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비자를 속이고 정부를 속여도, ‘쭉 갈 것인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제이에스티나'

2025-04-05     황복희 기자
황복희 국장

[중소기업투데이 황복희 기자] 소비자를 속이고 정부를 속였다. 수년간 중국산 시계를 국산으로 속여팔았고, 타사 생산 제품을 자사 공장에서 생산했다며 조달청에 납품했으니 그러하다. 판로지원법상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은 직접 생산하는 제품에 한해 정부납품이 가능하게 돼 있다. 직접생산확인 제도(일명 ‘직생’ 제도)로서, 현재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확인서를 발급해주고 있다.

국민 여동생 아이유가 광고모델인 주얼리회사 ‘제이에스티나’(前 ‘로만손’)가 그런 짓을 벌여 대표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700만 중소기업인을 대변한다고 하는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이 창업해, 현재 회장으로 있는 회사다. 현재 김 회장의 장녀가 대표를 맡고 있다.

중소기업유통센터 관계자는 4일 본지에 “지난 2023년 5월4일 서울 송파구 양재 인근 제이에스티나 시계조립공장에 직접 실사를 나가서 생산설비와 필수공정 등을 확인하고, 이어 30일 직생 확인서를 발급해줬다”며 당시 실태 조사에서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조달청에 납품을 할 때 아세톤으로 ‘메이드 인 차이나’를 지운 손목시계를 낸다든지 하는 행동까지 (중기유통센터가) 감시, 감독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이에스티나가) 중기유통센터로부터 직접생산 검증을 받은 생산공정을 거치지않은 제품을 조달청에 납품을 한 것”이라며 “직생 제도를 악용해 직접 생산에 해당하지 않는 제품을 납품했다고 보는게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의 불똥이 직생 확인서를 발급한 관할부처로 튈까 염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번 일로 제이에스티나 대표 등은 대외무역법 위반에다 판로지원법 위반 혐의까지 겹으로 얹어져 불구속 기소됐고, 김기문 회장 등 임직원 5명은 약식 기소됐다. 이를 여러 언론에서 검찰발(發) 뉴스로 보도를 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게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지점이 있다.

제이에스티나를 창업해 현재 회장으로 있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임기 4년의 중소기업중앙회장 직을 네 차례에 걸쳐 역임하면서, 중기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자타 공인 굳건하게 이미지가 박혀 있다.  2019년 제26대 중앙회장 선거과정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7년째 재판 중에 있으며, 그 와중에 지난 2023년 2월 27대 회장에 단독 입후보해 당선, 마지막 임기를 지나고 있다. 선거법 위반 재판(항소)은 오는 6월5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하여 김기문 회장은 ‘선거법을 위반해도 임기를 다 채우는 것도 모자라, 또다시 재임도 할 수 있구나’를 중기업계 안팎에 널리 입증해보인 사례로서, 그렇다보니 일각에선 이런 김 회장을 두고 “참, 대단하다!”는 평가까지 내린다.

그런 김기문 회장의 제이에스티나가 중국산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국내외 소비자에게 팔고, 직접생산 의무를 위반한 제품을 정부에 납품을 해 처벌을 받게 된 것이다. 더욱이 직접생산확인서 발급 권한은 지난 2022년 4월 이전까지만 해도 중소기업중앙회가 갖고 있었다. 발급 과정에서 문제가 많아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라며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일자, 중기부가 일부(비조합원사 대상)만 남기고 중소기업유통센터로 넘겨버렸다. 따라서 김 회장은 ‘직접생산’ 의무와 그 제도의 취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숙지를 하고 있는 셈이다. 중기간경쟁품목 지정과 직접생산 제도는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책으로 마련한 시책이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단체의 장(長)으로서 무려 1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앞으로 어디에 가서 누굴 상대로 중소기업을 대변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해달라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심히 우려스럽다. 국내든 해외든 소비자를 상대로 중소기업 제품을 사달라고 어찌 호소할 수 있을지, 이 또한 답이 없긴 마찬가지다.

당장에 김 회장은 오는 17~20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제23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의 대회장으로 국내 중소기업제품을 미국시장에 내다파는 일에 앞장을 서야하는 입장이다. 이 행사는 재외동포청과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가 주최하는 공신력 있는 대회다.

대통령이 파면을 당한 마당에, 이 정도 일은 쉽게 잊혀질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비자는 냉정하다. 그리고 비즈니스에 있어 ‘신뢰’는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