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개 진출’ 베트남 韓기업 활동의 중심에 ‘그’가 있다

김년호 베트남한인상공인연합회(코참연합회) 회장 인터뷰 

2025-08-30     황복희 기자
이재명대통령 국민임명식 행사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김년호 베트남한인상공인연합회 회장. 

김년호 베트남한인상공인연합회(이하 코참연합회) 회장을 현지 한인사회의 리더로 키운 8할은, 다름아닌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경 당시 베트남 전역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호치민 인근 롱안성 정부는 현지인이 아닌 한국 기업인들에게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 덕분에 한국기업 공장은 멈추지 않고 돌아갈 수 있었다. 이같은 일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당시 호치민코참 롱안성 지역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던 김 회장의 막후 역할이 컸다.

“베트남 남북을 통틀어 롱안성에 있는 한국 기업인들에게 가장 먼저 백신을 맞춰준거죠. 현지 한인사회가 다들 놀란 획기적인 조치였어요. 이 일이 소문이 나면서 ‘롱안 코참 회장’이던 제가 갑자기 유명세를 타게 됐습니다. 그렇게 1차 접종을 하고 이어 2차 접종을 제때 하기 위해, 제가 중간에 나서서 당시 알고 지내던 박노완 주베트남 대사를 통해 팜 민 찐 베트남총리가 롱안성 정부에 직접 축전을 보내도록 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그것도 한국 기업인에게 코로나접종을 실시한데 대해 총리가 직접 치하를 한 것이죠. 이 일을 계기로 주변에 비해 낙후지역이던 롱안성 정부 또한 중앙정부의 신뢰를 얻었고, 당시 롱안성 책임자는 지금 호치민 시장이 됐습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국민임명식에 공식 초청받아 한국을 찾은 김년호 회장을 지난 8월16일 호치민으로 출국하기 직전 서울 강서구에서 만났다.

올해초 코참연합회 제15대 회장을 맡았는데, 코참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 사실상 코참 활동은 우연히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역모임에 나가 식사와 술자리를 같이 하면서 친목을 나누다가 롱안성 지역협의회 회장을 맡게 됐다. 호치민 인근에서도 롱안성은 빈증이나 동나이 등 다른 지역과 비교해 가장 낙후된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막상 지역협의회 회장을 맡고 보니 호치민코참 내에서도 다른 지역의 들러리를 서는 느낌이 들었다. 연말 행사에 참석했다가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은 것을 계기로 지역협의회를 제대로 키워보자는 오기가 생겨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부쳤다. 50명 이상의 정회원 확보, 100명 이상의 단톡방 개설, 연 2회 골프대회 개최, 그리고 롱안성 정식 교섭단체 등록 등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회원사를 늘리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들였다.

특히 롱안성 정부에 정식 협회로 등록하는 것은 공산국가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롱안성에 사업장을 둔 한국기업이 당시 200개사가 채 안됐는데, 그 중 50개사를 회원으로 확보해 일일이 서명과 함께 여권사본을 받아 롱안성 정부에 제출한 끝에 정식 협회로 등록을 시켰다. 또 코로나 진단키트를 공동구매해 회원사를 대상으로 저렴하게 공급하고 수익금을 협회 기금으로 적립해, 250만원 이던 기금을 1억원 정도로 불려놨다.

지역협의회 회장을 5년 정도 한 시점에 최분도 전임 회장의 권유로 코참연합회 수석부회장을 맡게 됐고, 15대 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최 회장이 월드옥타 수석 부회장을 겸직하면서 외부활동이 많은 관계로, 수석 부회장인 내가 내부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조직을 챙기는 일을 했다.

코참을 잘 아는 사람이 회장직을 이어야 한다는 명분에 설득돼 ‘코참의 존재가치를 발전되게 이어가자’는 생각으로 중책을 맡게 됐다.

김년호 코참연합회 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 7월 베트남 내무부 차관(네번째)을 예방하고 미팅을 가진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올해 3월 호치민시 당국과 가진 한국기업 간담회에서 김년호 회장이 발언하는 모습. 

코참이 베트남 현지에서 구축한 네트워크가 상당하다고 들었다.

