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소규모 제조업체 등 종목 다변화, 업태 전환 등
기존 제조라인 응용한 인접 종목 선택…아예 새로운 시장 도전도

사진은 소규모 제조업체의 작업장 모습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소규모 제조업체의 작업장 모습.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코로나19’에다 날로 치솟는 원자재 가격, 금리 인상 등이 겹치면서 소규모 사업장이나 중소기업에선 새삼 ‘포트폴리오’ 전략이 관심을 받고 있다. 즉 본래의 주력 아이템이 아닌, 연관 산업이나 품목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거나, 3D프린팅과 제품 접목, 새로운 소재와 제작기법을 도입하는 등 공정과 제품 라인업의 전환이 그런 경우다.

특히 전체 시스템과 사업 종목의 전환이 손쉬운 소규모 사업장에선 더욱 이같은 ‘포트폴리오’ 마케팅이 생존을 보장하는 조건이 되고 있다. 특정한 종목이나 시장 또는 거래처에만 편중된 경우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 치명적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19’ 이전에 과다한 시설 투자를 했다가 위기에 처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LED조명 업체도 그런 사례다. 이 업체는 특정 거래처 납품을 겨냥해 고가의 레이저 및 CNC 장비를 대거 설치했다가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큰 난관에 봉착했다. 납품 상대방 업체가 경기 불황으로 일감을 대폭 줄이면서 수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었고, 그 때문에 작업장을 가득 메운 신형 장비와 시설 가동이 멈춘 것이다. 물량이 조만간 확보되지 않을 경우, 차입 자금 이자 감당조차 버거운 실정이다.

이에 이 업체는 방등과 거실등, 주방등과 같은 인테리어 조명으로 과감히 방향을 바꿨다. 종래 해오던 LED형광등이나 경관조명·투광등과 같은 시설조명과는 차원이 다른 셈이다. “그래도 제작기법이나 원리가 일맥상통하다보니, 큰 어려움은 없었다”는 회사 대표는 “다행히 ‘코로나19’로 인한 재택 풍토에 힘입어 실내 인테리어 붐이 일면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장다변화, 신사업 구상 등 ‘유비무환’ 절감= 이처럼 어느 특정 분야만을 취급하며, 평소 ‘포트폴리오’에 무관심했던 업체들일수록 불황이 심화되거나 할 경우 어려움을 크게 겪을 수 밖에 없다. ‘코로나’는 그런 쓰디쓴 교훈을 새삼 던져주었다. 이제 ‘코로나 이후’엔 다양한 분야의 소비자들을 확보함으로써 그나마 불경기 국면에서도 현상유지를 하거나, 오히려 호조를 보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경기도 안산의 한 광고물 제작업체도 그런 경우다. 이 업체는 전체 매출의 30%를 아웃도어 계통의 대기업 물량이 차지하고, 20% 정도는 관할 구청과 공기업 수주 물량이다. 나머지는 크고 작은 채널간판과 조형물, 안내 표지판 등 생활간판이 차지한다. 업체 대표 B씨는 “한때 대기업 두어 곳에 전적으로 매달리기도 했지만, 수 년 전엔 주문이 끊어지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서 그후 꾸준히 시장 다변화를 시도했고, 그런 전략이 맞아떨어진 덕분에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최소한 현상 유지는 하고 있다”는게 B씨의 얘기다.

특히 업체 대표가 40대 전후의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하는 경우, 과감한 이노베이션이나 시장 전환을 꾀하는 경우가 있어 눈길을 끈다. 각종 인테리어 자재 유통과 제작을 겸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업체 대표 C씨는 최근 3D프린팅 시장을 꼼꼼하게 조사하고 있다. 실사출력용 프린터 업계 일각에선 최근 대형 3D프린터를 수입, 고품질 대형 출력물 시장을 노크하고 있으나, 아직 활성화되진 않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경향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코로나’가 진정세에 접어든 최근엔 실제로 소형 3D프린터로 복잡한 미디어 아트 수준의 조형물을 제작하는 업체가 등장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서울 강북구의 C업체(수유동)는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3D프린팅 광고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한 케이스다.

이 업체 대표는 “우선 3D프린팅 유통을 겸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힌 다음, 차츰 아트 조형물 제작에도 3D기술을 접목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는 C씨는 “아직 미개척 분야인 만큼 섣불리 일을 벌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하길 기다렸다간 이미 (시장 선점을 위해선) 늦게 된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C씨는 요즘 비슷한 사례를 찾아 3D프린팅 전문업계도 두루 수소문하며 방법을 찾고 있다.

제작, 납품해오던 한 업위주로만 운영하던 업체들도 최근의 자영업 침체로 인해 간판 주문이 대폭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중에서 건물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공실’사태가 이어지는 세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새로 입주하여 개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지 않고, 간판 주문도 날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불경기일수록 간판 장사는 잘 된다’던 속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에이전트인 광고기획사 등을 통해 대기업 물량에만 의존하던 광고물 제작 업체인 D사는 사업 다각화가 아닌, 시장을 아예 바꾼 경우에 해당한다. 회사 대표는 “(대기업) 거래처들은 최저가를 요구하면서도 결제는 최대한 미루는게 보통”이라면서 “그나마 작년부터는 ‘코로나19’ 핑계를 대고 거의 기획사 물량이 끊어지다시피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경우 그 동안 전체 매출의 90%가 광고기획사를 통한 대기업 수주 물량이어서 더욱 심각했다.

이에 영세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한 스티로폴 포장재나 1회용 플라스틱 용기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소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과감히 (플라스틱) 사출기도 한 대 들여왔다”는 대표의 얘기다. 다행히 최근 배달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주문량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런 현실을 두고 “경기가 불안할수록 신제품 개발 수준의 R&D만으론 부족하고, 시장 다변화와 새로운 연관 사업 아이템 개발 등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현상들”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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