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창욱의 줄탁동시 인재키우기 ⑧...내 아들딸의 ‘슬럼프’와 신입사원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부회장   

2025-10-15     중소기업투데이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회사에서 직원을 대하는 저의 스타일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가 있습니다. 큰딸이 취업에 도전하던 약 10년 전 일입니다. 당시 대학교 강단에서도 취업 지도를 활발하게 하던 때라, 나름대로 이 시대 청년들을 잘 안다고 자부했습니다.

면접 때문에 속상하다고 하길래 몇 마디 따끔하게 조언을 건넸더니, 딸은 “아빠는 면접을 못 봐서 속상한 딸에게 야단만 치냐?”고 대들었습니다. 만반의 준비를 했음에도 결과가 아쉬웠던 날, 분을 못 삭히고 눈물까지 보이기에 ‘그까짓 것 가지고 왜 우느냐’며 핀잔을 줬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위로 대신 핀잔을 들은 딸은 며칠 동안 저와 말도 섞지 않았습니다.

사회 초년생의 크고 작은 일들

그때부터 ‘아이를 키워 성인으로 제 몫을 하게 한다’는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강단에서 청년들을 가르치고, 사무실에서 부하직원들에게 일을 시키고, 칭찬과 질책의 경계를 나누는 모든 순간이 다시 보였습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중소기업으로 나와 일하면서 갓 들어온 신입사원과 직접 소통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 주제는 늘 조심스럽고 어려운 숙제였습니다.

기업 조직 내 상황은 워낙 다양하며, 무엇보다 상대가 되는 신입사원의 성장 환경이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20대 중후반의 신입사원들은 낯선 기업 조직에 들어와 크고 작은 문제에 봉착합니다. 내부 구성원을 만족시키며 발전해나가는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인생의 여정입니다. 앞으로 더 큰 장애와 난관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60년 평생 다양한 일을 경험한 필자가, 갓 졸업한 신입사원과 입장이 같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당연히 알 것’이라는 전제로 대하게 되는 실수를 종종 저지릅니다.

요즘 신입사원들과 내 아들딸

결론적으로 어른이, 선배들이 그들의 입장에 들어가 보아야 합니다. 20대 후반 신입사원들의 심정을 헤아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내 아들딸이나 조카를 상상해보는 것입니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예전에 상상할 수 없는 성장 환경을 경험했습니다. 어릴 적 부모의 이혼, 집안 사업의 실패, 대학생활 내내 ‘스펙’이라는 사회적 틀에 짓눌리는 것은 예사입니다. 발달된 미디어나 SNS에서는 N포세대, 은둔형 외톨이, 금수저론 등의 우울한 소식이 빗발치고, 주변에서는 코인이나 ‘서학개미’, ‘동학개미’로 돈을 벌어 회사를 때려치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숱합니다.

작은 꾸지람에도 쉽게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예전에는 다그치고 조련(操練)하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요즘 신입사원들은 금방이라도 깨어질 듯한 유리그릇 같습니다. 커오는 과정에서 따뜻한 조언을 받아본 적 없는 경우도 수두룩하며, 최근 3년의 코로나 기간은 인간관계를 완벽하게 단절시킨 시기였습니다. 예전에 흔했던 가까운 선후배 간의 관계 맺음도 어렵습니다.

가장 가까운 직속 상사, 선배의 역할

그런데 이들에게 직접 일을 시키고 생산성을 올려야 할 직속 상사는 대개 30대, 40대입니다. 우리 60대보다 공감 능력이 더 떨어진다고 느끼는 현상도 자주 목격합니다. 그러면서 갈등 양상도 보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영포티(Young Forty)’ 심지어는 ‘영피프티’라며 편을 가르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계적 지휘 계통으로 조직을 꾸려야 할 기업에게 이는 낭패스러운 일입니다. 해외에서 기업 활동을 하며 한국인 후배들을 데리고 꾸려야 할 조직은 더욱 심각합니다. 선배는 선배대로, 후배는 후배대로 의논할 대상이 없는 듯합니다. 글로벌청년사업가(GYBM) 양성과정에서도 연수 중이나 취업 이후 정착하는 과정에서 무척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개인으로나 조직으로나 모두 새로운 다짐과 행동 양식이 필요한 때입니다. 결국 선배의 역할은 외부에서 가볍게 쪼아주는 어미 새의 도움과 동시에 신입사원 스스로가 알을 깨고 나올 내부의 노력이 필요한 ‘줄탁동시(啐啄同時)’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위로와 설명, 공감의 길

이 글 처음에 언급했던 큰딸은 그 이후 취업도 잘하고 결혼해서 아이 셋을 둔 든든한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계기로, 3살 차이가 나는 동생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대했습니다. 힘들어할 때 야단치기보다 자초지종을 먼저 듣고 설명하며 공감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덕분에 동생은 졸업 전에 취업하여 회사에도 잘 적응해 나갔고, 힘든 모습을 보이면 핑계 삼아 와인 대화도 나누며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이번 추석연휴 기간 동안에도 ‘딸 둘의 대견함’을 톡톡히 느끼며 지냈습니다. 손주 네 명을 챙겨 정신은 없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뿌듯했습니다.

직원 관리도 자식 교육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아들딸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 필요한 것이 따뜻한 위로와 냉철한 조언이듯, 신입사원에게도 그들의 입장을 고려한 ‘위로가 담긴 채근’이 필요합니다.

어미 새가 껍질을 쪼고 병아리가 알 속에서 소리를 내는 ‘줄탁동시’처럼, 신입사원은 스스로 성장하려는 내부의 ‘쪼음’을, 그들의 성장을 위해 조직은 따뜻한 공감과 명확한 방향 제시라는 외부의 ‘쪼음’을 통해 서로 헤아려주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은

대우그룹 출신이 진행하는 해외취업 양성 기관인 GYBM(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의 실무 총책임자로, 해외(동남아)진출 인재를 매년 100명씩 키워내는 일의 실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평생 ‘사람’을 연구했다. 특히 ‘일을 통한 행복한 사람’에 대한 연구이다. 서울대 사범대에서 ‘교육’을 공부했으나 ‘기업’에서 ‘일’을 하며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대우그룹의 종합상사인 ㈜대우에서 인사관리, 경영기획 업무를 하며 ‘미생’을 ‘완생’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했다.

교육사업으로 미래를 바꾸고 싶어 ‘한국지식가교’를 창업하고 본격적으로 취업교육과 기업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대학생 진로취업지도를 교육하는 겸임교수, 특강, 멘토로 매년 100여 개 대학에서 학생과 교수를 대상으로 강의 중에 있다. 명지대, 성신여대, 경희대, 순천향대의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지금은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에서 고정 강의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취업의 정석 나를 마케팅하다’, ‘인사팀장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있으며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