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산업, “AI 융합으로 차별화 기한다”

소재 개발부터 제조 지능화, 생애 주기 관리 알고리즘 등 국내 유명 연구기관, 관련기업 본격적인 AI융합 기술 개발 본격화

2025-10-25     이상영 기자
전기자동차 배터리. [출처=익스트림테크]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배터리 산업에도 본격적으로 AI가 융합되고 있다. 이는 곧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전문기관과 전문가들에 의하면 2030년까지 전체 배터리 시스템의 90%가 AI를 통해 최적화될 것이며, AI는 셀 개발 및 제조 전반에 걸쳐 보편적인 기술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으로 AI는 2035년까지 고품질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는 핵심적인 애플리케이션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국내에선 울산과학기술원(UNIST), IRS글로벌, 카이스트, 포스코홀딩스 등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AI는 소재 개발의 민첩성(93% 단축), 제조 공정의 탄력성(1/15 불량률), 운영상의 안전성(70% 위험 감소), 그리고 순환 경제 통합(95% 회수율)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가치 창출 플랫폼이다. “AI 투자는 단순한 효율 개선이 아닌, 차세대 배터리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기업의 생존 및 성장 전략의 필수적인 인프라 구축”이란 설명이다.

배터리 소재 개발은 전통적으로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는 시행착오(Trial & Error) 방식에 의존했다. 특히 전고체 또는 리튬금속 배터리와 같은 차세대 소재는 복잡한 조성비와 미세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는 상용화에 도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AI는 방대한 물성 데이터와 머신러닝 시뮬레이션을 통해 유망한 화학적 조합 및 합성 조건을 사전에 예측할 수있다. 비효율적인 실험 단계를 대폭 축소하여 R&D 패러다임을 '가설 검증(Hypothesis Testing)' 중심으로 전환시킨다.

AI 기반 소재 탐색은 수많은 잠재적 후보군 중에서 고에너지 밀도와 고안정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최적의 물질을 신속하게 선별, 소재 개발의 리드 타임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이는 시장의 변화 속도에 맞춰 신소재를 적시(Just-in-Time)에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하며, 시장 선도자 지위를 확보하는 핵심 동력이 된다.

국내에선 AI와 로봇 기술을 융합한 자율 탐색 실험 시스템이 이차전지 소재 혁신을 실현한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 KAIST와 포스코홀딩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로봇팔과 AI를 결합한 자율 탐색 실험 시스템을 구축했다. 카이스트 등은 “이 시스템은 AI가 자체적으로 실험 조건을 결정하고 로봇팔이 정밀하게 실행한 뒤, 결과를 분석하여 다시 학습하는 자율적인 데이터-실험 순환 구조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혁신적인 시스템은 연구 성과를 극대화했다. 연구진은 “소재를 탐색하는 기간을 93% 단축하는 성과를 달성했으며, 동시에 에너지 소비가 많은 소결 공정 시간을 50배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는 기술 상용화까지 걸리는 리드 타임을 획기적으로 줄여, 경쟁사 대비 월등히 빠르게 안정적인 신소재를 대량 생산에 적용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이는 또한 자본 회수 기간 단축 및 기술적 우위 선점으로 직결된다는 주장이다.

배터리 제조 공정은 고온, 고압, 다양한 화학적 변수가 존재하는 복잡계다. 그 때문에, 대규모 생산 환경에서는 설비 노후화나 장시간 가동 등으로 인해 공정 조건이 미세하게 변동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기존의 범용 AI 모델은 실험실 환경에서 학습된 조건에만 최적화되어 있어, 이러한 현장의 동적인 변화(드리프트)가 발생하면 성능이 크게 저하되는 한계를 노출했다.”는 UNIST의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산업이나 전문 분야의 요구에 맞춰 설계된 도메인 적응 AI(Domain Adaptation AI, DA AI)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DA AI는 생산 환경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스스로 보정하여 다양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품질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DA AI의 도입은 '배터리 제조 공정의 비선형성 및 역동성'을 제어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술 진화 단계다. 설비가 오래되거나 대량 생산이 지속되어 초기 최적 조건이 흔들릴 때 일관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기술은 이차전지뿐만 아니라 화학, 기계, 반도체 등 대규모 제조 산업 전반에 응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는 얘기다.

특히 UNIST 연구팀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의 공동 연구팀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 배터리인 NCM 전구체 공정에 DA AI 기술을 적용,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춘 사례는 제조 지능화의 실질적인 효과를 입증한다.”면서 “NCM 전구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니켈(Ni) 용출은 입자 모양과 조성비를 불균일하게 만들어 배터리 성능 저하의 주요 원인이 된다”고 짚었다.

연구팀은 DA AI 기반 실시간 설비 이상 감지 기술을 활용, 원료 용액의 휘젓는 속도, 산성도(pH), 암모니아 농도 등 핵심 공정 조건을 최적화했다. 이 최적화 설계를 통해 니켈은 전구체 입자 안쪽에, 코발트와 망간은 바깥쪽에 안정적으로 배치되도록 유도함으로써 용출 가능성을 낮추고 구조적 안정성을 높였다.

배터리 이미지. [출처=테크크런치]

DA AI 기술의 도입은 높은 수율과 품질 안정성을 통해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창출한다. 제조 현장에서 불량률 1/15 감소 및 97.8%의 이상 감지 정확도를 확보한 결과, 연구팀은 연간 약 22억 원 규모의 원료 및 생산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정량적 성과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직면한 대규모 생산 및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가장 강력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이 된다”면서 “고품질의 일관성 유지는 대규모 EV 공급망에서 필수적인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며, 기업의 신뢰도와 경쟁 우위를 직접적으로 향상시킨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AI는 배터리의 전체 생애 주기(Life Cycle)에 걸쳐 가치를 창출하며, 특히 최종 사용 단계에서 지능형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에 통합되어 성능을 극대화한다. AI는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배터리의 충전 상태, 건강 상태, 그리고 가용 전력 한계(SOF)를 기존보다 훨씬 정밀하게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충전 및 방전 패턴을 제공한다.

또한, AI는 배터리 노화 패턴을 학습하여 충전 알고리즘을 사용 환경에 맞게 적응적으로 조정한다. 그 과정에서 적응형 충전 알고리즘(Adaptive Charging Algorithms)을 실행한다. 이 기술은 배터리 퇴화(Degradation)율을 30%까지 절감, 배터리 수명을 효과적으로 연장시킨다. 이는 “소비자에게 긴 수명을 제공하여 총 소유 비용(TCO)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트윈을 통해 배터리 운영 단계의 효율성과 예측 능력을 극대화한다. 배터리의 물리적 모델을 사이버 공간에 구현하고 AI 분석을 결합한다. 이를 통해 실제 운영 환경(EV 또는 ESS)에서의 배터리 성능을 정확하게 예측한다. 이 기술은 배터리 수명 연장 및 충전 최적화를 돕는다.

또한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실제 운영에 통합한다. 생산성 향상, 잠재적 문제 예측,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기여한다. 또한, 자원 효율성과 에너지 절감에도 기여하여 지속 가능한 경영을 실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IRS글로벌은 “AI는 배터리의 사용 후 가치를 극대화하고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 시스템을 통합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AI 기반 최적화된 재활용 기술은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회수하는 효율을 95%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는 자원 효율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성을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AI는 배터리의 개발, 제조, 운영, 폐기에 이르는 전체 가치 사슬에 걸쳐 측정 가능한 혁신을 제공하며, 기업이 생산자 책임 제도(EPR) 및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경영 목표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는 핵심 기술이 된다”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