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가출한 주방
하림의 성장기반 마련
세계 식품시장 7조弗
동북亞, 초고속 성장세

[중소기업투데이 박철의 기자]  국내 농식품 업계의 스티븐 잡스로 불려도 손색없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김 회장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에다 불굴의 도전정신이 돋보이는 자수성가형 CEO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김홍국 회장이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해 매출 10조가 넘는 대기업 반열에 오르기까지 그의 도전정신과 드라마틱한 삶은 한국 사회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기도 하다. 지방의 농고 출신으로 뒤늦게 대학 졸업장을 쥐긴 했지만 식품업계의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은 범상치 않다. 지난달 27일 전북 익산에서 열린 ‘하림푸드 콤플렉스’ 기공식에서 문경림 하림그룹 전무의 경과보고 내용에는 김홍국 회장의 철학과 비전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문 전무는 우선 2005년 8월 한 경제신문에 실린 김홍국 회장의 칼럼 ‘부엌의 가출’을 소개했다. ‘산업이 발전하고 개개인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부엌 면적은 줄어든다’는 이론이다. 즉 전통적인 부엌 기능이 대부분 주택에서 가출(?)해 식품가공 공장으로 간다는 말이다. 소홀하게 넘길 수 있는 이런 모습을 김 회장은 놓치지 않고 사업과 연결했다. 이날 문 전무는 ‘가출한 부엌’을 묶어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유주방’을 목표로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4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인 하림푸드 콤플렉스 건설을 위해 지난 4년간 적지 않은 준비를 했다고 한다. 특히 김 회장의 철학인 자연을 품고 공유하는 공장건설을 위해 세계적인 식품산업단지인 프랑스 소피앙티 폴리스를 벤치마킹했다고 회고했다. 또한 누구나 현장을 방문해 맛을 보고 즐기며 체험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이번 공장의 특징이라고 밝혔다.

이날 문 전무는 “올해 전 세계 식품시장은 7조 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자동차 철강 IT산업을 합한 것보다 크다”며 “농식품 산업이 불패의 미래유망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우리나라의 농식품 분야 무역수지가 255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커져가는 국내 식품시장을 외국산이 점령하고 있다는 반증이다”며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과 러시아 등 동북아 식품시장이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그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네덜란드의 무역수지 흑자는 358억달러. 이는 무엇보다 농식품 분야 세계 최고수준의 와닝겐대학과 푸드밸리, 그리고 유럽의 관문인 노테르담 항구 등 수출국으로서의 다양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림의 본사가 있는 전북도 농업진흥청과 식품연구원 등 국내 최고의 식품 R&D 및 식품 공공기관이 둥지를 틀고 있고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조성돼 하림그룹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는 결론을 냈다. 김 회장은 하림그룹을 창업한 뒤 지금까지 네덜란드를 제집 드나들 듯이 하면서 네덜란드의 국가경영시스템 및 농업국가로 성공한 사례를 연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총리를 지낸 아브라함 카이퍼 목사를 만난다. 카이퍼는 총리로 재직하면서 네덜란드를 철저하게 ‘창의’와 ‘실용’의 나라로 만든 주인공이다.

김 회장은 “네덜란드는 유대교 및 신 구교간 종교전쟁에서 밀려난 신도들이 스페인 등 유럽 등지에서 쫓겨나와 갯벌이 전부인 암스테르담으로 몰려와 도시를 만들었다”며 “이런 이유로 각 분야에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문화가 자리를 잡은 나라다”고 밝혔다.

남한 땅의 2.5분의 1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는 인구도 1700여만명에 불과하다. 내세울만한 지하자원 하나 없고, 불모지나 다름없는 땅이 세계적인 농업국가로 탈바꿈한 것이다. 현재 세계 5위의 무역대국이며 세계 2위의 농업수출국으로 성장한데는 카이퍼의 공이 절대적이라는 김 회장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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