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유무형 자산 공유 인프라로 활용…KT, 전봇대 경쟁사와 공동 사용 등
김홍국 하림회장, 공유주방 추진…대우, 반면교사, 정권 비위맞추기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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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8.15 축사를 통해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주문했다. 같은 해말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하게 된 배경이다.
이후 동반성장위는 대기업의 동반성장지수평가,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 등 대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 주력했다. 다만, 박근혜 정권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창조경제를 펼치면서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주춤했다.

최태원 회장.
최태원 회장.

[중소기업투데이 정수남 기자]  진보 성향의 문재인 정권을 맞아 대기업들이 속속 공유경제 실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국내 제계 순위 3위인 SK그룹(회장 최태원)이 가장 발빠르게 나섰다.

최태원 회장은 2016년 초 경영에 복귀한 이후 ‘근본적 변화’을 새로운 경영 철학으로 잡고 “사회적 가치는 기존 시장을 두고 뺐고 빼앗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니라, 다양한 참여자들과 함께 성장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회적 가치와 공유 인프라를 강조한 것이다.

그는 최근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 이 같은 공유 경제를 거듭 강조했다.

최 회장은 ‘격변기 기업의 새로운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기업은 주주·고객 등을 위한 경제적 가치 외에도, 대중·시민단체·정부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위한 사회적 가치도 만들어야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현재 SK그룹은 세가지 공유모델을 검증하고 있다고 최 회장은 설명했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측정해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내부 회계 시스템, 주유소 등 기업의 자산을 사회와 나누는 ▲공유 인프라 사업, 대기업이 풀뿌리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생태계조성 사업 등이다.
이중에서 공유 인프라 사업은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내놓은 정책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6월 “SK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유무형의 자산은 공유 인프라에 해당한다”면서 “앞으로 SK그룹은 어떤 것을 공유 인프라로 활용할지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SK에너지 직영 3600개의 주유소를 국민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을 주문했다. 여기에는 주유기를 비롯해 세차장, 정비소 등 유형자산과 마케팅, 경영관리 능력 등 무형자산 등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 배려, 환경보호 등 사회적 영향력 순위가 상위 10%에 속한 기업은 일반 기업보다 기업가치는 물론 마진 율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사회적 가치 창출은 기업의 수익성으로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KT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와 통신망 필수 설비인 전봇대·관로를 공유한다.
KT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와 통신망 필수 설비인 전봇대·관로를 공유한다.

올해로 민영화 16주년을 맞은 KT(회장 황창규)는 통신 인프라를 경쟁사와 나눠 사용한다. KT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와 통신망 필수 설비인 전봇대·관로를 공유하는데 합의했다.

이들 3사는 올초부터 초고속 통신망인 5G(5세대) 상용화를 앞두고 필수 설비 공동 사용을 논의했으며, 최근 결실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쟁사들은 KT가 국민 혈세로 구축된 전봇대를 KT가 독점하는 데 반발했으며, 그동안 임대료를 지불하고 이를 사용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종전 이동통신 필수 설비의 70% 이상을 가진 KT와 경쟁자들은 이용료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5G에 쓰이는 주파수는 네트워크 커버리지가 롱텀에볼루션(LTE)보다 짧아 더 촘촘하게 기지국과 중계기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전주와 관로 설비가 필요하다”며 “5G 조기구축 지원이라는 정부 정책에 공감하고, 효율적 5G 구축을 위해 경쟁사와 협력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28㎓ 등 초고주파 대역을 사용하는 5G망은 LTE와 비교해 설치해야 하는 기지국 숫자가 최대 18배로 증가한다. 5G 필수 설비를 공동 사용 합의에 따라 향후 10년 간 최대 1조원의 투자비가 절감될 것이라는 게 KISTI 예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통신 필수설비 공동 사용과 관련한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는 등 이 같은 KT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홍국 회장.
김홍국 회장.

과기부는 통신사들이 터파기 등 굴착공사와 관로·맨홀 포설 비용을 통신망 구축에 필요한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케 했다.

과기부 관계자 “통신설비 공동구축은 택지개발지구 등에 일부 적용된 적이 있지만, 5G망처럼 전국 단위 통신망 사업에는 처음으로 적용된다”면서 “알으로 진행되는 통신설비 공동구축에는 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등 유선사업자를 포함해 SK텔레콤도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기업의 행보를 정권 비위맞추기로 폄하하고 있다.

이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초기 정권의 비위를 거슬려 공중분해 된 대우그룹과 박근혜 정권에 뇌물수수혐의 등으로 현 1년여 간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하림그룹의 김홍국 회장은 ‘공유주방’의 파격적 실험에 도전한다.

김 회장은 ‘부엌의 가출’을 주제로 한 칼럼에서 “산업이 발전하고 개개인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부엌 면적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전통적인 부엌 기능이 대부분 주택에서 가출해 식품가공 공장으로 간다는 뜻이다.

그는 이 같은 부엌의 가출을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유주방’으로 연결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4000억원을 투자헤 하림푸드콤플렉스를 구축한다.

그는 “공유주방에 앞서 공유 공장건설을 위해 세계적인 식품산업단지인 프랑스 소피앙티 폴리스를 벤치마킹했다”며 “누구나 방문해 맛을 보고 즐기며 체험하는 시스템을 갖춘 게 공유공장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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