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년간 국내 450조 투자…반도체·AI·배터리 전방위 확장

AI 확산 속 ‘반도체 생산능력 선점’이 투자 배경 평택 5라인 착공…글로벌 공급망 중심지로 부상 전남·구미·광주·울산·아산으로 확산되는 첨단 클러스터 청년 인재 육성과 협력사 상생으로 산업 생태계 강화

2025-11-16     황복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삼성이 향후 5년간 연구개발(R&D)을 포함한 국내 투자에 총 450조원을 투입한다. 글로벌 AI 확산에 따른 첨단산업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대규모 제조·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병행하는 전략이다.

삼성은 신규 채용과 청년 교육 프로그램 확대, 협력사 상생 투자도 함께 추진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

이번 대규모 투자에는 복합적 배경이 깔려 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메모리와 고대역폭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생산능력 확보가 곧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됐다. 여기에 미국·중국 간 기술 경쟁 심화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자, 핵심 생산거점을 국내에 더욱 공고히 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정부가 ‘AI 국가전략’과 첨단산업 육성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는 환경 역시 민간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의 450조 투자 계획은 이러한 기술·시장·정책 환경 변화가 한꺼번에 맞물려 나온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임시 경영위원회를 열고 평택 2단지의 5라인 골조 공사를 승인했다. AI 기술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의 중장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해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결정이다. 5라인은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며, 기반시설 확충도 동시에 추진된다. 평택단지는 투자 완료 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내 전략적 위상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지역 균형을 위한 투자도 대폭 확대된다. 삼성SDS는 전남에 국가 AI컴퓨팅센터를, 구미에 AI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다거점 데이터 인프라 전략을 펼친다.

전남 센터는 2028년까지 1.5만 장 규모의 GPU 확보를 목표로 하며, 스타트업·학계·중소기업에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국가급 AI 허브 역할을 맡는다. 삼성전자는 인수한 공조기업 플랙트의 한국 생산라인을 광주에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해 AI데이터센터용 중앙공조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차세대 배터리 생산거점 확충도 본격화된다. 삼성SDI는 울산을 전고체 배터리 양산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으며,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시제품 테스트와 고객사 협력을 진행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의 8.6세대 IT용 OLED 라인을 내년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며, 삼성전기는 부산사업장에서 서버·AI용 고부가 패키지기판 생산을 확대해 글로벌 고객 기반을 넓히고 있다.

고용 창출과 청년 인재 육성도 주요 축이다. 삼성은 향후 5년간 6만 명을 신규 채용하고, SSAFY·희망디딤돌·C랩 아웃사이드·청년희망터 등 교육·창업·지역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8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SSAFY는 8000명 이상의 수료생을 배출해 약 85%의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희망디딤돌 2.0은 자립준비 청년의 기술 역량과 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협력회사와의 상생 프로그램도 강화된다. 삼성은 1~3차 협력사에 대해 설비·기술개발·운영자금 명목으로 저리 대출을 제공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까지 1051개사에 2조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다.

스마트공장 구축과 ESG 전환을 돕기 위한 무이자 대출도 운영 중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협력사 직원의 품질·안전 역량을 높이기 위해 2010년부터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해 왔으며, 누적 지급액은 8146억원에 이른다.

삼성의 이번 투자 계획은 반도체·AI·배터리·디스플레이 등 국가 핵심 전략 산업의 공급망과 기술 기반을 대폭 확장하는 동시에, 지역 산업 생태계 구축과 청년 인재 유입을 촉진하는 효과를 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