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버블’론…엔비디아 실적, ‘AI동맹’으로 잠재워?

엔비디아 3분기 호실적으로 주가 급등, ‘AI버블’론 주춤 실적 발표 하루 전 MS, 엔비디아, 앤스로픽 ‘3자 AI동맹’ 과시 ‘동맹’ 주도한 젠슨 황, “거품 잊어버리고 오직 성장만” 강조 일각에선 “시장 상황 악화되면 ‘버블’론 다시 고개들 수도”

2025-11-21     이상영 기자
MS와 엔비디아, 앤스로픽은 엔비디아 실적 발표 전날 전격적으로 '3자 AI동맹'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앤스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 MS CEO 사티야 나델라, 엔비디아 CEO 젠슨 황. [출처=MS 유튜브 캡처]

[증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엔비디아가 20일 570억 달러 매출과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일각의 ‘AI 버블’ 우려를 잠재웠다. 특히 CEO 젠슨 황은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거품은 잊어버리세요. 오직 성장만이 있습니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는 “그간 AI 거품에 대한 논란이 많았지만, 저희 관점에서는 그와는 전혀 다른 것을 보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 57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일반회계기준(GAAP) 순이익은 32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월가의 예상치를 상회한 것이다. 이에 이날 엔비디아를 비롯한 뉴욕증시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AI버블’ 우려를 가라앉게 한 점이 가장 큰 소득이다.

막대한 투자 매달린 AI기업들, ‘버블’론은 경계 대상

사실 엔비디아 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애플, 아마존, 그리고 유망 스타트업인 앤스로픽, 오라클, 브로드컴, 퍼플렉시티 등이 가장 우려하고 경계하는 것이 ‘AI버블’론이다. 투자자들이 거액의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렇다할 수익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그 바탕에 깔려있다.

이날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그래서 지난 며칠 동안 실리콘밸리나 월가를 비롯, 전 세계 산업계의 최고 관심사였다. 결국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으로 그런 의구심을 일단 잠재운 것이다. 그러나 ‘AI 버블’론은 잠깐 잠복상태에 들어갔을 뿐,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선 또 다시 고개를 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빅테크와 AI기업들로서도 ‘AI버블’론은 신경쓰이다 못해 ‘두려운’ 아젠다일 수도 있다. 이들은 최근 수억에서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 범용의 AGI와 같은 초지능 파운데이션 모델과 완전한 지능형 모바일 아키텍처, 자율주행 등을 꿈꾸고 있다. 그들로선 초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초조함은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전의 움직임에서도 잘 드러난다. 젠슨 황은 실적 발표 바로 전날인 19일(현지시각)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앤스로픽 3자 간의 ‘삼각 AI동맹’을 전격 발표했다. 이미 그 전부터 디테일한 부분까지 합의가 된 사안들을 굳이 엔비디아의 ‘이벤트’(실적 발표) 전야에 널리 공표한 것이다.

이는 진작에 호실적을 보고받은 젠슨 황이 다음 날 있을 ‘이벤트’를 앞두고, 이날 ‘동맹’을 선언함으로써 ‘AI버블’론을 정면으로 대항하는 기회로 삼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앤스로픽의 최신 모델 '클로드 소넷 4.5' 이미지. [출처=앤스로픽]

MS애저, 클로드, AI칩의 통합 위한 ‘3자 동맹’

