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 “韓 뒤늦은 관세 협상, 비교적 ‘선방’”

NYT, “수 십 개국에 대한 ‘트럼프 벌금’, 한국은 겨우 피한 셈” WSJ, 블룸버그 등 “갓 출범 이재명 정부, 정치적 위험 부담 덜어” “전반적으로 최혜국 수준, 日처럼 3500억 투자 두곤 양측 해석 달라” “농축산물 수입엔 서로 다른 시각…韓 ‘개방 저지’ vs 美 ‘추가 협상’ 밝혀” 美무역대표부 대표, ‘블룸버그’에 “자동차 15%, 철강·알루미늄 예외” 강조

2025-07-31     이상영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과의 관세협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일단 한국이 ‘선방’한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갓 출범한 한국의 이재명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었다는 관측도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31일 주요 기사로 이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에 대한 15% 관세율은 수개월에 걸친 협상의 결실”이라며, 무거운 관세를 떠안은 다른 국가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6위 교역국인 한국이 8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었던 25% 관세와, 수십 개의 미국 교역국에 대한 ‘새로운 벌금’( fresh penalties)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 셈”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직접 한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협정은 한국의 대미 수출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유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그 중엔 1500억 달러의 조선업 투자가 포함되어 순수한 대미 투자는 2000억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올린 게시물에서 “우리는 한국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데 합의했다. 미국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역시 자신의 공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수출입 물량이 적재된 부산항 모습. (사진=블룸버그)

외신들, 이재명 정부에 미칠 영향 주목

외신들은 특히 이번 협상 결과가 이재명 정부에게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이번 협상은 한국의 젊은 정부에게 특히 민감한 사안이었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2008년 광범위한 시위를 촉발했던,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인 한국의 쇠고기와 쌀 시장에 대한 미국의 접근성 확대를 검토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 완전히 개방될 것이며,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수용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을 곁들여 눈길을 끈다.

이 신문은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조정관은 양측이 미국산 쌀과 쇠고기에 대한 현재 제한 조치를 한국 시장에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아직 농산물 개방 여부를 두고 한미 간에 완전한 합의에 이르진 않았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도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한국이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한국이 ‘미국 자동차 안전 기준’에 따라 제작된 ‘자동차’와 ‘트럭’을 추가 요건 없이 수용하기로 합의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들 협상장 주변에선 “농산물 개방을 둘러싸고 한미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올 만큼, 한국 협상단이 강경자세를 고수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한국 협상단, 농축산물 부문 강경 모드 유지

‘블룸버그’는 한국 협상단의 이런 강경 모드의 배경도 함께 전해 눈길을 끈다. 즉, “이 대통령의 양보는 농민들의 분노를 사고 정당을 분열시켜 그의 취임 후 ‘허니문’ 기간을 망칠 위험을 안고 있었다”며 “(계엄과 탄핵 등) 수개월 간의 정치적 혼란 끝에 6월 선거에서 이 대통령이 승리하자 기업과 소비자들의 심리가 회복되었고,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분석했다. 즉 신생 이재명 정부의 ‘운명’이 걸린 문제라는 해석이다.

‘뉴욕타임스’도 이재명 정부에게 이번 협상 결과가 가진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문은 “6월 새 정부가 선출되면서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재개해야 했던 한국에게는 긴 여정이었다”며 “취임 5주 차인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7월 9일로 예정되었던 협상 시한을 8월 1일로 연장하면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고 되짚었다.

그러면서 “한국 협상단은 농산물 시장 접근과 같은 어려운 문제에 대해 수십 건의 협정을 한꺼번에 체결하려는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과 시간을 두고 경쟁해야 했다”고 돌이켰다.