- 대표적인 실례가 있다. 지난 6월 삼성전자 호치민 가전복합단지(SEHC)가 장기간 지연돼온 부가가치세 환급금 약 5820억동(약 305억원)을 베트남 정부로부터 전액 돌려받았다. 지난 2021년 6월부터 2024년 9월까지 3년치 환급분으로, 오랜 기간 지연됐던 환급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현지 정부 및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 덕분이었다.

지난 3월 SEHC 법인장이 호치민시가 주최한 한국 기업 간담회에서 환급문제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며 조속한 조치를 건의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호치민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 삼성전자의 청원을 재무부로 상신해 빠른 조치를 요청했고, 베트남 재무부는 삼성전자로부터 관련 서류를 받아 전액 환급처리를 했다. 이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행정처리가 지연되는 등 절차상 문제에 대비해 코참은 현지 정부 및 관련 기관과 정기적인 대화 등을 통해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교실 과밀화 문제를 겪고 있는 호치민시 한국국제학교(HCMC) 확장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코참이 나서서 베트남 정부와 관련 기관에 권고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한국국제학교 증축은 베트남 거주 한인 가정 자녀들의 교육 안정성을 위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때그때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시의적절한 지원을 끌어내는 것은 코참이 해야할 필수적인 역할이다.

개인적으로, 베트남에서만 18년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데. 

- 2007년에 처음 호치민 땅을 밟았다. 당시 한국경제가 점점 포화상태가 돼가고 있어,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눈을 돌린 곳이 동남아였고, 그 중에서도 베트남이 가장 가능성이 커 보였다. 아무래도 처음 시작한 업종이 섬유업이다 보니 최적지로 판단이 됐다. 재봉 공장을 거쳐 현재는 가방끈·신발끈 제조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이 분야에선 우리 회사(SPEED VINA)가 베트남에서 1등이다. 해당 분야는 섬유업 중에서도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인력 의존도가 덜한 반면에 설비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베트남도 인건비가 많이 올라 일반 의류사업은 힘들다. 하지만 아직도 최저임금이 200불이 채 안되는데다, 고부가가치 섬유업종은 가능성이 있다.

섬유업 외에 우유 등 유제품, 영화제작 사업 등에 다각도로 투자하고 있다. 특히 영화산업은 이곳 베트남에선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분야다. 무엇보다 제작비가 저렴해 한국의 7분1의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관람료는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웬만한 한국기업은 베트남에 다 진출해 있다. 코로나때 그 수가 줄었다가 최근 다시 늘어났는데.

- 현재 한국 진출기업이 1만개 정도 된다. 베트남이 인근 인도네시아 등지와 비교해도 여전히 인건비가 저렴한 수준인데다 SOC가 다른 나라보다 잘 돼 있다. 물류나 통관이 상대적으로 편리하고 빠른 것도 장점이다.

1만개 진출기업 가운데 하노이와 호치민에 각 1000개씩, 2000개사 가량이 코참연합회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금융업만 하더라도 제2금융권에 속하는 저축은행들까지 포함해 50개사는 진출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 중 신한은행이, 앞서 베트남에 진출해있던 조흥은행을 인수하면서 베트남 전역에 지점 수를 독보적으로 늘려 외국계 은행으로는 현지에서 왕좌를 지키고 있다.

지금은 IT와 이커머스 분야 한국업체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취임후 첫 국빈방문으로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한국을 다녀갔는데, 경제단체장, 주요 그룹 총수 등 많은 기업인들이 줄을 서서 만났다. 한국 기업에 베트남은 그만큼 비중있고 중요한 시장인 것이다. 두 나라는 경제적으로 ‘불가분의 동반자’ 관계라고 본다. 대기업 뿐아니라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 팜 민 찐 총리(앞줄 가운데)가 한국기업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김년호 회장(둘째줄 왼쪽에서 여섯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코참연합회]

인터뷰 말미에, 김 회장은 “내년말에 임기가 끝나는데 과제가 많다”면서 최근 호치민과 인근 성들이 행정통합을 추진하면서 코참 조직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과 한인사회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면서 공동체 정신을 강조했다.

“기업이든 협회든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베트남에서 기업인으로, 한인사회 리더로 차곡차곡 신뢰를 쌓으며 성장한 김년호 회장의 평소 가치관을 보여주는 한마디다.

 

※ 이 기사는 재외동포신문(https://www.dongponews.net)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