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알루미늄 합금제품 구매 입찰 담합 8개 사업자 제재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
“개선된 입찰제 시행토록 권유”

사진은 기아차 홍보 이미지로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기아차 홍보 이미지로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알루미늄 합금제품 입찰 과정에서 지난 10년 간이나 담합행위를 반복해오던 8개 알루미늄 제품 제조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무더기로 적발되었다. 이는 그 규모나 수법에 있어서, 산업계에서 횡행해오던 불공정 입찰 내지 담합의 전형적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현대자동차 등이 실시한 알루미늄 합금제품 구매 입찰에서 관련 업계의 8개사가 투찰가격 등을 담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06억71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발표에 의하면 ㈜알테크노메탈 등 8개사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현대자동차㈜, 기아㈜ 및 현대트랜시스㈜가 실시한알루미늄 합금제품 구매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물량배분을 하고, 이에 맞춰 낙찰예정순위 및 투찰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하였다. 이들 8개사는 ㈜알테크노메탈, ㈜세진메탈, 한융금속㈜, ㈜동남, ㈜우신금속, 삼보산업㈜, 한국내화㈜, ㈜다원알로이 등이다. 단, 한국내화는 2016.12월 입찰까지, 다원알로이는 2020.3월 입찰부터 담합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들이 2016년 12월 입찰까지 담합을 지속하다가 2017년 2월 검찰의 입찰방해죄 수사가 시작되자 담합을 중지하였으나, 이후 회사수익이 악화되자 2019년 9월 입찰부터 다시 담합을 재개하였다”고 경위를 밝혔다. 당시 검찰은 다원알로이를 제외한 7개사를 입찰방해죄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 등이 입찰에 부친 알루미늄 합금제품은 알루미늄 잉곳‧용탕으로서 주로 자동차 엔진․변속기 케이스 및 자동차 휠 제조에 쓰인다. 입찰 품목은 AC2BH잉곳, ADC10S/12S잉곳, ADC10S/12S용탕 등 3가지다. 이들 제품은 형태(고체‧액체)와 규소·구리 등의 구성비율에 차이가 있다. AC2BH는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에 공급하는 제품이고, ADC10S는 현대차 울산공장, ADC12S는 기아차 화성공장에 공급하는 제품이다.

이에 8개사는 입찰일 전날 모임 등을 통해 현대자동차 등의 전체발주물량을 업체별로 비슷한 수준으로 배분하고, 협의된 물량배분에 맞춰 품목별 낙찰예정순위 및 투찰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4년, 2015년, 2017년의 경우에는 물량확보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연간 물량배분 계획을 수립해 자신들의 합의를 재확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 2011년부터 2021년까지 해당 입찰에서 합의한 대로 낙찰자 및 투찰가격이 결정되어 8개사는 탈락사 없이 매 입찰에서 높은 가격으로 납품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이들이 담합하지 않은 입찰의 경우 낙찰가격은 발주처 예정가보다 평균 200~300원/kg정도 낮았다. 그럼에도 아예 납품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업체들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래 알루미늄 합금제품은 용해로(고로)에 알루미늄 스크랩(고물)을 녹여 생산하는데 공장을 계속 가동하지 못할 경우 용해로가 파손될 수 있고, 선주문한 원재료에 대한 비용이나 고정 인건비 등도 상당하여 업체 입장에서는 현대자동차 등으로부터 일정한 물량을 확보하여 공장을 안정적으로 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루미늄 합금제품은 생산원가 중 원재료의 비중이 90% 이상이다. 그러나 원재료는 대부분 수입을 통해 조달되며, 수입 주문 후 국내 입고까지 2~3개월이 소요되어 입찰에 대비하여 원자재를 선주문해야 하였다.

또한 이 사건의 경우 현대․기아차 입찰제도의 특이점이 담합의 배경 중 하나라는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당시 입찰제도에 따르면, 품목별로 복수의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고, 납품가격은 낙찰자들의 투찰가격 중 최저가로 정해서 모든 낙찰자들에게 통일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런 점이 납품업체 입장에서 다른 경쟁업체와 가격을 합의하려는 동기로 작용한 것이다. 특히, 거리상 운송비가 많이 드는 화성공장 인근 업체들도 울산공장 인근 업체들의 투찰가로 납품하게 됨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졌고 이를 담합으로 막으려는 동기가 생긴 것이다.

공정위는 이 사건 담합이 현대․기아차 입찰제도의 특이점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현대․기아차와 함께 관련 입찰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현대․기아차는 입찰제도를 개선,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하였다.

개선된 입찰제도는 먼저, 알루미늄 용탕 납품가격에 포함되어 있던 운반비를 별도로 책정하여 실제 발생한 울산, 화성공장까지의 운반비를 반영해주는 방식이다. 두 공장에 납품되는 용탕의 가격을 다르게 정하기로 한 것이다. 또 운송거리 등도 감안했다. 즉 부산항을 통해 수입된 알루미늄 스크랩은 가공과정을 거쳐 용탕으로 최종 납품되기까지 업체별로 운송거리가 다르다. 보통 울산소재 업체들보다 충남소재 업체들의 운반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동일 납품가격을 적용할 경우 충남소재 업체들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나빠지게 되는 문제를 해소했다.

그간 업체들은 납품가격이 예상보다 낮게 결정된 경우에도 추후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납품포기를 요청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낙찰사의 납품포기권을 1개사에 한해 공식적으로 보장해 주기로 하였다. 낙찰사로 선정된 모든 업체에게 납품포기권을 보장하는 것은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업체들의 안정적인 공장운영을 위해 최저 15%의 납품 물량을 보장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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