이날 MS, 엔비디아, 앤스로픽은 AI 동맹으로 힘을 합쳐 MS 애저(Azure)와 엔비디아의 최신 칩(블랙웰과 베라 루빈) 플랫폼 전반에 걸쳐 대규모 컴퓨팅 투자를 확보하고, 더욱 긴밀한 기술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MS 전속 유튜브로 생중계된 동맹 협약 체결식에서 들뜬 표정으로 “이번 파트너십은 꿈이 현실이 된 것”이라며, 최첨단 AI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3자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선 젠슨 황과 MS의 CEO 사티야 나델라, 앤스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에 따라 앤스로픽은 MS 애저(클라우드) 용량을 300억 달러에 매입하고, 향후 학습 실행을 위해 최대 1기가와트의 추가 전력을 계약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하기로 했다. 본래 오픈AI 창립 멤버들이 샘 앨트먼과의 노선 차이로 인해 퇴사 후 세운 회사가 앤스로픽이다. 창립 1년 만에 ‘클로드’AI로 인기를 끌면서 폭풍 성장, 11월 현재 기업 가치 1800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또 ‘제2의 오픈AI’로 부상하고 있다.

앤스로픽 CEO 아모데이는 급성장하는 최첨단 AI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 이러한 규모의 투자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이날 밝혔다. MS와 엔비디아도 신규 투자를 통해 앤스로픽을 지원하고 있다. 발표에 따르면 MS는 앤스로픽에 최대 50억 달러를, 엔비디아는 최대 100억 달러를 투자, 3자 동맹의 윈윈 전략을 구사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의 협약은 그야말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이다. 앤스로픽은 MS 애저(클라우드)에서 클로드를 널리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또한 “엔비디아의 그레이스 블랙웰과 곧 출시될 베라 루빈 시스템을 기반으로 클로드가 차세대 모델에 필요한 성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또한 MS는 Opus, Sonnet, Haiku를 포함한 최첨단 클로드 모델이 자사의 MS 제품 라인업에 고루 적용, AI앱 기업 고객들에게 공급하는 제품군을 확대할 것임을 강조했다. 즉, 깃허브에서부터 마이크로소프트 365까지 코파일럿 제품군 전반에 걸쳐 내장되는 것이다.

엔비디아로선 앤스로픽 ‘클로드’ 개발에 그레이스 블랙웰 시스템, 이후 베라 루빈 플랫폼에서 실행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황 CEO는 이날 클로드의 코드 도구와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을 칭찬하며, “엔비디아 엔지니어들이 최신 가속기에서 이를 가속화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도의 컴퓨팅과 막대한 자본이 결합함으로써 이들은 더 많은 컴퓨팅 워크로드를 지원하고, 클로드를 광범위한 엔터프라이즈급 배포 환경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엔비디아의 최신 칩 아키텍처 '베라 루빈'. [출처=엔비디아]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사업 덕분 3분기 호실적

한편 20일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사업 덕분에 호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은 512억 달러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25%,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나머지 58억 달러의 매출은 엔비디아의 게임 사업에서 42억 달러로 발생했으며, 전문 시각화 및 자동차 부문의 매출이 그 뒤를 이었다.

엔비디아의 CFO 콜레트 크레스는 주주들에게 보낸 성명에서 “데이터센터 사업이 컴퓨팅 가속화, 강력한 AI 모델, 그리고 에이전트 애플리케이션의 성장에 힘입어 성장해 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요는 CSP, 소버린, 현대식 건설 기업, 슈퍼컴퓨팅 센터 등 모든 시장에 걸쳐 있으며, 여러 획기적인 데이터센터 증축도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 3월에 출시되어 다양한 구성으로 제공되는 블랙웰 울트라(Blackwell Ultra) GPU는 특히 강세를 보이며 엔비디아 라인업의 선두 주자가 되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이전 버전의 블랙웰 아키텍처 또한 지속적으로 높은 수요를 기록했다.

황 CEO는 이번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특히 “학습 및 추론 분야에서 컴퓨팅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우리는 AI의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고 ‘AI버블’론을 일축하고 나섰다.

그는 “AI 생태계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더 많은 새로운 기반 모델 제작자, 더 많은 AI 스타트업, 더 많은 산업, 더 많은 국가가 생겨나고 있다. AI는 모든 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으며, 모든 것을 동시에 처리하고 있다”고 ‘AI르네상스’가 눈 앞에 다가왔음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