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창욱의 줄탁동시 인재키우기 ⑦...잘 키운 자식과 잘 보살핀 후배 사원
대우세계경영연구회 부회장
60세, 정년 이후를 어떻게 살 것인가? 수많은 조언과 방법들이 강연으로, 각종 칼럼으로, 금융권의 상품으로 쏟아져 나온다. 자산 관리, 자기계발, 건강, 자격증 취득 등 방법도 다양하다. 필자에게도 역시 큰 관심사이다.
그런데 지난 주,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예전 직장 동료가 사무실을 찾아왔다. 오랜만에 나눈 대화 속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같이 다니던 회사를 떠난 후에 후배에게서 큰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후배가 다른 회사로 이직한 후에도 인연을 이어갔는데, 그가 어느 부동산 자산관리 회사에 재직할 때 자리 좋은 매물이 나왔다며 선배인 자기에게 좋은 조건으로 분양을 제공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 한 번의 배려가 인생의 든든한 기반이 되었고, 25년이 지난 지금도 쏠쏠한 수입원이 되어 평생의 고마움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약한 연결고리의 힘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약한 연결고리의 힘(The strength of weak ties)'의 법칙으로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의 사회 이론이다. 새로운 정보와 기회는 강한 관계보다 오히려 느슨한 관계, 즉 ‘약한 연결고리’를 통해 온다고 했다. 가까운 동기들 사이에서는 경쟁이 잦고 정보가 중복되기 쉽다. 하지만 선후배 관계는 다르다. 직접적 경쟁관계가 아니기에 신뢰와 배려가 싹트고, 그 연결이 시간이 지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인생을 바꾸는 기회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직장 문화에서는 직접 업무를 지도하는 선후배의 관계는 원만하질 못하다. 당사자 상호간에 대한 부분만이 아닌 직장 생활과 비즈니스 활동 전반에 대한 민낯을 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입사원을 후배로 받아드리며 회사에 적응 지도를 하는 동안에는 대체적으로 업무가 많이 몰리는 시기이기도 하니 거칠게 대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첫 입사 시절, 부족했던 저를 차분히 가르쳐주고 챙겨주던 선배가 저에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제가 다른 회사로 이직했을 때도 그때 배운 태도와 선배님께 영향을 받은 후배 지도 방식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 평생의 밑거름이 된 것이지요” 라는 말을 하더라는 것이다. 신입 시절 첫 3개월은 누구에게나 힘든 적응기다. 어느 누구든 나를 챙겨준 기억은 평생 잊히지 않는다.
요즘 청년들…
요즘의 신입사원들은 예전보다 준비가 훨씬 더 부족하다. 더 심해진 핵가족 속에서 부모와 교사를 통해 사회를 알게 된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한 3년의 거리두기로 제대로 된 대학생활도 하질 못했다. 강의도 인터넷으로 듣는 것이 일상이었고 인간관계 역량이 ‘0’수준에 가깝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회사에 합격했음에도 첫 출근부터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작은 실수나 꾸지람에도 어찌할 줄 모르고 위축이 된다. 겨우 제 자리를 지키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최근에 은둔형 외톨이가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가 그 방증이다.
비교하기는 민망하지만, 선배들께서 후배들에게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이나 반려묘에게 쏟는 정성의 반만이라도 신입사원에게 기울여 본다면 어떨까. 그렇게 마음을 내어 챙겨주고 가르쳐준 후배는 언젠가 내 자식보다 더 큰 힘이 되어줄지 모른다.
오늘날 백세 장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정년 이후 20년, 30년의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 여러 방법들이 있겠지만 오늘 입사한 신입사원 후배를 정성껏 보살피는 것도 미래를 기약하는 것이다. 개인 사이뿐만 이니라 기업문화 속에 심어야 할 가치이고, 사회 전체가 공유해야 할 지혜다.
잘 키운 자식 하나가 집안을 든든하게 하듯, 잘 보살핀 후배 사원 하나가 내 인생과 조직의 미래를 바꾸는 힘이 된다. 이보다 더 든든한 미래 보험은 없을 것이다.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은
대우그룹 출신이 진행하는 해외취업 양성 기관인 GYBM(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의 실무 총책임자로, 해외(동남아)진출 인재를 매년 100명씩 키워내는 일의 실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평생 ‘사람’을 연구했다. 특히 ‘일을 통한 행복한 사람’에 대한 연구이다. 서울대 사범대에서 ‘교육’을 공부했으나 ‘기업’에서 ‘일’을 하며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대우그룹의 종합상사인 ㈜대우에서 인사관리, 경영기획 업무를 하며 ‘미생’을 ‘완생’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했다.
교육사업으로 미래를 바꾸고 싶어 ‘한국지식가교’를 창업하고 본격적으로 취업교육과 기업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대학생 진로취업지도를 교육하는 겸임교수, 특강, 멘토로 매년 100여 개 대학에서 학생과 교수를 대상으로 강의 중에 있다. 명지대, 성신여대, 경희대, 순천향대의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지금은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에서 고정 강의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취업의 정석 나를 마케팅하다’, ‘인사팀장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있으며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