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납품대금연동제 법제화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기고] 납품대금연동제 법제화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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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성 (사)중기정책개발원 이사장, 경제학박사
전 중소기업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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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성 중기정책개발원 이사장  

2022년 12월 8일은 대중소기업간 상생역사에서 획을 긋는 하루였다.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정부 공포와 함께 6개월 후 ‘연동제 개념 및 지원에 관한 사항’ 시행, 9개월 후 ‘의무와 제제에 관한 사항’이 각각 시행된다.

중소기업계에서는 14년전인 2008년에 납품대금연동제에 관한 법률제정을 국회에 요구했고 14년이 지난 올해에야 드디어 그 결실을 보았다. 여야 정치권을 포함하여 한결같이 환영하는 반응이다. 반면, 동법 제정과정에 울며겨자먹기로 참여한 대기업과 경제단체는 시장의 가격결정 기제를 저해하는 법적 조치라며 울상이다.

그동안 우역곡절 끝에 여야 합의로 통과된 납품대금 연동제의 핵심내용은 “① 위탁기업이 수탁기업에 물품 등의 제조를 위탁할 때 주요 원재료, 조정 요건 등 연동에 관한 사항을 약정서에 기재하여 수탁기업에 발급할 의무를 부과함. (‘주요 원재료’는 물품 등 제조에 사용되는 원재료로써 그 비용이 납품대금의 10%이상인 원재료, ‘조정 요건’은 주요 원재료의 가격이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10%이내 범위에서 협의해 정한 비율이상 변동) ② 소액계약, 단기계약, 위탁기업이 소기업인 경우,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연동하지 않기로 한 경우에는 납품대금 연동에 관한 사항을 약정서에 적지 않을 수 있음. 다만, 연동치 않기로 합의한 경우 그 취지와 사유를 약정서에 명시적으로 적어야 함. ③ 위탁기업의 예외조항 악용 방지를 위한 탈법행위 금지 조항을 신설하고 이를 위반한 위탁기업에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함. ④ 위탁기업이 연동에 관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기 위해 수탁기업의 책임질 사유없이 위탁을 임의로 취소·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함. ⑤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남품대금 연동에 관한 표준약정서를 제·개정하고 그 사용을 권장함. ⑥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납품대금 연동 우수기업 선정 및 포상, 원재료 가격정보 제공, 연동 실적의 확인, 교육·상담(컨설팅) 등의 사업을 집행하는 연동지원본부를 지정함. ⑦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분쟁조정 대상에 납품대금 연동에 관한 사항이 명시되며 상생협력법에 따른 권한 위임 대상에 소속기관의 장을 추가함.” 등이다.

2008년 납품대금 연동제 법제화 요구 이전에도 국제 원자재가의 변동에 따른 대중소기업간 납품대금의 전가 문제는 지속 제기되어왔다. 또한 지난 14년간의 법제화 숙성기간동안에도 대중소기업간의 자율적인 납품대금 연동제 실행을 위한 민간차원의 노력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그 결과는 여야 정치권의 개입을 통한 법적 조치로 귀결되었다. 왜 납품대금 연동이 민간 자율로 실행되기 어려웠는지에 대한 구조적이고 근원적인 요인을 파악하고 세심하게 대응해야 법 시행 이후 제도의 안정적 정착과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 5년동안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 부동산가격 및 거래에 개입하는 법적· 제도적 조치, 그리고 화물차동차 안전운임제 등 자유시장 작동의 핵심 기제인 거래가격에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어떤 부작용을 낳고 있는지 실감하고 있다. 자유시장경제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과 혁신을 촉발하기 위해서는 시장가격의 결정에 국가의 법적, 제도적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성장동력을 급하게 상실해 나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자유시장 작동을 저해하는 정부 규제인데 특히, 시장가격에 대한 개입과 규제는 그야말로 시장작동을 질식시키는 독극물과 같은 것이다.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는 바로 이러한 시장가격 기제에 대한 직접적 개입이기 때문에 그 부작용이 우려되어 그동안 기나긴 숙성기간을 거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조치까지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의하면 한국기업들의 제품 제조원가 구성을 보면, 제조업 전체로는 재료비 66.27%, 노무비 8.15%, 경비 25.58%이며, 중소제조업의 경우 재료비 64.01%, 노무비 11.05%, 경비 24.94%이다. 수익성을 보면 매출세전이익율로서 제조업 9.32%, 중견기업 7.9%, 중소기업 4.4%이다.

위 자료를 근거로 대중소기업간 수위탁관계의 주도력을 발휘하는 한국 대기업들의 경영상 특징을 간단히 요약하면, 경직된 노동시장 하에서 노무비와 경비를 줄이기는 어렵고 투자자를 고려한 이윤율 삭감도 제약이 크기 때문에 원가의 66%를 차지하는 재료비 절감을 우선하고 있다. 그 방법으로 기술개발이나 경영혁신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가장 약한 고리로서 손쉽게 활용하는 것이 수탁중소기업에 대한 납품단가 삭감이나 전가였다. 중소기업의 이윤율이 대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바로 이러한 대중소기업간 수위탁 관계의 반영이다. 이러한 대중소기업 수위탁관계의 구조적 문제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했고 드디어 법제화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대중소기업간 가격결정 과정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경우 문정부의 실패사례처럼 큰 후유증이 우려되어 연동치 않을 수 있는 예외조항을 두게 되었다. 향후 이 부분에서 대중소기업이 어떻게 한발짝씩 양보해서 조화롭게 운용되어 지는가가 제도 정착과 성공의 나침판이 될 것이다.

또한 표준약정서에 따라서 대중소기업간의 납품대금 연동이 강제되게 되면 몇 가지 우려스런 현상이 야기될 수 있다. ① 대기업들은 가장 약한 고리였던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대금 삭감 및 전가가 어려워지면서 해외기업으로 수탁기업을 돌릴 수 있다. ② 기존 수위탁기업간의 표준약정서를 통한 상호 협력과 유착 관계가 긴밀해 지면 새로운 위탁 중소기업의 신규 참여와 경쟁을 제한하게 될 것이다. ③ 원자재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경우 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위탁 중소기업들의 비용 절감을 위한 기술개발 및 경영혁신 의욕은 상대적으로 저감될 것이다. ④ 원자재가격의 급격한 변동을 기회로 활용하거나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해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신규 창업하는 창업기업의 의욕도 꺽일 수 있다. ⑤ 대중소기업간의 자율거래에 사전적인 정부개입이 강화되고 포퓰리즘 정치권의 개입이 확산되면 향후 불필요한 규제와 정부 개입이 양산될 수 있다.

향후 6~9개월 이후 납품대금 연동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이러한 부정적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의 세심한 후속조치 마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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