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부동산PF 연체율 10% 넘어
자금난과 부실 위험 커져
‘레고랜드’ 이은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산

부동산PF 부실로 인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민간 아파트 모습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부동산PF 부실로 인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한 민간 아파트 모습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레고랜드’ 사태로 증폭된 부동산PF 부실에 의한 후폭풍이 심상찮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로 꼽히는 국민연금이 최근 증권사 주식을 대거 매도하는 등 이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지만, 증권의 부동산 PF 연체율이 최근 10%를 넘어서는 등 이상 기류가 보이는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35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0.38%까지 치솟았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부동산 PF 대출 관련 자료에 따르면 당시 이들 증권사들의 연체율이 10.38%, 대출 잔액은 4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은행권의 대출 등에 의한 연체율이 불과 0.01%인데 비하면  1000배 가량 높은 비율이다.

이미 국민연금은 부동산 관련 투자는 물론, 부동산 PF 금융기관에 대한 투자를 급속히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실 PF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취한 사전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자금난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국민연금이 투자를 철회한 증권사들은 자체 또는 계열사를 통해 특히 많은 분량의 부동산PF를 실행한 것으로 전해지는 곳들이다. 지난 2019년에만 해도 이번에 10%를 넘어선 증권사들의 부동산PF 연체율은 불과 1.3% 수준에 그쳤다. 물론 당시는 집값이 크게 오르고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보이던 시점이었다.

그 후에도 2020년 말 3.37%, 2021년 말엔 3.71% 정도를 유지해오다가, 지난해 부동산경기가 침체되고, 기준금리가 인상된데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가 겹치면서 급속히 연체율이 치솟은 것이다.

이에 정부 당국은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만큼, 그다지 우려할 만한 사태는 아니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거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증권사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고, 발을 빼면서 증시는 물론 시중의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불안심리가 유포되고 있다. 국민연금 조차 정부의 말을 ‘립 서비스’ 정도로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보니 최근엔 국민연금 외의 PF 자산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들의 또다른 기민한 움직임도 엿보인다. 즉, PF유동화증권을 개인들에게 팔아넘기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PF유동화증권은 기업이나 은행이 보유한 부동산PF 채권을 기초로 해 발행된 증권이다.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들은 자사의 PF채권을 유동화회사(SPC)를 통해 PF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로 개인들에게 팔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워낙에 금리가 높다보니, 개인들이 몰리면서 리테일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오랜 기간 이어지고, 유동화증권 차환이 생길 경우 개인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그 때문에 “개인들에게 PF 리스크를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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