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광화문 물바다’의 기억...그 속에서 우뚝 일어선 기업

종합방재 전문기업 ㈜화진티엔아이 최영열 대표 인터뷰 홍수예측경보시스템 분야서 국내 최고 기술력 '인정'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의 방책”

2025-07-07     황복희 기자
홍수예측경보시스템 분야 국내 선두를 달리고 있는 ㈜화진티엔아이 최영열 대표를 경기도 광주시 본사에서 만났다. [황복희 기자]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2010년 9월 추석연휴, 시간당 75mm에 달하는 집중호우로 수도 서울의 상징인 광화문 일대가 침수돼 물바다가 된 적이 있다. 당시 대로를 지나던 차량은 물론이고 지하철 역사와 인근 상점도 물에 잠겨 이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에겐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구멍가게의 냉장고가 광화문 사거리까지 떠내려가 상인이 무릎까지 차오른 물길을 헤치고 끌고 오기도 했다.

당시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독자적인 기술력을 쌓아온 한 방재 전문업체가 빛을 발했다. ㈜화진티엔아이(대표 최영열, 이하 ‘화진’)가 서울시 시범사업을 통해 홍수예측경보시스템을 설치한 당현천(노원구)과 도림천(관악구) 주변 상인들은 그때 경보메시지를 통해 빠르게 대처함으로써 피해를 크게 줄일 수가 있었다. 하천의 수위를 자동측정해 일정 기준을 넘어 위험한 상황이 감지되면 현장에 설치된 방송장비를 통해 자동으로 경보가 나가고, 지자체 등 담당자에게 핸드폰 등으로 알림 메시지가 전달되게끔 설계돼 있었다. 특히 도림천의 경우 인근에 순대 골목이 있어 자칫 피해가 클 수 있었다. 당시 현장의 상인들은 “경보시스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때 홍수예측시스템 설치를 위해 ‘화진’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사업비는 하천 두 곳에 대해 1억원씩 총 2억원이었다. 이후 이 회사의 홍수예측경보시스템은 서울지역 대부분의 지자체에 설치가 됐을 뿐만 아니라, 하천 범람 등으로 인한 홍수피해가 우려되는 지방  여기저기에 도입이 됐다. 이를 계기로 ‘화진’은 그간의 적자와 어려움을 딛고 사업을 일으켜 지난해 기준 350억 매출을 올리는 통합방재시스템 회사로 우뚝 서게 됐다. 지금은 전국의 150여개 지자체를 비롯해 수자원공사, 국립공원, 홍수통제소 등 관련 기관에서 ‘화진’의 기술력을 토대로 재난방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100여개 업체가 발붙이고 있는 해당 분야 국내 시장에서 굳건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홍수예측경보시스템 쪽에선 국내 톱을 달린다.

지난 6월23일 경기도 광주시 능평동에 위치한 화진티엔아이 본사에서 만난 최영열 대표이사는 “2006년 11월 연구인력 7명을 뽑아 사업을 시작했다”는 말로, 쉽지않은 기술개발 과정을 전하며 말문을 열었다. 17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독립을 해 그간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의 길을 택했다고 그는 말했다. “이전 회사 또한 같은 업종이었기에 회사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술경쟁력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깨닫고, 창업단계에서 적지않은 수의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기술연구소를 별도로 등록하는 등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회사의 최우선 과제로 두고 경영을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분야 국내 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관련 업체가 100개가 넘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방재시스템을 구축해주고 관리까지 해주면서 재난방재라는 당초 목적에 부합하는 기술력과 서비스체계를 갖춘 회사는 몇 군데 되지 않습니다. 조달시장 참여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격 요건만 갖고 거의 완제품 수준의 외국산을 들여와 납품하는 업체들이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그런 면에서 ‘화진’의 기술력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화진’의 직원은 50명 정도. 이 중 연구기술 인력은 17명으로 본사 건물 내 기술연구소 등에서 제품 및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매년 연구개발에 매출액의 10%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고 최 대표는 전했다. 그 결과, 20건 이상의 특허, 조달청 우수제품 및 혁신제품 지정, 중소벤처기업부 성능인증 등의 주요 기술인증을 다수 획득했다. 

그러다보니 ‘화진’의 제품은 전부가 자체 브랜드로서 90% 이상 국산화가 돼 있다.

“지자체 등 납품을 통해 연평균 100억~200억 정도 매출을 올리는데, 재작년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가 나면서 예산이 집중적으로 편성돼 지난해는 매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해당 업종에선 매출규모가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한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정화된 시스템을 구축해 인명을 살리는데 일조하고 있는, 종합방재 전문기업  ㈜화진티엔아이 최영열 대표. 

고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최 대표는 갖은 어려움을 딛고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고자 노력해온 입장에서 정부에 아쉬운 점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번은 기상청장께서 저희 회사를 다녀가신 적이 있습니다. ‘화진’은 왜 기상청 사업에 참여를 하지 않느냐고 물으시더군요. 회의실에서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40분 가량 대화를 나누면서, 정부가 제시하는 입찰금액에 도저히 단가를 맞출 수가 없다고 솔직히 얘기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국산을 수입해 납품하는 업체와 우리 같은 독자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똑같은 자격요건으로 입찰에 참여하다보니, 가격경쟁력을 맞출 수가 없는거지요. 저희는 연구부터  제조까지 전부 자체적으로 하지 않습니까. ”

“‘우리나라 기상 산업이 왜 발전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때 화진을 방문한 기상청장은 최 대표에게 이런 질문도 했다.

“‘바이살라’라고, 전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핀란드의 기상관측장비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가 어떻게 성장했느냐, 바로 국가가 키워주었습니다. 나라는 작지만 독자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국가가 앞장서서 육성한 결과, 해당 기업이 오늘날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것이에요.”

국내 수요가 많지 않은 가운데, 자체 개발해서 제조하는 전문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하면 전문업체들이 성장하는 것은 물론, 다른 국내 업체들도 스스로 연구개발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것이 최 대표의 생각이다.

“다행히 지자체 등이 사업비를 투자하더라도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사고를 가지고 있어서 재난방재시스템에 관심이 많습니다. 서울시 같은 경우 25개 자치구 내에 도심 하천이 많이 흐르고 있습니다. 거기서 시민들이 운동을 한다든지 산책도 하고 자전거도 탑니다. 계곡 같은 데선 집중호우로 산에서 갑자기 물이 쏟아져 내려온다든지 해서 인명피해가 나기도 합니다. 이같은 자연재난을 사전에 감지를 해서 대피방송을 하는 등 제어를 해 사고를 예방한 사례가 많습니다. ”

단순히 제품을 잘 만들어 공급하는데서 나아가, 물과 관련된 자연재난시 안정화된 시스템을 통해 인명을 살리는 것이 ‘화진’의 최종 목표라고 그는 말했다.

유지·보수 또한 ‘화진’의 강점이다. 비 예고가 있기라도 하면 지자체 여기저기서 앞다퉈 이 회사를 찾는 이유다.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훨씬 더 지능화된 시스템을 만들어 동남아 등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것”, ‘화진’의 과제이자 머지않은 목표다.

화진티엔아이의 홍수예측경보시스템이 설치된 지방 하천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