‘뉴욕타임스’는 또한 “미국과 일본이 7월 22일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는 발표는 한국 협상단에게도 자체적인 합의를 마무리하라는 압력으로 작용했다”면서 “한국 상품에 대한 15%의 관세는 불과 몇 달 전(한미 FTA 무관세)보다 훨씬 높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했던 것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외신은 특히 한국의 이재명 정부에 미칠 관세협상의 영향에도 주목했다. [뉴욕타임스]

이 신문은 또 대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를 새삼 거론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상품 및 서비스 수출에 극도로 의존하고 있으며, 2023년 한국경제 총생산의 44%를 상품 및 서비스 수출이 차지했다. 또 다른 수출 주도 경제국인 이웃 일본보다 2배 높은 수치다. 한국은 2024년 대미 무역흑자 660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했던 2018년보다 거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거의 모든 수입차에 25%의 관세가 부과된 미국 자동차 관세는 주요 한국 자동차 브랜드의 판매를 잠식했다”며 “현대자동차의 2분기 이익은 지금까지 관세 비용을 대부분 흡수하면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고 지목했다.

또 “미국은 한국에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해 온 제약과 반도체 산업에 대한 관세 부과를 여전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SK와 삼성 등 한국 기업들은 과거 미국이 지원했던 보조금을 활용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했다”고 환기시켰다.

미국이 진행하는 세계 각국과의 관세협상 진척도를 보여주는 세계 지도. 파란색으로 칠해진 지역은 일단 예비 타결이 된 지역으로 분류된다. 붉은 색의 아프리카 지역에 대해선 관세 특혜를 주기로 했다. 다만 캐나다와 멕시코와는 현재 강경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출처=뉴욕타임스] 

외신들, 이 대통령 소셜미디어 발언도 주목

‘뉴욕타임스’는 이에 관한 이재명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발언에도 주목했다. 신문은 “이 대통령은 미국과 무역 협상 타결을 확정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서 이 합의가 한국의 수출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는 한국 기업의 미국 조선 산업 진출 지원에 사용될 것이며, 나머지 자금은 한국의 미국 내 반도체, 기술, 에너지 분야 투자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오로지 미국을 위한 대미투자가 아니라,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윈윈’ 전략의 일환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한미 협상 타결 소식을 자세히 전하면서 역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했다. WSJ는 “(이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미국과 1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합의가 한국의 무역 불확실성을 해소한다고 밝혔다”며 특히 “‘좌파 성향’의 이 대통령은 ‘한국이 부담하게 될 관세는 주요 교역국과 동일하거나 그보다 낮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신문 역시 “이 합의로 조성된 3500억 달러 규모의 한국 기금이 조선, 반도체, 생명공학, 에너지 등 분야에서 양국의 전략적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란 이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했다. 즉, 미국에 대한 일방적 수혜가 아닌, 윈윈 차원의 ‘기금’임을 강조했다는 해석이다.

농축산물 개방을 요구하는 미국정부에 항의하며,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 투자 규모 두고 한미 간 ‘동상이몽’ 해석도

특히 ‘블룸버그’는 일본처럼 한미 간에도 투자 기금의 실행 방안을 두고 해석과 구체적 방안이 불확실함을 강조했다. “기금의 세부 사항은 일본 협정과 마찬가지로 불분명하며, 양측이 서로 다른 해석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3500억) 투자 펀드는 일본이 관세 인하를 위해 약속했던 5500억 달러 규모의 계좌와 유사한 성격을 띤다”며 “일종의 국부펀드에 비유되는 일본의 약속과 마찬가지로, 한국 계좌의 대미 투자 지출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지시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말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서울 관계자들은 이번 합의를 확인하고, 특히 자동차에 대한 15% 관세 할인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양국 간 협상에서 핵심 쟁점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블룸버그’의 인터뷰에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는 15%의 낮은 관세율이 적용되지만, 철강과 알루미늄에는 이와 유사한 할인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강조해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그 동안 한국은 이제 막 위축에서 벗어나고 있는 취약한 경제에 보편적 관세 인상이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무역 협상에서 추격전을 벌이고 있었다”고 그간 한국측의 협상과정을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