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창욱의 줄탁동시 인재키우기 ⑥...메모는 ‘잊기 위한 것’, 그리고
대우세계경영연구회 부회장
메모의 중요성
‘메모’의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중요한 일을 빠뜨리거나 후배 직원들이 업무를 놓치는 일을 겪을수록 더욱 절감하게 된다. 사회생활 전체가 거대한 약속에 의해 돌아가는 점을 생각하면 더없이 중요하고 습관이 되어야 할 행동이다.
일상의 습관이나 자기계발의 중요성을 따져보는 의미로 서점에서 팔리는 책을 가끔 찾아보기도 한다. 교보문고에 ‘메모’라고 이름 붙여진 책만 7천개가 넘고, 아마존서점에 ‘MEMO’를 검색해보니 5만개가 넘을 정도로 이만한 결과가 나오는 키워드는 찾기가 어려웠다. 매우 중요하지만 역설적으로 쉽지 않고 다양한 해석과 방법이 있어서 그렇게 다양한 내용의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고도 생각이 된다.
필자가 실무적 책임으로 진행하는 김우중 사관학교, 즉 GYBM(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의 연수 초기부터 메모 습관을 심어주기 위해 엄격하게 지도한다. 특히 작은 수첩이나 메모지에 적는 습관을 강조하다보면 ‘전 핸드폰에 타이핑합니다’라고 답하는 경우도 나타나곤 한다. 그럴 때면 ‘두 가지 방법 모두를 훈련하자’고 한다. 다양한 상황에 마주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손흥민 선수의 강점이 ‘양발 모두 능숙함’에 있음을 비유로 든다. 필자도 손수첩 메모를 기본으로 하지만 카카오톡의 메신저 기능이나 일정표에다 메모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메모의 기능
연수생들이나 직원들에게 ‘메모는 왜 하는가?’를 자주 질문한다. ‘잊지 않기 위해서’, ‘다시 보기 위해서’라고 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 외에도 상대방 말에 대해 존중의 의미와 잘 새겨듣는다는 배려를 나타내는 기능도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더 중요한 역설적 기능도 있다. ‘잊어버리기 위해서’ 메모하는 것이다. 기억은 한계가 있다. 용량이 차고 나면 더 이상 담아두지 못하게 되어 더 중요한 것을 인식하고도 기억하기 어렵게 된다. 때로는 억지로 기억하려다가 감각기관이 무디어져 실수를 하기도 하고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메모를 하는 순간에 내 머리에서 지워도 문제가 없으니 감각기관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컴퓨터로 비유하면 메모는 정보나 파일을 이동형 저장 장치에 옮겨두는 것과 같은 이치다. 외장형 하드디스크나 USB메모리에 저장하는 것. 머리에 기억하는 것과 같이 컴퓨터 본체에 저장을 계속하면 용량이 차서 속도가 느려지고, 해킹을 당하거나 파손이 되면 못 쓰게 되기에 옮겨두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조직 생활에서 빠짐이 없도록 하는 기능
그런데, 조직생활에서 업무를 지시하고 지시받는 상황에서는 전혀 다른 기능이 작동한다. 신입사원이면 선배나 상사의 지시를 받을 때면 메모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주고받는 두 사람의 지식이나 경험, 정보나 지식 수준이 다르기에 크고작은 실수가 일어날 공산이 크다. 때로는 쓰는 용어가 달라 아예 못 알아듣기도 하고 엉뚱한 단어로 메모한 경우도 있다.
첫째로, 메모를 하게 되면 지금 지시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엉뚱하게 이해하여 자칫 그르칠 경우를 예방할 수 있다. 빠뜨린 것도 확인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후에 일어나는 일이 꼬이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메모를 한 번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다.
둘째로, 지시받은 업무를 처리하고 최종 확인 단계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잘못된결과가 대외적으로 나가기 전에 조치가 가능하다. 지시한 선배나 상사가 가끔씩 잊어버린 것도 메모를 보다 보면 확인이 가능하다. .
메모는 줄탁동시의 핵심 활동
그런 의미에서 선후배 사이에 가르치고 배워야 할 줄탁동시(啐啄同時)의 활동 중에 메모는 매우 중요하다. 습관이 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입사 이후 3개월 정도는 메모를 확인하는 것도 꼭 챙겨야 한다.
이런 모든 것들이 학교에서, 가정에서 전혀 가르치지 않는 것들이다. 그러나 몸에 익혀두면 직장생활, 사회생활에서 평생의 습관이 되어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필자는 가끔 후배들에게 부탁받은 것은 메신저나 메일로 메모하여 빠지지 않고 피드백하는 편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호주머니에서 식당의 냅킨에 메모한 것이 나왔다. “메모의 습관을 들여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을 잊지말자는 메모였다. 후배 직원들과 맥주 마시다 쓴 메모였다.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은
대우그룹 출신이 진행하는 해외취업 양성 기관인 GYBM(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의 실무 총책임자로, 해외(동남아)진출 인재를 매년 100명씩 키워내는 일의 실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평생 ‘사람’을 연구했다. 특히 ‘일을 통한 행복한 사람’에 대한 연구이다. 서울대 사범대에서 ‘교육’을 공부했으나 ‘기업’에서 ‘일’을 하며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대우그룹의 종합상사인 ㈜대우에서 인사관리, 경영기획 업무를 하며 ‘미생’을 ‘완생’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했다.
교육사업으로 미래를 바꾸고 싶어 ‘한국지식가교’를 창업하고 본격적으로 취업교육과 기업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대학생 진로취업지도를 교육하는 겸임교수, 특강, 멘토로 매년 100여 개 대학에서 학생과 교수를 대상으로 강의 중에 있다. 명지대, 성신여대, 경희대, 순천향대의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지금은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에서 고정 강의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취업의 정석 나를 마케팅하다’, ‘인사팀장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있으며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