출에서 개별 금융회사가 신규 유치할 수 있는 한도를 4000억원으로 설정해 금세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일부 빅테크 플랫폼으로 대환대출이 몰려 중소 핀테크 업체들의 생존에 위협이 될 수 도 있는 만큼 대환대출의 지속적인 유지를 위해 금융당국 차원의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환대출 ‘첫걸음’ 양호

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대환대출 인프라가 문을 연지 사흘간(5월 31일~6월 2일) 총 5679건, 1541억원의 온라인 대환대출이 이뤄졌다. 아울러 이날은 오전 9시~오후 1시 1108건의 대출이동을 통해 약 265억원의 대출자산이 움직였다. 지난달 말 서비스 개시 후 총 6787건, 1806억원의 대출이동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1일 평균 500억원에 근접, 대환대출의 지속성이 조심스레 전망되는 상황이다.

금융권 및 핀테크기업들의 대환대출 시스템은 스마트폰 앱으로 이미 일으킨 신용대출 정보를 손쉽게 조회한 다음 각 금융기관의 대출 조건을 열람해 가장 나은 선택지를 골라 한 번에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19개 시중은행, 18개 저축은행, 7개 카드사, 9개 캐피털사 등 총 53개 금융사와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토스 등 대출 비교 플랫폼 기업이 참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고금리로 피해를 보는 금융소비자의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을 추진해 왔으며, 이에 호응하는 금융사 및 핀테크 업체들의 참여로 온라인 대환대출을 개시한 것이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스마트폰으로 각 금융사들의 금리를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쉽게 대출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영업점을 직접 찾아야 하는 불편이 해소될 뿐 아니라 금융사 간 금리 경쟁으로 금융소비자의 대출이자가 낮아진다”며 “종국에는 금융시스템의 선순환을 이루게 되는 것은 물론 금융소비자의 편익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객이탈 막고, 새 고객 유치경쟁 돌입

지난달 대환대출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각 금융사들은 고객 이탈을 막는 동시에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금리 인하와 함께 각종 금융 혜택 경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먼저 우리은행은 대놓고 금리 인하를 내세웠다. 우리은행 대환대출 시스템을 통해 신규 대환하면 최초 약정기간에 0.5%p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아울러 우리은행 앱에서 신용대출을 갈아타는 고객에게는 중도상환해약금·인지세 등 대출 거래에 드는 비용을 최대 10만원까지 지원한다.

KB국민은행은 다른 금융사 신용대출에서 갈아타려는 고객을 대상으로 ‘KB 온국민 신용대출’을 출시했다. 대출 한도가 3억5000만원으로 높아 타행에 ‘비교 우위’를 차지한다. 아울러 국민은행은 ‘집토끼’를 지키기 위해 대환대출 인프라 도입일인 지난달 31일 전부터 이른바 ‘이탈 우려 고객’들에게 2만원 상당의 금융쿠폰(예금 1만원+적금 5000원+외화 환전 5000원)을 발송하는 등 마케팅을 펼쳤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달 말 온라인 대환대출 개시일에 맞춰 특화 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을 내놓았다. 금리 상승기 신규 취급액 코픽스(8개 은행 제공 대출 기준금리)보다 금리 변동분이 늦게 반영되는 ‘신잔액 코픽스’를 준거 금리로 삼아 금리 부담을 덜어줬다는 게 하나은행 측 설명이다. 또한 급여 이체 등 부수거래 없이도 최저금리를 제공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5대 은행 중 가장 많은 4개 플랫폼(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토스·핀다)과 손잡은 하나은행은 향후 입점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오는 21일 대출 비교 플랫폼을 선보이는 신한은행은 앞서 일부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금리를 인하했고, 이어 대환대출 고객을 대상으로 첫 달 이자 지원 등도 마련한다. 농협은행도 금리를 낮추고, 한도 조건을 완화한 대환대출 상품 출시와 함께 경품 증정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소비자, 중소 핀테크사 ‘부익부 빈익빈’?

