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서버를 ‘빛’으로 연결...데이터센터 ‘문제’ 해결?

국내 기술, 서버 간 CPU·메모리·GPU 광(光)으로 연결 데이터센터, ‘에너지 소모, 비효율성, 용량 문제’ 대폭 완화 데이터센터의 가장 치명적 걸림돌 해소, “세계 최초로 개발”

2025-11-17     이상영 기자
데이터센터 서버 시스템 전경. [출처=언스플래쉬]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용수 등 에너지를 먹는 ‘하마’로 불리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에 별도 발전시설이나 SMR(소형모듈원자로), 심지어 해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등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 공공연구기관이 컴퓨팅 자원을 빛으로 연결하는 광네트워크 기술을 개발, 이런 문제점들을 크게 해소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는 에너지 효율화는 물론, 폭주하는 AI프로세서의 문제점인 ‘지연’ 현상 최소화하고 있다. 이에 “데이터센터의 당면한 문제점에 대한 획기적 대안”이란 평가까지 받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개발한 이 기술은 데이터센터의 메모리와 가속기 등 핵심 자원을 ‘빛’으로 자유롭게 연결하거나 분리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원’이 강조하듯, 사실상 “세계 최초의 기술”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는 한마디로 광스위치 기반 ‘데이터센터 자원연결(Optical Disaggregation, OD)’ 기술이다.

현재의 데이터센터엔 하나의 서버 안에 CPU, 메모리, 스토리지, 가속기(GPU) 등이 고정적으로 묶여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각 서버가 보유한 한정된 자원만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서버는 메모리만 과도하게 사용하고, 다른 서버는 CPU만 사용하는 등 자원 활용 편차가 커 전체 효율이 떨어지곤 한다. 서버 간에 에너지 소모량이 불균등하고, 그로 인해 자원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초고속 연결이 필요한 AI 학습용 데이터나 메모리 자원의 효율적 운용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원은 각 서버 내부의 메모리나 가속기가 부족할 경우, 광스위치를 이용해 다른 서버의 자원을 빛의 신호로 즉시 연결할 수 있게 했다. 즉, 서버마다 각기 불균형한 프로세스 용량이나 GPU 등 인프라를 서로 보완하거나, 빌려주며 전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AI 학습이나 대규모 데이터 분석처럼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작업에서도 자원을 ‘필요한 순간, 필요한 만큼’ 빠르고 유연하게 연결‧분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서버끼리 ‘십시일반’의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한 것이다ㅣ.

그래서 “이번 기술은 원격 메모리 접속 표준(CXL, Compute Express Link)을 광스위치로 연결한 세계 최초 사례”라는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실리콘밸리를 포함,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아직 이와 유사하 기술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대부분의 데이터센터는 전기 신호 기반 스위치를 사용하고 있어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여러 번의 신호 변환이 일어나며 ‘지연’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 기술은 전기 신호 대신 ‘빛’으로 연결함으로써 역시 AI프로세스와 연산 속도를 한껏 높여,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는 AI붐으로 인해 폭증하는 연산과 데이터 처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그래서 갖가지 문제점을 노출하며, 심지어 건축 현장에선 ‘님비’현상까지 빚으며 지역민의 반발을 사고 있는 데이터센터의 현실을 개선할 수도 있는 방안으로 주목된다.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차세대 광(光) 네트워크 핵심 기술”이란 연구원의 평가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 까닭이다.

이 기술은 또한 원격 메모리 접속 표준(CXL, Compute Express Link)을 광스위치로 연결한 세계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글로벌 기술 경쟁력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ETRI가 자체 개발한 CPU 어댑터, 메모리 블레이드, 가속기 블레이드, OD 매니저를 결합한 검증시스템을 구축해 실증에 성공했다.

실험 결과, 프로그램이 추가 자원을 요청하면 광 경로를 자동으로 설정해 필요한 메모리와 가속기를 실시간으로 할당하고,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수행되는 것을 확인했다. 데이터센터 자원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제어하면서도 광(光) 속도로 연결할 수 있는 체계를 세계 최초로 입증한 것이다.

ETRI는 이번 기술에 적용된 CXL 관련 원천특허를 확보하고, 관련 기술로 국내외 특허 47건을 출원했다. 또한 광통신 분야 최고 권위의 학회인 광섬유통신 컨퍼런스 및 전시회(OFC)와 유럽 광통신 학술회의(ECOC)에서 연구 성과를 발표해 국제 학계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연구원측은 “AI 서비스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자원이 빠르게 소모되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메모리와 가속기를 효율적으로 공유․활용함으로써 데이터센터 자원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형 데이터센터로의 전환을 앞당길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