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장,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이달 중순 서해안고속국도에서 의식을 잃고 중앙분리대를 치면서 진행하던 차량을 앞질러 차량을 강제로 세우고 운전자를 구출한 사고의 구조자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쉽지 않은 일이고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한 일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종종 우리 주변에는 이 같은 의인들이 나타나 각박한 세상을 밝히고 있다.

다만, 신문과 방송 등에서 희생을 각오하고 구한 이 사건에 대한 보도는 있으나, 사건에 숨어있는 문제와 개선 방향에 대한 언급은 없어서 아쉽다.

고속국도 추월선인 1차선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잘못하면 2차 사고로 이어진다. 실제 연간 국내 고속국도에서 2차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망자가 평균 33명에 이른다. 게다가 고속국도 사고는 일반 도로 교통사고보다도 사망할 확률이 6배 높은 만큼 심각하다.

주변 차량의 움직임을 보면서 사고 차량을 세우고 탑승자를 구출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더 심각한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구조자가 의식을 잃은 운전자를 구출하기 위해 비상 망치를 구한 일이다. 그는 자신의 차량에 비상 망치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길가에 정차한 트럭에서 비상 망치를 구하기 위해 도로를 가로질러 갔고, 다시 건너와 유리를 깨고 운전자를 구했다.

비상 망치와 소화기는 버스나 트럭 등에만 있어야 하는 비상 장비가 아니라 자가용 등 모든 차량의 운전자가 구비해야 하는 의무 비상장비이다.

해외에서는 차량 화재가 발생하면 인근을 달리던 차량 운전자가 자신의 소화기를 들고 나와 소화하는 행위를 종종 볼 수 있다. 반면, 국내 운행 차량에는 10대면 10대 모두 소화기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연간 차량 화재는 5000건이다. 매일 13~14건씩 차량 화재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유사시 비상 망치와 소화기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에 따라 비상 망치와 소화기는 트렁크가 아니라 항상 운전석에서 손으로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한다. 이번 언론 보도는 이점을 놓치고 있다.

2차사고 조치 등도 아쉽다. 이번 사건은 단순 화재거리가 아니라 우리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운전면허취득 시험에서 이 같은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베테랑 운전자 역시 2차사고 등 심각한 사고에 대한비상 운전방법, 방지방법 등의 교육을 받았거나 받을 수 있는 곳은 국내 전무하다.

선진국은 다양한 위험조치 방법이나 이를 위한 교육기관이 즐비하다. 운전자 역시 이를 상시 이용하고 있다.

우리는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 평균의 세배가 넘는 연간 4000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교통 후진국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상황을 확인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중요하지만, 일회성 화제로 끝나는 듯해 유감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구조자의 행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닌 만큼 큰 박수받아 마땅하다. 아울러 유사시 대처 방법과 비상장구 등의 구비 역시 필수인 점도 크게 알려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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