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북경화쟈대학교 겸임교수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거주

박춘태 북경화쟈대 교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지난 9일 끝났다. 이번 선거를 맞이하여 여야 대선 후보자들은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그 가운데서 재외동포와 연계된 공약으로 재외동포청 신설을 내세웠다. 변화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부응하는 바람직한 일이다. 획기적인 재외동포정책 개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특히 재외동포들에겐 큰 관심거리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후보자들 공히 이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재외 동포들의 증가가 역량 증대로 이어지고 있어서 그들의 역할과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인지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재외동포들과의 유대를 강화,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 발전의 자산이라는 점이다.

한 가지 예를 보자. 1997년에 미국에서 치러진 대학입학 시험에 놀라운 일이 있다. SATⅡ시험 외국어 영역에서 한국어가 처음으로 채택된다. 이 결정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재미동포와 한국 기업이었다. 동포들의 뜨거운 지지와 호응, 그리고 한국 기업의 재정 지원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재외동포들의 역할은 모국, 대한민국의 외연 확장자 및 모국과 거주국 간의 성장 엔진, 공공외교의 주요역할자로 조망되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재외동포는 193개국에 약 73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유엔가입국 수를 기준으로 볼 때 대부분의 나라에 진출해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데,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 경제·문화 영토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영토도 확장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들 재외동포 중 거주국가의 국적 취득자를 제외한 약 250만명이 우리나라 국적 보유자로서 투표권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약 5%에 해당된다.

필자가 거주하는 뉴질랜드에서도 동포들 사이에 우리나라 대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투표를 하고자 하는 열망 또한 대단하다. 그런데 현 재외선거제도가 일부 유권자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는 기존 제도의 고착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치인데,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재외동포가 투표를 함에 있어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모르거나 알고도 모르는 체 방관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동포 유권자들은 북섬 및 남섬 등 여러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현행 재외선거제도에 따라 이들이 투표를 하려면 북섬 오클랜드 한국총영사관이나 웰링턴에 있는 한국대사관을 방문해야 한다. 예컨대,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에 거주하는 유권자가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하루 정도 시간을 내어 항공편으로 북섬 오클랜드 또는 웰링턴까지 이동해야 한다. 이러한 일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현지 실정을 감안하지 않고 투표하기만을 독려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재외동포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하루빨리 제도의 고착화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지원과 배려가 요구된다. 그 일환으로 각 지역별 한인회에서 투표를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어떨까. 적어도 한인회가 설립돼 있는 지역에서는 기표소를 설치해야 한다. 이것이 쉽지 않다면 우편투표제라도 도입을 해야 한다. 이번 선거까지는 이러한 방법을 적용할 수 없었지만 새로운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는 민족정체성을 유지하며 공공외교 강화는 물론, 동포들의 통합을 이끄는 데도 의의가 있다고 본다.

요약하면, 현지 실정에 맞는 최적의 전략·정책은 다양성을 동반한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려면 우선 재외동포기본법 제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현존 재외동포관련 업무는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 등 여러 부처에 산재해 있다. 이 때문에 재외동포 지원정책 및 예산의 중복 등 악순환이 지속된다. 재외동포청이 신설되면 정책의 수립 및 추진에 상당한 무게가 실릴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집행력이 강화돼야 하기 때문에 ‘재외동포청’이 위상에 맞지 않다면 ‘재외동포처’의 설치도 하루 속히 이뤄져야 한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국가는 물론 민간 차원의 공공외교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 우리의 경제, 문화, 외교적 역량의 통합 및 효율성과 일관성 제고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하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