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정책, 국내 이차전지 산업에도 ‘태풍’

‘전기차 억제, 세금 공제 혜택 폐기’ 등 이차전지 수출 타격 중국산 이차전지·재료 등 美 시장 억제는 긍정적 요인 국내 관련 중소기업에도 ‘큰 영향’, “현명한 대응 전술 필요”

2025-03-28     이상영 기자
이차전지 모형도. [이미지=익스트림테크]

[중소기업투데이 이상영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급격한 통상정책 변화는 특히 한국의 이차전지 산업에도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등 대외 경제정책은 한국의 중요한 대미 수출 품목인 이차전지 부문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다.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이나, 미국 내 생산 이차전지 원료와 셀 등에 대한 ‘첨단 제조 생산 비례 세액 공제’가 축소·폐지될 가능성이 커서 대미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높다. 국내 이차전지 산업은 대기업과 연계된 수직 생산계열 구조로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종사하고 있어, 이런 부정적 흐름은 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특히 이차전지는 자동차와 함께 한국의 대미 수출의 핵심 산업이기도 하다. 한국무역협회,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대미 직접 투자는 반도체·이차전지의 투자와 미국 기업에 대한 출자 등이 증가하면서 빠르게 확대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2기 트럼프 정권이 발족하면서 미국의 통상 정책이 크게 변화했다. 그 결과 대미 수출·직접 투자를 포함, 한국 기업의 미국 사업 환경이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바이든 전 정권의 산업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변경 내지 폐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반도체, EV(전기차), 이차전지 부문에서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분석기관 IRS글로벌은 “특히 이차전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방점을 찍고 있다.

트럼프 정권은 우선 전기자동차(EV)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가 실시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재검토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국무역협회는 “특히 염려되는 것은 EV 구매자가 IRA에 근거하여 최대 7500달러의 세액을 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우대정책’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물론 EV 수요가 감소하고 그 대신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하이브리드 차량 분야에서 일정한 경쟁력을 가진 한국 자동차 기업이 당장은 큰 타격을 입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차전지다. EV 시장이 크게 증가하지 않을 우려가 큰 만큼, 이차전지 시장도 정체상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IRA에서 규정한 ‘첨단 제조 생산 비례 세액 공제(AMPC)’가 축소ㆍ폐지될 경우 상황은 더욱 불리해진다.

‘첨단 제조 생산 비례 세액 공제’란 미국에서 생산한 이차전지 셀·모듈을 판매할 때마다 일정한 세액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한국의 이차전지 업계 입장에서는 EV 시장의 증가율이 저조하면 이차전지의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 경우 이를 보완해줄 완충 장치인 ‘첨단 제조 생산 비례 세액 공제’가 축소·폐지되면 영업 이익이 크게 감소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해당 제도가 실시됨으로써 국내 대표적인 이차전지 생산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의 2024년 1~9월 영업 이익이 그 혜택을 크게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의 이차전지를 본격적으로 생산해온 이들 기업은 ‘첨단 제조 생산 비례 세액 공제’가 영업 이익을 확보하고 영업 손실을 축소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첨단 제조 생산 비례 세액 공제’가 축소·폐지되면 한국 이차전지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배터리 이미지. [셔터스톡]

다행히 경쟁상대일 수 있는 중국산 이차전지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긴 어렵다. IRA에서 정한 ‘(중국 등) 우려되는 외국의 사업체’에 대한 규제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한 이들 규제 대상 사업체가 중요 광물의 추출 및 부품 제조 등에 관여할 경우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런 규정이 변경되지 않는 한, 중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는 어렵다.

또한 공급망의 ‘탈중국’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은 이차전지 재료 및 중요 광물에 대해서도 미국 시장에서 더 큰 점유율을 획득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산 음극재가 미국에서 사실상 ‘퇴출’될 경우, 한국의 유일한 음극재 양산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이 대미 수출을 통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이런 측면은 한국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에게 긍정적 요인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일부 외신 기술매체에선 “한국의 이차전지 업계는 미·중 대립이나 갈등이 완화되는게 별로 반갑지 않다. 중국 제품이 미국 시장에 들어가기 어려워지면,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을 확보하기 더 쉽기 때문”이란 분석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다만 캐나다에 대해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것은 한국 이차전지 업계로서도 우려스런 일이다. 주로 캐나다에서 이차전지 재료 등을 조달하는 한국기업으로선 (캐나다의 대미 보복관세로 인해) 미국에서 생산되는 이차전지의 가격이 상승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부정적 변수가 많기도 하지만, 일부 기회로 삼을 요인도 있는 만큼 현명한 대미 수출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주문이다.