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당 가격 10년 전의 10분의1로 추락, ‘덤핑’에 과잉공급
제조업체들 부도, 해외이전 등 ‘국산’ LED모듈 찾기 어려워

사진은 '2019LED엑스포'에 참가한 업체의 부스로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2019 LED엑스포'에 참가한 업체의 부스.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최근 LED모듈 제조업계에선 단가 경쟁에 이어 덤핑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LED모듈은 거의 모든 조명제품이나 조명등, 자동차 실내외 조명, 전조등, 간판조명 등의 필수품이 되고 있다. 그러나 자영업 수준의 영세사업자에서부터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듈 생산업에 뛰어들면서 현재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가 되고 있다.

본래 2000년대 중반 LED붐이 일던 무렵엔 LED모듈(3구 기준)은 개당 2천원 안팎이었다. 그후 점차 LED가 대중화되고, 에너지 절약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보급 정책에 힘입어 공급시장도 크게 확대되었다. 결국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2015년 무렵엔 개당 400~5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 과정에서 치열한 가격경쟁과 살인적 덤핑이 가세하면서 더욱 가격을 끌어내렸다.

일부 제조업체들은 땅값이 싼 공장 부지로 옮기면서까지 생산 단가를 더욱 낮추거나,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정용 조명에까지 이젠 LED조명이 보편화되고, 이를 초과하는 규모의 물량이 쏟아지면서 작년부터는 3구 LED모듈의 개당 가격이 100원대 초반(130~140원)까지 떨어지면서, 점차 LED모듈 제조업계에 큰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손꼽는 LED조명업체가 부도를 낸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LED모듈을 비롯, LED바, LED형광등과 같은 LED제품 생산에 주력하던 국내 A업체의 경우, 이젠 해당 제품군의 신규 영업을 중단하다시피 했다. 제품 생산도 계속하고 판매도 하고 있지만, 기존의 거래선만 유지하는 선에서 영업을 하는 것이다. 영업 사원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유력한 LED조명업체는 LED모듈과 전혀 관계없는 업종인 스포츠 용품을 개발, 판매를 하고 있다. 아직 확연한 성과가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우선 새로운 시장에 기대를 걸어본다는 생각이다. “LED모듈 만들어 팔아봤자, 인건비 등을 따져보면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는 이 회사의 한 임원은 “LED모듈은 적자나 면하면 다행인 ‘부수 생산 제품’이 됐다”고 설명한다. LED모듈 외에 LED투광등, LED보안등과 같은 LED조명 제품군도 다양하게 개발, 판매를 했지만, 역시 안정적인 수입원은 되지 못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 “해외로 공장 옮겨 생산단가 낮추고, 생산 품목 늘려야”

국내 상황이 이렇다보니 LED모듈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의 해외 ‘엑소더스’가 이어지고 있다. B업체는 작년에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한 뒤, 최근까지 생산라인의 안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해외로 생산 공장을 옮겼지만, 현지 인력들의 문화와 성향이 국내 기업의 그것과 맞지 않아 적응하느라 아직은 바쁘다. 이 회사는 베트남 현지 공장에선 국내에서 유통할 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 비해 인건비가 3분의 1 수준이어서 단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공장은 유지는 하고 있지만 생산인력과 생산량을 줄여 해외 공장의 ‘보조’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은 해외 수출 물량이나 베트남 현지 공장에서 미처 소화하지 못하는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업체의 LED모듈 가격도 상당히 떨어져서 개당 가격이 역시 100원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다. 한술 더 떠 최근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한 또 다른 업체는 LED모듈 가격을 100원대 초반까지 낮추기도 했다. B업체 임원은 “단가가 너무 떨어져서 (판매) 물량이 늘어도 매출도 떨어진다”며 “LED모듈은 구색(갖추기)일 뿐, SMPS, 투광기 등 제품군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경기도 양주군의 또 다른 LED조명업체도 기존이 LED모듈이나 LED형광등 외에 공장등, 가로등, 투광등으로 제품군을 늘렸다. 가정용 실내등도 개발을 하려 했지만, 국내에서 유통 중인 중국산 제품의 가격이 워낙 낮아서 경쟁이 되지 않아 포기했다. “주변의 업계 관계자들도 가정용 실내등을 생산하려 한다면 뜯어말리는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산을 표방하는 제품들도 칩만 삼성, LG 등 대기업 제품을 사용한 것일뿐, 대부분의 부품을 중국에서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하거나 아예 칩만 중국으로 보내 완제품을 만들어서 들여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모두 LED조명제품의 핵심 소재인 LED모듈 시장이 이처럼 수지 타산이 맞지 않은데서 발생한 일이다. 최근 ‘2021 LED엑스포’ 현장에서 만난 한 조명업계 대표는 “이러다간 대부분의 LED모듈을 중국산 등으로 대체할 날이 멀지 않았다”면서 “국내에서 밑지면서 생산하기보단, OEM 혹은 중국기업과의 제휴 방식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ED모듈은 첨단 조명기술과 IT산업의 기초적인 부품이기도 해서 유사시엔 마치 ‘요소수’ 사태처럼 국가 기간 산업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키워드
#LED #LED모듈 #조명
저작권자 © 중소기업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