이렇듯 대환대출 시스템이 자리잡아 가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대환대출 초기 금리인하나 다양한 마케팅 등 쏟아지는 혜택들이 은행 대출을 이용 중인 고(高)신용 차주에 집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실제로 대환대출 인프라가 문을 연 지난달 31일 움직인 대출자산 중 건수 기준 95.7%가 은행 간 대출이동으로 집계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2금융권에서 은행으로 이동하거나 2금융권 내에서 대출 환승이 이뤄진 건수는 겨우 4.3% 밖에 안 됐다.

사실상 기존 은행권 문턱이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높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 대환대출 인프라는 대출 갈아타기를 손쉽게 하게끔 비대면 인프라 구축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정부 보증이나 2차 보전 같은 지원책은 전혀 없어 저신용자들에게는 여전히 장벽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고 하지만 2금융권 대출을 1금융 신용대출로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미션 임파서블’”이라면서 “대체로 고만고만한 금리 수준에서 조금이라도 낮은 곳을 찾아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금융위가 대환대출 인프라 통해 카드론에서 은행 신용대출로 갈아타면서 금리를 10%p 가까이 인하한 사례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복권 당첨 처럼 드문 경우”라고 했다.

이로 인해 2금융권에서 돈을 꾼 저신용자들은 은행권에서 소외된 상황에서 대환대출 선택지 조차 거의 없다는 우려다.

대환대출 플랫폼에 입점한 2금융권 금융사가 많지 않은 것도 이유다. 가장 많은 제휴사를 보유한 토스의 경우 은행 7곳을 빼고 2금융권은 저축은행 8곳, 캐피털 3곳, 카드사 1곳에 그친다.

카카오페이도 은행 7곳을 제외하고는 저축은행 4곳, 캐피털·카드사 각 1곳과 제휴를 맺은 상황이다.

애초에 대환대출 인프라에 참여 의사를 밝힌 2금융권은 저축은행 18개, 카드사 7개, 캐피털사 9개사 등 모두 34개사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아직 과반 금융사가 입점 눈치를 보고 있는 셈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중개수수료 인하로 2금융권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일례로 토스는 연말까지 캐피털사 등 일부 2금융권 상품의 중개 수수료를 최대 40% 인하하기로 했고, 네이버파이낸셜은 저축은행중앙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중개 수수료 인하분을 금리인하로 반영하는 형태로 저축은행 입점을 북돋우고 있지만 아직 요원하다.

한 플랫폼사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제휴 의지는 물론 플랫폼 참여에는 자사의 기술적 인프라 환경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2금융권은 은행 등 1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적·물적 한계 탓에 인프라 환경 구축이 늦어지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금융당국, 보완책 마련할까?

금융전문가들은 결국 대환대출 인프라가 실행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보증이나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는 대환대출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이라면서 “어떤 상품을 추가로 만들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또한 그는 “이번 대환대출 인프라는 기존에 있던 대환대출을 활성화하려는 취지"라며 정부의 개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대환대출 시스템에 부정적인 전문가들은 ▲온라인 대환대출 금리의 무차별성 ▲신규 대출 6개월 이내 대환 불가 ▲연간 은행권별 대출 한도 등 여러 제약을 지적한다. 현재에는 대출 환승이 고신용자들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차별화가 되지 않아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비대면 대환대출 플랫폼이 고도화·활성화 함에 따라 고령층이나 장애인 등 이른바 ‘디지털 디바이드’로 인한 디지털 소외계층의 불이익이 커질 수 있어 이에 대해서도 선제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한편 이같은 시장의 우려에 따라 금융위는 5일 “현재 대환대출 인프라 운영의 초기 단계로서 상당수 차주들의 대환 수요를 고려해 당분간 금융회사별 취급한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환대출 시범운영을 통해 개별 금융사가 신규로 유치할 수 있는 연간 신용대출 한도를 4000억원 또는 전년도 신규 취급액의 10% 이내 중 적은 금액으로 정했으나, 일시적으로 이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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